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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폭우가 퍼부을 것만 같은

바람, 구름, 입니다. 뒷산 봉우리에 검은 구름이 걸려 있는 것도

이틀째입니다만, 지난 일요일에도 그랬듯 비는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어디서든, 틈틈이 비를 바라는 기도를 하시길.




밀 타작을 하고,

열흘이 지난 그제 아침.

일찍부터 모를 심궜습니다.

이레쯤 물을 받아두었던 논에는 기계모를 내기에 좋을 만큼

물이 빠져 있습니다.




흙물이 들어 얼룩진 일옷을 차려입고,

무릎 위로 바짓단을 차곡차곡 접어 올립니다.

그러고는 물을 댄 논에

맨발로 들어서면, 

매끄럽고 보들보들한 논흙이 발가락 사이로

삐죽삐죽 솟아납니다. 

그제야 뭔가 안심이 되는 것이 있습니다.

올해는 어디서든 메마른 땅, 소식입니다.

모내기를 끝내 놓고도 불안하고, 조심스러운 것이

어느 때보다 더하기는 합니다만, 




찰칵찰칵 승용이앙기 모 꽂는 소리가 나고,

줄지어 늘어선 모들이 논을 메워갈수록

마음이 편안해 지는 겁니다.

이제 나머지 일은, 흙과 햇볕과 비와 바람과 그리고 어린 모.

그렇게 알아서 할 것입니다.




지금 계획으로는 내년부터는 기술센터에서 이앙기를 빌려다가

모 심기 하는 것도 직접 한다. 입니다.

마음먹은 것이 있으니, 이앙기 운전하는 동네 아저씨가 어찌 하는지

좀 더 꼼꼼히, 따로 적어둡니다.




처음 논을 마련하고, 벼농사를 시작할 때는,

힘이 닿는대로 손모내기를 하겠다.라는 바램이었지요.

논농사 지으면서 약 안 치고, 비료 안 하고, 그 다음 목표랄까,

그게 손모내기였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해마다 손모내기를 했던 까닭도 있고,

손모를 내었을 때, 무엇이 좋은가 하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역시 그보다는

여러 사람들 불러 모아서 함께 일할 때의 즐거움, 

가장 흥겹게 일했던 기억. 뭐 그런 것 때문일 겁니다.

지금은, 손모내기를 얼른 해야겠다는 생각은 쫌 줄어들었습니다.

모내기야말로, 석유가 떨어지든, 형편이 어떻게 바뀌든,

손모를 내는 것이 아주 어렵지는 않겠다 싶어졌거든요.

그러니까, 손모를 내는 것 말고 그보다 더 만만찮은 과정들을

알게 되었다는 것. 그게 다섯해짜리, 여전히 초짜 농사꾼의 깨달음입니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모가 잘 심어졌습니다.

빈 자리도 별로 없고, 뜬모도 거의 없구요.

이제 다시 물을 받습니다.

악양은 아직까지는 물이 모자라지는 않습니다.

물을 못 대서 모내기를 못한다거나 

어느 집에 먼저 물을 댈지 하는 일도 없구요.

그래도 밭은 바짝바짝 마른 곳이 많아서

따로 물 주느라 바쁩니다.





(이건, 타작 며칠 전 잘 마르고 있던 밀.)

밀 타작을 하고 그 논에 물을 대서 모내기를 하기까지 열흘이었습니다.

그 사이 다행히 한번, 비가 내렸지요.

그래도 올해 밀은 잘 마르며 익어갔다기보다

어느 날부터인가 금세 타들어가듯 말랐어요.

이삭 빛깔도 조금 더 탄 빛이었구요.

날씨가 좋지 않았던 것은 이미 작년 가을 밀씨를 뿌릴 때부터여서,

올해 악양에는 밀 타작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집이 여럿입니다.

봄부터 밀밭을 갈아엎은 집이 많았거든요.

봄이네는 그런 것에 견주면 수확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분명코 곧 장마일테니까요.

밀가루를 빻고, 포장을 하고, 담아서 보내드리는 것은 장마가 끝난 다음이 될 겁니다.





올해도 봄이네는 토종밀과 금강밀 두 가지를 모두 심었습니다.

일단 맛을 들이고나니 어느쪽도 포기하기 힘들어지더라는...

왼쪽이 토종밀, 오른쪽이 금강밀입니다.

이삭만 봐서는 아직 둘의 차이를 잘 모르겠어요.

금강밀과 토종밀로 빵을 구우면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에 대해서는 직접 농사를 짓는 저희보다

월인정원님이 훨씬 자세히 적어주셨지요. 아래 링크를 살펴보세요.


월인정원 님의 

1) 토종밀 빵 굽기 http://healingbread.net/70116304723

2) 토종밀과 금강밀 비교 http://cafe.naver.com/webmov/396


그리고, 봄이네가 적어둔 토종밀과 금강밀의 차이 

http://haeumj.tistory.com/80



어쨌거나, 봄이네의 쓰임으로 보자면,

금강밀은 제빵,

토종밀은 수제비, 칼국수, 부침개, 쿠키, 

이렇게 나눠서 씁니다.

이삭으로 봐서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지만,

일단 벗겨보면 전혀 다른 녀석들이 나오고,

음식을 할 때는 거의 뭐랄까요, 

우리가 먹는 쌀(자포니카)과 인도 사람들 먹는 쌀(인디카)의 차이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입 맛을 보는 것만으로도 차이를 알 수 있지요.

물론 시중에서 파는 수입산 밀가루와도 전혀 다르고요.

특별히 토종밀,이라고 적어 두지 않았다면 대개 생협이나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우리밀.

빵집에서 쓰는 우리밀은 거의 금강밀(혹은 이와 비슷한 조경밀)입니다. 

그래서 봄이네는 지난해부터 토종밀을 더 많이 심었어요.

금강밀은 꼭 필요하다면 다른 곳에서도 구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아무래도 집에서 자주 많이 먹는 쪽은 토종밀.

(빵을 구워대기 시작하면 밀가루 줄어드는 것은 순식간이긴 합니다만.)




이렇게 심은 토종밀로

봄이네가 준비한 올해의 특별 이벤트.랄까요.

지난 번에 잠깐 적어두었던 것인데요.

봄이네의 유기농 토종밀로 국수를 뽑기로 했습니다.

흠, 아마도 유기농 토종밀 국수.는 제가 알기로는 구할 길이 없는 것.

시중에 나와 있는 유기농 우리밀 국수는 거의 금강밀 국수이고,

토종밀 국수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유기농이 아니고, 뭐 여튼 그렇습니다.

(물론, 봄이네가 국수 뽑겠다고 전국을 다 뒤진 것은 아니니 어디 있을지도 몰라요. ^^;)

처음에는 맛있게 국수를 뽑아내는 오래된 국수집들을 수소문했지만,

밀가루가 달라지는 것은 국수집에서도 간단치 않은 문제라, 마땅한 곳을 찾기 어려웠는데요.

다행히 이곳 하동에서 멀지 않은 남해에서 토종밀로 국수를 뽑는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곳, 남해에서 토종밀로 뽑은 국수라 해서

집에서 끓여 먹었지요.

국수에는 밀가루와 약간의 소금 말고는 아무 것도 넣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봄이네 국수도 오로지 밀가루 + 약간의 소금으로 뽑습니다.)

면발에는 토종밀의 빛깔이 배어납니다. 새하얀 면발은 아니지요.

역시 밀가루 맛부터 달라요. 작년에 봄이네 토종밀을 맛보셨던 분들이라면

조금이나마 맛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도 그렇게 상상 중.

과연 봄이네 유기농 토종밀은 국수로 나왔을 때 맛이 어떨지. 

그동안 빵이든 부침개든 수제비든,

늘, 고마운 맛을 일러준 밀가루이니

이번 국수 또한 그러지 않을까 싶고요.


봄이네에서 국수와 밀가루를 준비해서 보내드리게 되는 것은

아마도 작년처럼 8월 초가 될 듯 합니다.

그런데 국수를 뽑는 것은 남해까지 저희가 다녀와야 하는 데다가,

한 번 뽑을 때 최소량도 적지 않아서

국수를 뽑는 것은 한 해에 한 번.

봄이네가 먹을 만큼 + 주문받은 양.

이렇게 한번 국수를 뽑고 나면 그걸로 올해 국수는 끝.

그러니 미리 예약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필요하신 밀가루와 국수를 주문해 주시구요,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1년치를 주문하시면

저희가 보관했다가 몇 번에 걸쳐서 나누어 보내드릴 수도 있어요.

(배송비는 나누어 받는 만큼 더 내주셔야 하기는 합니다만...)

자, 그럼.



2012년 여름에 거둔 봄이네 밀


  유기농 금강밀  밀가루  1kg 

 5,500원

  유기농 토종밀  밀가루 

 1kg

 5,500원 
  유기농 토종밀  국수

 500g(4-5인분) 

 5,500원

  유기농 밀기울

 2kg

 2,000원

  + 밀기울만 따로 보내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밀가루 사시는 분들께만 드리는 덤이에요.

    (한번 발송할 때, 한개 보내드립니다.)


** 배송비는 보내는 양에 상관없이 한 군데 한 번 보낼 때에 3,000원이에요.
** 일주일에 한번 월요일에만 발송합니다. 

    (밀가루와 국수는 8월 초, 준비가 되는대로 알려드리겠어요.)

** 주문은 여기에 댓글, 혹은 메일로 해 주시면 됩니다. haeumj@gmail.com
** 계좌번호는 농협 833022-52-067381 전광진 입니다.




덧.

*

매실쨈과 살구쨈, 매실장아찌는 올해는 따로 담그지 않았습니다.

매실쨈과 배쨈이 아직 남아 있기도 하구요,

올해 매실 수확이 적어서 따로 쨈을 졸이거나 장아찌를 담기에 모자라기도 했어요.

효소는 늘 보내드릴 만큼 남아 있구요.


   석류 효소   1병에 50,000원 (500ml)  유기농 석류(하동)
   진달래꽃 효소   1병에 40,000원 (500ml)  지리산 자락(악양) 진달래
   매실 효소
   도라지 효소 
   솔잎 효소
   인동초꽃(금은화) 효소   
   1병에 20,000원 (500ml)   봄이네가 기른 매실
  지리산 골짝(화개) 도라지
  지리산 자락(악양) 솔잎(솔순)
  지리산 자락(악양) 인동초꽃

   배쨈
   매실쨈

   1병에 9,000원(240g)

 저농약 배(하동)
 봄이네가 기른 매실



**

봄이네가 하동읍에서 하는 밥집. <곰국과 비빔밥>에서 내는

사골 곰국과 시래기 추어탕도 얼려서 보내드릴 수 있어요.

곰국과 추어탕에 대한 설명은 여기를 보시면 됩니다. http://haeumj.tistory.com/98

곰국과 추어탕은 얼려서 보내드립니다. 날이 너무 더워서 8인분부터 보내드릴 수 있어요. 

더 적게 보내드리면 중간에 녹아버려서요.


 하동산 한우를 장작불 가마솥에서 스무 시간 고아 낸 사골 곰국

       600g(2인분) 

 5,000원 

 시래기 국에 미꾸라지를 갈아 넣고, 장작불 가마솥에서 끓인 추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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