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인가, 봄이가 유치원에 가지 않겠답니다. 뭐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집에서 엄마 아빠하고 같이 있겠다네요. 처음으로, 봄이 없이 동동이 혼자 유치원에 갔습니다. 누나가 유치원에서 자기를 잘 돌봐 주지는 않는다지만(동동이 말이 그래요.) 누나가 안 간다 하면 저도 늘 안 간다 했는데, 이번에는 누나가 집에 있어도 자기는 가겠답니다. 그렇게 동동이만 유치원에 가고, 봄이는 저 혼자 놉니다.봄이가 집에 있겠다고 하길래, 저와 아내는 이구동성으로다가 엄마 아빠는 바빠서 너랑 놀아주는 거 못한다. 이야기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뭐 물어봐도 대답도 잘 못해 줄거야. 그런 걸로 서운해 하거나 그러면 안 돼. 엄마 아빠 일 하는 거 방해해도 안 되고. 뭐 이런 다짐부터 받아 둡니다. 인형 하나를 포대..
겨우내 날이 가물었습니다. 경칩 지나서도 비가 오지 않아서 밭이며 논이며 땅이 메말랐는데, 그제부터 제법 비가 왔습니다.가물었던 것 다 괜찮아질 만큼. 그렇게 넉넉합니다.아이들 다니는 유치원이 조금 높은 곳에 있어요.악양에는 비가 왔는데, 오후에 아이들 데리러 가는데,중턱쯤 올라가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지요. 학교에는 이미 눈이 제법 쌓여 있었습니다. 이맘 때 학교에 들어설라치면 아이들이 운동장에서자전거를 타거나,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뛰어 다니거나 하고,가방 매고 집에 걸어가는 아이와 인사를 주고 받기도 하는데,오늘은 조용했어요. 유치원 아이들은 하루종일 비가 오고 눈이 오고 그래서,밖에 나가 놀지를 못 했답니다.선생님께서는 이런 날에는 현관 앞에 차를 대어도 괜찮다고 하십니다만,집까지 걸어다니는 것..
날이 썩 좋은 날은 없되,뜨뜻하기로는 날마다 정도가 심해져서,더 늦기 전에 벼르던 나무를 심었습니다. 첫번째는 물론. 유자입니다. 유자 다섯 그루.유자는 하동에서도 키우는 곳이 있으니 악양에서도 잘 자라겠지요.얼마나 지나야 저 나무들한테 유자를 얻어서진정, 봄이네 유자차를 다시 담글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만.여린 아이들아, 남해에서 보았던 그 훤칠하고 쭉 뻗은, 그런 나무로 자라다오. 다섯 나무가 모두 바라는 만큼 잘 자란다면봄이네가 해서 내기에 적당한 만큼, 유자차를 담글 수 있을 겁니다. 밭둑 아래에 자리를 잡아 유자 다섯 그루를 나란히 심었습니다.나무가 자라면 멀리서도 키 큰 유자나무에 노란 유자 달린 것이초겨울, 아침 볕에 빛날 겁니다. 귤도 한 나무.남일회입니다.귤, 한라봉, 레몬, 금귤.이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