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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 아름다움

haeum_se 2010. 1. 12. 14:55


세 식구 나란히 누워 자면 꼭 맞는 작은 방인데,
아기 핑계를 대고 날마다 방바닥이 절절 끓게
불을 때서 그런지 아궁이에 땔감이 꽤 들어간다.
한달에 두어번 나무를 하러 마을 뒷산에 가는데,
그 동안 들고다닌 톱이 목공용 톱이었다.
그렇잖아도 톱질하는게 익숙치 않은데, 목공용 톱으로 땔감을 하려니
몇 시간 일하지 않아도 어깨며 손목이며. 이건 뭐.
엔진톱을 살까 생각도 했지만.
'비싸, 무거워, 다루기 어려워, 위험해, 꾸준히 관리해야 돼, 시끄러워 귀 아파...'
이런 까닭으로 그만두기로 하고.
일단은 손톱으로 땔감하기에 알맞은 톱을 장만하러 구례장에 갔다.
(아, 그래도 체인톱은 하나 마련할 예정, 휘발유 엔진톱 말고 충전식으로다가...)



간판에 아예 톱수리 전문.이라고 쓰여 있다.




땔감할 때 쓸 톱. 톱수리 전문 가게답게, 톱은 직접 만들어서 파는 것이라고 했다. 저걸 어찌 만드는 건지는 자세히 여쮜보지 못 했지만, 하나하나 깎아 만든 손잡이에, 아무 새겨진 것 없이 투박한 톱날.
몇 번이나 손에 쥐어보고 내 손에 잘 붙는 것으로 하나 달라고 했다.




이런 눈썰미 없기는, 톱이 밋밋하다 싶기는 했는데...
손님이 톱 하나를 고르면, 그때부터 주인 할아버지가 톱날을 세운다.
줄과 숯돌로 날 하나씩 하나씩 세우는 걸 볼 수 있다.
기다리는 사이, 몇 사람이 더 왔다. 다들 손에 톱 하나씩 들고.




할아버지가 날을 세우는 동안, 할머니는 옆에서 손님을 맞거나.
혹은 가만히 서서 기다리신다.
'쓰다가 무뎌지면, 또 가지고 와요.'
일단 이곳에서 톱을 사면, 평생 톱날 세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저 일을 물려받을 사람이 있을지.




톱날을 하나씩, 제대로 마감이 됐는지 살펴보시는 할아버지.





날을 다 세우시고는 나무 막대기에 톱질을 해 보신다. 할아버지 손에 쥐어진 저 톱을 받아왔다.
옆에 놓여진 톱은 다음 사람 것. 쓰던 톱을 들고 오셨다.

이 톱으로 나무를 썰면 톱에서 차르랑거리는 소리가 난다.
어릴 때 시장 한켠에서 커다란 얼음을 자를 때, 바로 그 톱에서 나던 소리.
충전식 체인톱을 하나 마련하기는 하겠지만,
톱질에 익숙해지면 아마 이 손톱하나 들고 나무를 하는게
훨씬 가뿐지고 편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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