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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입니다. 두 사람이 눕기에 꼭 맞춤한 2평짜리 방이 두 개 있고, 그보다 아주 약간 큰 부엌이 있습니다.
대들보에는 일천구백육십팔년 상량.이라고 씌어 있습니다. 이 작고 오래된 집을 고치겠다고 했더니,
'새로 집 짓는 값보다 더 들긴데','고치봤자 표도 안 나고, 고마 새로 지라','처음 생각보다 돈이 딱 두 배는 들기다.' 하십니다. 얼추 가진 돈 다 쓸 때쯤이 되니, 뭐 하나 틀린 말이 없었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집 사는 돈 하고, 집 고치는 돈 하고 비슷하게 들었거든요. 수리비도 처음 생각보다 두 배가 더 들었으면 들었지 적게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제 조금만 더 손질하면 당장 들어가서 살 수는 있겠다 싶습니다만, 공사지원비 주겠다고 점검을 나온 면사무소 공무원은 대체 공사를 하기는 한 거냐라는 투입니다.



고치면서 가장 애 먹고 공 들이고 하는 것이, 원래 집 모양을 찾는 일입니다. 부엌과 욕실만은(사실 집 고치면서 절절한 것이 부엌과 욕실이 집에서 가장 중요하고, 뭔가 기능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그것을 서울 살던 식으로 남겨 놓았지요. 해 놓고 보니까 맘에 들고 좋습니다.) 서울에서 살던 식으로 꾸몄습니다. 비싼 히노끼 욕조도 (거의 헐값에) 들여놨으니, 어서 목용통에 한번 빠져봐야 할텐데.
아, 그거 빼고, 방바닥은 보일러가 있던 것을 들어내고, 원래 있던 구들을 살려놓았습니다. 덧대어 놓은 천정도 뜯어내고, 이상한 벽지도 뜯어내고, 나무 기둥은 하나하나 벗겨내서 새로 콩댐하고. 방문도 뜯어서 씻고 말리고 새로 종이 바르고. 지금껏 뭐 했나 짚어보면 온통 있던 거 뜯어 내고, 갈아 내어서는 닦고 칠하고 바르고 붙이고 한 것입니다. 여하튼 겉에서 보기에는 고치기 전과 뭐 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 근데 돈은 많이 들었지요. 그렇다고 해도 집 산 돈, 고친 돈, 다 합해봐야 서울에서 살던 방 두 개짜리 전세 보증금보다는 적어요.
3월에는 이 집에서 살림을 시작할 겁니다. 아직도 손 볼 일 투성이인 집에서 살면서 마무리하고 손 보고 하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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