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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 아름다움

2010년 겨울

haeum_se 2010. 12. 26. 15:44

유자차를 담고 보내드리고 하는 사이
아주 추운 겨울이 되었습니다.
유자차말고도, 다른 일들이 많아서
한동안(그리도 당분간 앞으로도) 저와 아내와 마감모드이다보니,
간간히 올리던 소식도 적지 못 했네요.



봄이는 한 달쯤 전에 두 돌이 되었구요.
논에 밀싹이 났나 둘러보러 가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요즘은 시골에도 어디서든 쌩쌩 달리는 차 때문에
아이가 맘껏 뛰놀아서는 안 되는 곳이 많지요.
논 앞 길은 예외입니다. 물론 여기도 차가 다니기는 하지만
아주 멀리까지 잘 보이니까요. 갑자기 차가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아진이는 늘, 논 앞길을 뛰어다닙니다.



무엇을 잘못했는가. 논에 뿌려놓은 밀에서는 아무 소식이 없습니다.
싹이 나지 않기도 참 어렵다 하는데,
어쨌거나, 지금까지 밀에서 싹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윗논에는 졸졸이 얼마간 싹이 나 있기는 합니다만,
부디, 날 풀리는 때에 어서어서 밀싹이 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또 그 사이, 봄이 외할아버지는 무척 크게 다치셨습니다.
시골에서는 전동공구 따위를 자주 쓰게 되는 만큼,
그만큼 자주 사람이 다칩니다. 아주 오랫동안 
기계를 다루어 온 사람일지라도 사고는 한 순간입니다.
다행히, 그와 비슷한 공구로 다친 사람 가운데서는
적게 다친 편이라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살았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겠지요.
다행히 이제 많이 나으셨어요.



날이 추운 만큼 밖에 자꾸 나가지 못 해서 좀 안달입니다.
곧 아진이 동생도 태어날테구요.
봄이네는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 방 한 칸짜리 아래채를 새로 지을 계획입니다.
지금 있는 건물을 헐고 지어야 하는 것입니다만, 
아주 작은 것이라 3주 안에 짓겠다는 야무진 계획입니다. 마감모드 와중에 말이지요.



한달 보름쯤 전에 처음 유자차를 따고부터, 며칠 전 발송을 마무리할 때까지
봄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저와 아내.
유자차를 세 항아리쯤 담고, 모과차는 작은 항아리로 두 단지.
그만치를 담고 보내고 한 덕분에, 저희 먹을 유자차와 모과차. 더불어
순이익으로다가 몇 십만원에 이르는 돈이 생겼습니다.



기회를 놓칠 리가 없습니다. 조금만 꾸물대다가는 돈 들어갈 자리가
사방 어디서든 나타날 테니까요. 둘째와 아래채와 집수리와 그리고 또...
테레비도 없고, 오디오도 없는 살림이지만, 
아내와 저의 사치 품목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신혼여행을 겸해 다녀온 일본 여행길에서 사 온 것들이란,
십 몇 대 넘게 이어온 집에서 산 날붙이(식칼과 생선 칼과 재봉가위와 끌 따위)이거나
결국 무게를 이기지 못 하고, 일본 우체국에서 소포로 붙여야 했던 책보따리,
한국에서 보지 못 했던 법랑 냄비와 몇 가지 그릇과 조리 도구 따위.



워낙에는 봄이 외할머니의 생신을 맞이하야 준비한 나들이였지만,
사실은 그것을 빙자. 했을 뿐이었지요.
아마도,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이제 다시는 불이 들지 않을 가마.
마당에 쌓아 놓은 옹기를 팔고 나면,
그것으로 그만이 될 곳.
뚝배기 뚜껑도 제것이 아니라 그저 얼추 맞는 것으로 골라야 했지만,
그 동안 마련한 어떤 그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이었습니다.
봄이를 너무나 귀여워하셨던 주인 할머니는
장 담글 단지 몇 개를 사니, 투가리, 뚝배기, 보시기 몇 개를 넉넉하게 챙겨주셨습니다.









*
유자차와 모과차 받으신 분, 모두 따뜻한 겨울 보내시길.
봄이네의 이번 사치가 다 여러분 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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