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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 아름다움

봄이와 동동이.

haeum_se 2011. 2. 22. 23:57



대보름 지나 며칠.
작년 대보름에는 달집 태우는 것이며, 풍등이며 
제법 보았지만, 올해는 거의 모든 행사가 없어졌어요.
마을 사람들도 조용하게 지나는 분위기였지요.
보름이 지났으니, 팥밥은 아니고 
(쉬기 전에 얼른) 나물 남은 것 몇 가지를 비벼 먹습니다.
지난 봄 산에서 해다 놓은 묵나물 몇가지가
어울려 추운 겨울을 꾹꾹 눌러 담은 맛이 납니다.
역시 나물 비빔밥은 보름날 무쳐서 먹고 남은 것을
하루이틀 지나 비벼 먹는 것이 한해 어느 때보다 좋습니다.
철마다 푸릇한 것, 시원한 것, 향긋한 것, 맛이 있지만은 말입니다.

얼마전부터 현미밥을 먹기 시작했어요.
가끔 현미나 잡곡을 조금 섞어서 먹기는 했지만,
흰쌀밥이 최고야.라며 (이것에서만큼은ㅋㅋ) 의기투합하던 부부였거든요.
하지만, 어느 날 아침, (제가 아침을 챙기는 날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백미는 떨어지고 현미만 남은 사태가 벌어지고.
흰쌀 담아오기가 귀찮았던 그날 아침에, 100% 현미밥을 지어먹게 되었지요.
결론은 흰쌀밥에 현미를 섞어먹느니 이쪽이 훨씬 맛있잖아.였고,
농사지은 쌀을 조금이라도 아껴보자는 취지라기보다
그날 아침, 봄이마저 '누룽지밥'이라는 별호를 하사하심과 동시에
현미밥을 어여삐 여겨주셨으므로,
(누룽지와 누룽지밥은 완벽하게 구별됩니다. 어제 저녁에도 저녁 먹고
한참 뛰고 배가 고파진 봄양께서 누룽지밥을 해달라는 말씀을 하셨거든요.
덧붙여 말하기를 '누룽지 말고 누룽지밥')
그날 이후로 매 끼니 현미밥을 먹습니다. 
물론 현미밥은 작은 가마솥에 해서는 맛이 떨어지고요.(부슬부슬해요.)
물에 불렸다가 하는 것도 너무 흐물해지는 감이 있어서 좋지 않습니다.
요즘 전기압력밥솥에 있는 '쾌속취사' 기능도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여하튼, 100% 현미밥은 처음 먹는 것이었는데,
왜 이것을 맛 없다고 생각하고, 시도해 보지 않았을까 의아스러울 만큼.
꽤 맛이 괜찮습니다.
건강에 좋은 까닭을 늘어놓자면, 따로 그것만을 위하야 
블로그를 하나 개설해야할 꺼리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맛.



두 아이.
'세상에 이런 일이' 정도는 아니어도.
낮에도 이런 (평화로운) 시간이.
책보고 이것저것 찾아보고 하면서
큰애가 작은애 땜시 힘들어하는 이야기나
그것 때문에 부모와 사이가 안 좋아지거나 
뭐 그런 것을 많이 보았는데요.
아직은 (아니 벌써 한달이 지났는데, 아직이라니.)
큰애가 작은애 받아들이는 것을 신경쓰기 전에
저 자신이 놀랄 때가 있어요.


우리집 아이가 두 명이잖아!



봄이는 동동이를 예뻐합니다.
(아빠의 포즈 주문에 약 2초간 응해주셨어요. 봄님께서...)
뭐, 사실은 동동이가 태어나고나서
봄이가 얼마나 (부모와 딴판으로) 착한 아이인가 알아가는 중이긴 합니다만. ^^;;



태어난 지 한달 된 동동이. 동동이는 
제법 살이 올랐어요. 태어날 때 몸무게에 견주어
기럭지가 길고, 손발도 길다고 하셨는데,
부디, 나중에도 너무 짧지만은 않게 자라기를. 



외할머니한테 앉겨 있으면 아주 얌전하고, 귀여운 아이가 됩니다.
그것은 외할아버지도 마찬가지.




동동이가 태어나고, 요즘 봄이는 낮 시간에 
외갓집에 가 있을 때가 많습니다. 
점심 먹기 조금 전에 가서는 너댓시쯤 돌아오지요.
늦어도 여섯시에는 저녁을 먹으니
저녁 먹고 나서 한참 뛰어놉니다.
봄기운을 벌써 받았는지, 두어시간 내내 쉬지않고 뛰어다녀요.
이제 서른 중반을 넘긴 제가 말하기를.
"동동이도 저럴 텐데. 역시 아이는 일찍 낳아야하나 봐."
"일찍 낳았으면 지금처럼 애만 붙잡고 놀 생각을 하겠어?
이십대에 애 낳으면 애랑 노는 거 말고 다른 거 하고 싶을 걸."
"그런가, 젊어서 낳으면 마음이 딴데가고, 
나이가 들어서 낳으면 몸이 안 따라 주고."




봄이는 로션이 두 가지 있습니다.
큰통에 있는 것과 작은통에 있는 것.
작은통에 있는 것이 비싸다는 것을 알고는
세수하고 나서 늘 그것으로만 바르겠다고 합니다.
목욕하고 나서는 이런 구분이 별로 없었는데요.
오늘은 얼굴을 손으로 감싸쥐고 단호하게 말하더군요.
"얼굴은 안 돼. 얼굴은 비싼 거. 비싼 거만 발라."




조금 전. 동동이 잠들어 있는 모습입니다.

보름 지나고 나니, 날도 하루가 다르게 따뜻해지고,
이른 아침부터 들판 어디서든 일하는 할매할배들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봄이네도 새로이 책 내는 것, 아래채 짓는 것, 
기운을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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