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잡한 알림의 마무리. 봄이네 살림. 첫 국수가 조금 복잡했습니다.이번 일 또한, 죄충우돌 시골 살림의 잊혀지지 않을 일화가 될 테지요.다행인 것은, 누구에게도 악의가 있다거나, 나쁜 맘이 있었다거나,그렇지는 않았다는 것. 어쨌거나, 돈을 받고 물건을 보내드리는 일인 만큼, 늘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번거롭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국수를 보내드린 분께는 모자라게 보내드린 만큼봄이네에 쌓아두겠습니다. 다른 것 주문하실 때, 국수 이야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며칠 다시 비가 왔습니다.올여름 비가 적습니다. 그래서 다행이다 싶은 비였지요.더위도 조금 꺾였구요.봄이..
지난 해, 완두를 심었습니다. 그리고 보름 쯤 전부터 완두콩을 따기 시작했지요. 살짝 덜 익은 풋콩은 무척이나 달달하고 팍신하고 그랬습니다. 이건 콩이 아니라 팥.에 가까운 걸.완두는 늘, 그러니까 아주 어릴 때 다른 거의 모든 콩을 썩 좋아하지 않을 때부터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꼬투리 안에 콩알이 하나씩 붙어 있어요. 더 더 익어서꼬투리가 바싹 말라 배배 꼬일 지경이 되면 완두도콩다닥 콩콩 하면서 튀어다니겠지만,먹기에 딱 좋겠그름 익었을 때는, 아직 꼬투리 안, 꼭지에 찰싹달라붙어 있습니다. 꼬투리를 까도 콩알이 투두둑 떨어지는 일은 없습니다.완두는 옛날부터 밥밑콩으로 먹었습니다.이름에 콩이 붙었다고 다 같은 콩 취급을 해서는 안 되는데요.크게 보자면 밥밑콩으로 먹는 콩과 그렇지 않는 콩으로 ..
작년 여름 어느 밤.그러니까 아직 세 돌이 되려면 너댓달이 남았을 무렵이었다.봄이를 재우면서 말했다. - 봄아, 이제 자자. 일찍 자야 키가 크지. - 그런데, 봄이는 키 커서 얼른 어른이 되고 싶어? 응. - 왜? 키가 커서 앵두가 많이 딸 수가 있잖아. - 또? 옥수수하고 열매도 따고. 어른이 되는 것, 얼른 키가 커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점점 커가는 봄이는 지난 겨울에 이런 얘기도 했다.저녁 무렵이었는데, 네 식구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하루를 잘 보내고, 꽤 다정한 모드의(!) 엄마 아빠와 오면서갑자기 뜬금 없이 한다는 말이. 키가 많이 커서 엄마하고 아빠하고 막 소리지르고 싸울거야. 안 지고...! 이 무렵에 자주 혼나고 그랬다. 어쨌거나, 얼른 키가 크고 말리라는또렷한 목소리로..
며칠 비가 오고, 날도 제법 쌀쌀했지요. 올해는 겨울 지나 여름 되기 전에봄이 조금은 있는 건가 싶었어요, 파꽃도 피려다가 다물고. 그래도 봄 날씨 같은가 했는데, 하룻밤새 날이 여름입니다. 마침 어제가 장날이라 달구 새끼를 사기로 했습니다.작년에 닭장에 넣었던 병아리들은 이제 다 자라서 네 마리만 살고 있거든요.잡아먹은 것은 아니고, 족제비이거나 삵이거나 아마그런 녀석들이 배를 불렸겠지요. 닭장을 다시 손본 뒤로는산짐승이 드나들지는 못 하는 것 같아요.닭장에 있는 닭들도 덥기는 꽤 더운가 봅니다.요즘은 언제나 모이나 풀을 뜯는 것보다 물 마시느라 정신이 없어요. 차 갖구 왔제? 이 큰 통에 담아 가야지. 날이 더버서 잘못하믄 죽어삐. 안 죽구로 하는 기 내 임무라. 병아리 열 마리를 샀습니다. 큰 종이..
갑자기 며칠 날이 더웠던 덕분에이삭이 패는가 싶었는데, 금새 밀알이 여물어 갑니다.올해 악양의 밀농사는 형편이 썩 좋지 않습니다.다른 밀밭 사진을 찍어볼까 하다가 맘 편히 카메라를 들이댈 사정이 아니어서그만 두었어요.봄이네 논은 '얼금이 논'에 가깝습니다.작년에 다른 논들은 밀씨를 뿌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폭우가 쏟아져서 대개 하루이틀씩 꼬박 물에 잠겨 있었습니다.그 때 씨가 다 녹아버려서 싹도 안 난 밀밭이 대부분이지요.봄이네 논은 논 농사 짓기에는 좋지 않은 얼금이 논이지만,그 덕에 폭우가 쏟아져도 금세 물이 빠진 덕분에 밀이 제대로 났습니다.어쨌든, 밀을 다 빻아서 자루에 담아야 알겠지만,그래도 지금까지는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이 녀석이 금강밀입니다.올해는 금강밀을 적게 심었습니다. 금강밀은 아무래도..
밥집 열 준비를 하고,감자를 심고, 책 펴낼 일을 하고,밥집을 열어서 장사를 하고.그러는 동안 봄이와 동동이는 저 알아서 잘 크고 있습니다.지난 주말, 아주 오랫만에 날도 조금 풀렸겠다, 마침 옆 마을에 다녀올 일도 생기고 해서, 봄이와 동동이와 걷고 걷고 놀고 그랬습니다. 동동이는 이제 제법 걸음마를 합니다.자꾸 넘어지고, 주저앉고 그럽니다만.날만 밝으면 신발 신고 밖에 나가겠다.고 합니다. 봄이는 늘 생기발랄, 동동이가 걷는 사이골목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몇 번이나 뛰어갔다 뛰어왔다. 그러고도 오후에는 일요일, 텅 빈 중학교에서좀 더 뛰어놀기. ( + 한동안 못한 사진찍기) 봄이 머리 위로는 매화입니다.적고 보니, 지난 주말이 아니라 벌써 지지난 주말이네요. 4월 첫날의 사진들입니다.(며칠 앓고 ..
봄이네가 악양에 내려온 게 2008년입니다. 봄이를 악양에서 낳았고, 이제 봄이는 다섯살이지요. 봄이네 살림이 어디로 가는지, 그동안의 좌충우돌만도 적지 않았습니다만, 지난 월요일 그러니까 3월 19일에 봄이네는 하동 읍내에 작은 밥집을 열었습니다. 하동경찰서 건너편, 오래되고 작은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 건물 끄트머리 자리입니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가게였어요. 밥집에서 내는 것은 가마솥 곰국, 추어탕, 육회비빔밥. 이렇게 세 가지이고, 문을 여는 시간은 아침은 6시 30분부터 9시까지. 점심은 11시 30분부터 2시까지입니다. 아침부터 밥집을 지키고 있는 것은 아내의 몫이고, 저는 점심에만 나가서 아내를 돕습니다만, 5년차 봄이네살림.의 ( ) 시작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벌써부터, 시작하기 전부터. ..
(정월) 보름에는 나물을 조물조물 무쳐가지고, 밥하고 들고가서 소를 멕인다고. 여물통에 두고 이래 봐. 나물을 먼저 먹으믄 시절이 좋다 하고, 밥을 먼저 먹으믄 풍년이 든다 해. 뭐,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거지. 보름 아침에는 아이들이 온 마을 집집이 다 돌아댕기믄서 밥 읃으러 댕겨. 뭐, 읎이 사나 있이 사나 이날은 다 똑같이 밥 얻으러 댕기지. 솥에 한 솥씩 해 놓고 퍼 줘. 아이들이 우구루루 몰려오믄 바가지마다 가득가득 담아 줘. 동동이 돌이 지나고, 설, 보름, 하드레가 차례차례 지난 다음 이월 보름도 엊그제 지났습니다. 악양에도 따뜻한 안개가 한번 짙게 끼고는 날이 더 풀렸구요. 동네 머슴집(!)에 맞게 지낼 요량이라면 벌써 한참 전에 농사일이 한창이어야 했겠지만, 아직은 다른 일들로 그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