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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봄눈

haeum_se 2014. 3. 14. 00:53

겨우내 날이 가물었습니다. 경칩 지나서도 비가 오지 않아서 

밭이며 논이며 땅이 메말랐는데, 그제부터 제법 비가 왔습니다.

가물었던 것 다 괜찮아질 만큼. 그렇게 넉넉합니다.

아이들 다니는 유치원이 조금 높은 곳에 있어요.

악양에는 비가 왔는데, 오후에 아이들 데리러 가는데,

중턱쯤 올라가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지요.



학교에는 이미 눈이 제법 쌓여 있었습니다.




이맘 때 학교에 들어설라치면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뛰어 다니거나 하고,

가방 매고 집에 걸어가는 아이와 인사를 주고 받기도 하는데,

오늘은 조용했어요. 




유치원 아이들은 하루종일 비가 오고 눈이 오고 그래서,

밖에 나가 놀지를 못 했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런 날에는 현관 앞에 차를 대어도 괜찮다고 하십니다만,

집까지 걸어다니는 것도 아닌데,

운동장 가로지르는 것쯤이야 싶기도 하고,

학교 운동장에 차 끌고 들어가기는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

여튼, 봄이는 저혼자 먼저 신나서 달려 나갑니다.




동동이는 옆마을 누나하고 사이 좋게 우산쓰고 가고.

봄이는 잠깐 뒤돌아 보는가 싶더니, 금새 교문을 뛰어 나갑니다.




봄이가 먼저 가거나 말거나.




아침부터 세워져 있던 선생님들 차에는 눈이 꽤 쌓여서

그것 맨손으로 슥 뭉쳐서는 던지고 뛰고 그럽니다.

종일 교실에서, 유난히 하루가 길었겠지요.

아이들이야 다 눈 보면 좋아라 하겠지만, 

악양은 눈이 귀한 동네이거든요. 봄이나 동동이나 

눈 보면 옷 다 젖고, 손이 꽁꽁 얼음손이 되고,

볼이 새빨갛게 되도록 놀아도 그만 둘 생각을 안 합니다.

날이 금세 추워지고, 어두워져서 지들 놀고 싶은 만큼 놀지는 못했어요.

잠깐.




학교 앞, 농사 준비하는 밭에도 귀한 눈.




봄이는 집에 돌아와서는 이제 누나 놀이.

강이가 고개를 가누면,

봄이더러 업어서 돌보라 할 작정입니다.

저도 그렇게 하겠다 하고요.



( + haeumj.tumbl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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