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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 타작을 하고 나면, 곧바로 모내기 준비를 합니다.

논을 갈고, 거름을 넣고, 두둑을 하고, 논바닥을 고르고,

모를 냅니다.

그러고 나면 곧 장마이지요.


장마가 끝나고 밀을 널어 말렸습니다.

건조기에 들어가면 간단하겠지만,

역시 볕에 널어 말리는 일은

농사의 마무리로 할 일을 다한다는 

그런 마지막 의례 같은 것입니다.

밀에게도, 땅과 햇볕과 바람에게도,

(아스팔트에 널어 말리기는 하지만...)

그리고 봄이네 식구들에게도요.

올해부터 봄이네가 새로 찾아낸 곡식 말리는 터는

쫌 높직한 곳에 있습니다.

바람 좋고, 차도 안 다니고, 가까이에 농지도 없고,

곡식 말리기에 맞춤한 곳입니다.

내려다 보이는 풍경도 그럴 듯 해서,

건너 백운산과 지리산 사이로 흐르는 섬진강이

한눈에 보입니다.

하루이틀 널어말리는 동안에 좋은 구경합니다.

아마 밀알들도, 이런 곳에서 몸을 말리는 것을

좋아라 하지 싶습니다.



잘 말린 밀은 동네 방앗간에서 가루로 빻습니다.

몇 번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봄이네 밀가루는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우리밀 밀가루로 따지면

거의 통밀가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밀가루는 여기서 밀기울을 더 많이 벗겨냅니다.




방아실에서 빻은 밀가루를 싣고 남해로 갑니다.

하동에서는 남해대교를 건너서 남해로 들어가지요.

집에서 사오십분쯤 가면 남해읍입니다.

봄이네 국수를 뽑을 국수집이 여기에 있어요.

낡은 제면기가 한 대 있고, 

옆으로는 사방으로 창문이 있고 선풍기가 한 대 놓여 있는 

국수 건조실이 있습니다.

마침, 찾아갔을 때는 기계며, 건조실이며 깨끗한 상태였어요.

국수 뽑는 모습을 보지는 못 했지만,

포장을 할 때는 아직도 손으로 하나씩 무게를 재서 넣을 만큼,

단촐하고, 소박한 곳이었습니다.

봄이네가 가지고 간 토종밀 밀가루에 물과 약간의 소금만 넣어서

국수를 뽑아낸다고 하시더군요.




국수집에서 한 모퉁이를 돌아나오면,

남해 바다며, 건너 작은 섬이 보입니다.

반대쪽으로는 남해 금산.

제가 학교를 다닐 때에는 거의 필독서로 읽었던 시집이었는데요. 흠.

그때는 남해가 남해인지도 모르고, 금산이 금산인지도 모르고. 그랬다는.


이번 주에 국수를 받아서 보내드릴 작정입니다.

밀알일 때는 섬진강가에서 말리고,

국수로 뽑아져 나와서는 남해 바닷가에서 말린 것이 되네요.

부디, 국수 맛도 이만큼이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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