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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쌀과 콩을 보냈습니다.
며칠 사이 추가로 주문하신 분을 빼면, 내일이나 늦어도 모레쯤에는 주문하신 것들을 받으실 겁니다.
지난 여름 밀가루에 이어(http://haeumj.tistory.com/9)
이번에도 여러 고마운 분들이 나누어 주고, 나누어 받고 그랬습니다.
맛 보기는 커녕, 구경도 못 한 먹을 것을 그저 사진 몇 장, 글 몇 줄만 보고 덜컥
돈부터 보내시다니, 저처럼 의심많고, 물건값 깎기 좋아하는(^^) 사람은
좀체 다다를 수 없는 마음입니다.
물건을 보내면서, 간단한 글도 함께 보냈습니다. 이제, 조금 더 낯 익은 분도 생기고,
몇 번 글을 주고받거나, 목소리를 듣거나 하는 일도 생겨서 조금씩 다른 글을 보내드렸지만,
아래 내용은 거의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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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에 이어, 올 한 해 저희가 농사 지은 것들을 또 다시 좋은 분들과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기쁘고 좋은지요. ‘대한민국 최고가’를 무릅쓰고 ‘착한 소비’를 몸소 실천해 주신 여러 분들 덕분에, 시골 살림을 시작한 지 채 두 해가 안 된 얼치기 농사꾼들이 큰 힘을 얻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저희가 기른 농산물 값, ‘시장’ 상황을 고려한다면 비쌉니다. 그렇지만 이걸 팔아 밥을 먹고 자식 키우는 농사꾼 처지에서 보자면 비싼 것이 아니지요. (음, 이 얘기는 너무 긴 이야기라 언제 블로그에서 자세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값을 매기며 저희 마음도 편치 않았습니다. 별별 생각이 다 들었거든요.

‘이거 몇 백 원, 몇 천 원 더 받는다고 떼돈 버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사 먹는 사람들도 넉넉한 살림이 아닐 텐데, 역시 부담스러운 가격 아닐까?’

‘야, 이러다가 하나도 안 팔리면 이걸 뭐 짊어지고 살 수도 없고 그땐 어쩌나?’

그렇지만 결국, 마음 독하게 먹었습니다. 이런다고 떼부자 되는 것 아니지만, 여차하면 남은 곡식을 짊어지고 한 해를 살아야 될 지도 모를 일이지만 힘들여 지은 농산물에 제 값을 매기는 일, 저희처럼 젊은 농가들이 어렵더라도 먼저 해 나가야 하는 실험이지 않나 여깁니다. ‘시장 상황’이라는 것이 엄연한 현실로 존재하는 이상, 값을 매기는 쪽이든 그걸 사 드셔야 하는 분들이든, 일종의 ‘심리적 저지선’을 뚫어야 합니다. 그렇지요? (웃음) 허니, 서로 훈련이 필요한 일이겠지요. 어쨌든 그 ‘심리적 저지선’을 용감하게 뚫고 저희에게 손을 내밀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쌀이나 콩도 저희 식구들 먹을 것 지은 것이 남아 두루 나누는 것이지만, 유자차나 배쨈, 석류효소도 모두 팔기 위해 부러 만든 것이 아니라 저희 식구들 먹을 것 만드는 김에 조금 더 만들어 팝니다. 그러니 재료를 구할 때도 ‘대충 대충’ 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되도록 가까운 곳에서 믿을 만한 생산자를 찾고, 어떻게 농사 짓나 듣고 보기도 하고, 제철에 직접 싱싱한 것을 ‘소비자가’로 사 옵니다. ‘도매가’로 후려쳐서 사 온다면 여러분들께 파는 가격도 좀 내릴 수 있겠지만, 역시 그것은 ‘도리’가 아니니까요. 그 농민들에게도 제 값을 치르는 것, 그것이 저희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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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손 내밀어 주신 분들 덕분에, 석류 효소와 메주콩은 저희 먹을 것만 약간 남고 모두 팔렸어요.
유자차와 배쨈은 얼마쯤 더 남아 있구요.
쌀은 아직 넉넉히 남은 편입니다. 이번에 쌀을 사드신 분들 가운데, 달마다 얼만큼씩
꾸준히 드시겠다는 분이 계신다면, 그만큼은 따로 두고, 때마다 도정해서 보내드릴 생각입니다.

때때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또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만큼
정성을 다해서 농사를 짓고, 먹을 것을 만들고 하는 게 고마움을 드러낼 수 있는 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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