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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네 가게

봄, 산나물.

haeum_se 2013. 5. 10. 06:29


봄이네 식구들,

다같이 산을 오릅니다.

봄맞이. 산나물 하기.

봄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이미 참꽃(진달래) 필 무렵부터

틈틈이 나물하러 산에 다니셨습니다.

이제 산나물 하는 것은 거의 끝물이에요.

곧. 여름이 들이닥칠 겁니다.



산으로 오르는 길 초입입니다.

마을 사람들에게만 열린,

꽤 넓은 임도이기는 하지만, 

마을 사람들만 아는 길.




마을 뒷산이 곧 지리산입니다.

네이버 지도에는 성제봉.이라고 쓰여 있지만

마을 사람들은 흔히 형제봉.이라고 합니다.




아직은 큰 나무 잎들이 다 피지 않았습니다.

햇볕이 나무 사이를 지나 땅바닥까지 가 닿습니다.

땅바닥에서 자라는 풀들은,

(흔히 먹는 나물들이 대개 그렇지요.)

볕이 내려 오는 이 시간에 많은 것을 합니다.

곧, 잎이 무성해지면, 하늘 보기가 어려워지지요.

참취, 보이시죠?




예전에 편집한 책 가운데, 산나물을 주제로 한 책이 있었습니다.

나물 하시는 분들을 따라 산에 다니곤 했어요.

나물을 하시는 꼬부랑 할머니를 따라 다녔는데,

그저 사진기 하나 달랑 들고 헥헥 거렸지요.

그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당최 아무 것도 분간할 수 없었다는 것.

'이거 뭐에요?'를 입에 달고 다녔지만,

내려와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있자면, 다시 아득해질 때가 많았습니다.




참취.

흔히 취나물이라고 하는 그것입니다. 참나물 아니고요.

곰취나 개미취, 병풍취 같은 것은 따로 이름을 붙여 말하니까

취나물,이라고 하거나, 참취.라고 하는 것이 이것이에요.

취나물 할 때는 뿌리를 두고 칼로 베어냅니다.

그래야, 다시 순이 올라옵니다.

다음 사람이 올 때쯤 또 잎이 나 있거나,

혹은 내년에 다시 그 자리를 찾았을 때, 취를 보고 싶으니까요.




정작 내려와서도 산나물 하러 다닌 적은 많지 않았어요.

그래도, 이제는 제법 따라 다니는 중에

먹을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냅니다.

스스로 조금 대견해집니다.

그 때에도 그랬어요. 산나물 하시는 할머니를 따라 다니면서

'이게 뭐에요?'라고 물으면,

나물 이름이 돌아오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건 못 먹어.'라고 하시거나, 

그렇게 두 가지 유형의 대답이 돌아왔으니까요.

먹을 것, 쓸모가 있는 것은 이름과 그 쓰임이 따라붙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몰라, 혹은 그거 못 먹어, 그랬습니다.

그 명쾌한 가름은 대대로 산을 누빈 사람들이 쌓아온 지혜, 그 자체였어요.

분류학을 따라 식물을 나누고, 오로지 이름이나 주워 섬기는 것은,

정말 이상하고 쓸모없고,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습관입니다.




드문드문 나물들이 있는 곳을 지나,

한 너댓 평쯤.

여기는 그래도 나물밭 이름을 붙일 법한 자리가 나옵니다.

늘상 다니시는 곳이니, 

봄이 할머니, 할아버지는 거침이 없습니다.




참취만큼 많이 한 것이 고사리입니다.

취나물이건 고사리이건, 밭에서 기른 것과 산에서 난 것을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봄이가 마트 달걀과 풀 먹고 자란 닭의 달걀을 전혀 다른 것 취급하듯이,

이것도 다른 것이에요.

같은 노래도,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지요.

그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니 누구나 잘 알아채기 마련이지만,

먹을 것 달라지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둔감해진 사람이 많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랬어요.

혀끝이 자연산을 알아차리고, 건강하게 자란 달걀을 알기 시작한 겁니다.

좋은 것을 먹을 때, 더 많이 행복해지고, 

그러고 나면, 정말로 더 좋은 것을 찾아 헤맵니다.

날마다 끼니마다 어느 정도 수준을 맞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돼요.

그것은 곧, 엥겔지수가 높아진다거나,

혹은 먹을 것을 위하야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




뭐랄까, 그런 얘기 할 때에

참 적당한 예가 되지 않을까 싶은 것 가운데 하나가 이 고사리입니다.

밭에서 난 것과 자연산이 정말 다르다.

이 쪽의 예로도 적당하지만,

무엇보다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쪽의 예로 말입니다.

저는 거의 내내 사진기를 들고 있어서, 

이 날 별로 나물은 손에 대지 못했습니다만,

고사리는 눈에는 가장 잘 띄고,

사진기로 잡기는 무척이나 어려운 것.

고사리를 하나둘 꺾기 시작하면, 
다시 사진기 쥐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고사리의 마력'은 경험을 해야만 알 수 있고,
대신 경험한 사람은 누구든 무슨 말인지 알 겁니다.




봄이도 고사리를 꺾기 시작합니다.

내년에는 네가 메고 다닐 나물 보따리 하나 마련할게.

산나물 취재 다닐 때에 

고사리 꺾다가 어두워지는 줄도 모르고,

깜깜해진 산길을 나물 자루 메고 굴러 내려왔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었어요.




다시, 한 고개 더 오릅니다.




동동이도 내려서는 누나하고, 엄마 손 잡고 걷고요.




한참 올라가니, 다시 볕 잘 드는 땅이 있습니다.

깊은 산에, 뭔가 많이 나는 땅은 며느리한테도 안 가르쳐 줍니다.

기력이 다하고, 이제 때가 되었다 싶을 때에

자식들을 데리고 가서 일러 줍니다.

큰 살림을 물리듯, 그렇게 물려 주는 것입니다.

요즘은 그런 곳이 얼마 없어요.

'갈차 주재도, 자석이 읎어.'

주인 없는 논이며, 밭이며, 흙집이 

하루가 다르게 무너져 내리듯,

산 속 나물밭이니, 약초밭이니, 버섯밭이니, 하는 것들도

해마다 찾는 손길이 없어지면, 

무너져 내리고, 사라집니다. 그게 그냥 원래 있어서

언제든 다시 가서 찾기만 하면 되는 그런 게 아니거든요.

요즘, 우리나라 숲은 어디를 가든 그렇게 버려지고 있습니다.

정체불명의 잡목림이 되어 가고 있지요.




제법 산에 올라와서도

봄이는 어디서든 달립니다.




그리고, 제가 한동안 산나물을 취재하고,

온갖 자료들을 들춰보고, 그럼에도 아직 긴가민가 하는 것들을,

봄이는 힘들이지 않고, 어렵지 않게, 풀들 사이에서 나물을 골라 냅니다.

이제 여섯 살이에요. 

지금 나이에 배워야 하는 것이 있지요.




동동이도 손에 든 것은 나물.

동동이는 세 살.

꽃보다 나물.

어떻게 하면

마땅한 때에 마땅한 것을 가르칠 수 있을까요.





다래덩굴입니다. 큰 나무를 타고 저만치 올라가서는 먼저 잎이 났습니다.

다래순도 꽤 했어요.

가을에는 다시 이 자리에 올 겁니다.

다래 따 먹을 생각하면 벌써 입에 침이 고여요.

항아리든 다라이든 재 놓고, 

또르르 굴려 가며, 뒤적여가며 먼저 익는 것을 골라 먹을 겁니다.




다래 농장이라면 다래 순 따는 것도 어렵지 않겠지만,

산에 자라는 다래는 대개 높은 나무를 타고 올라갑니다.

손 닿는 자리에 있는 것이 얼마 없어요.

때를 맞추기도 어렵지요.

그래도 맛있어요.

올해 나무 순은 구기자나무순으로 시작했는데요,

엄나무나 두릅도 좋지만, 

다래순을 빠뜨릴 수는 없지요.

다래순은 상추 솎듯이 건너가며 땁니다. 이것처럼 좀 핀 게 있으면 괜찮구요.

여튼, 적당히 남기고 적당히 얻고,

자신이 '적당히'를 가늠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아마도 대개는 그것을 자각하지 않겠지만)

영영 다래순과 인연을 끊을 수 없는 지경이 되는 겁니다.


밭이나 농장에서 해 먹는 기준으로 따지면,

잎이 너무 피었다거나, 나물이 쇠었다거나 싶은 것들도

산에서 자란 것은 그냥 해 옵니다.

그러면, 산에서 해 온 것이 더 보드랍고 맛있고 그래요.

사진에 있는 것도 대개 농장에서는 아직 잎이 펼쳐지지 않은 것만 땁니다.

산에서는 잎이 피어난 것 가운데서도 아직 여리하다 싶은 것은 따요.

취도 그렇습니다. 크기만 보자면 산에 것이 더 크고 더 쇤 것 같아도,

맛은, 씹는 느낌은 그 반대입니다.




두번째이자 뭔가 밭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곳으로는

마지막이었던 나물밭.




여기도 그저 예닐곱평 쯤이었지만, 

반갑고, 또 고마운 땅입니다.




악양에 내려와, 처음 먹은 것이에요.

제피나무(초피나무)순. 이거 열매를 갈아서

추어탕에 넣어 먹는 것만 알았는데, 이 동네에 오니

김치에도 넣고, 순을 무쳐서 나물로도 먹고, 방아잎 다음으로

널리 쓰는 향신료였어요.

처음에는 그 터지듯, 입안을 헤집는 향기와 맛에 정신을 잃기 쉽습니다만,

이것도 길들여지면, 다시 놓을 수 없습니다.



흔히, 산초나무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산초는 가시가 어긋나고, 제피는 가시가 마주나고.

뭐 이런 식으로 설명을 써 놓습니다.

제피는 이 동네에서는 워낙 많이 먹으니까요.

저희 집 마당에도 작은 것이 한 그루 있습니다.

뒷산에는 제피도 자라고, 산초도 자랍니다.

산초도 아주 중한 나무이지요.

산에서 자란 산초 열매로 짠 기름은 박카스병으로 한 병에 십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삼씨 만큼이나, 아이 키울 때는 중요하고 귀하게, 그리고 널리 쓰였던 약이에요.

이제는 나무 태만 보고도, 제피인지, 산초인지 좀 가늠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서, 헷갈리는 것을 어떻게든 외,워,서, 잊지 않겠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어요. 헷갈리는 것은 다 그럴 만하기 때문.




봄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어느 순간 

나물과 한 몸이 되셔서는...




제가 이렇게 남아 있는 나물을 먼저

사진기에 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나물 난 자리를 따라

배낭 가득 나물을 하시면서 다니시고,

저는 사진기 하나 들고 따라가는 것도 헉헉 댑니다.




머리 위, 연둣빛 잎들이 피어 있습니다. 아직은 그래도 이 잎들 사이로 햇볕이

내려옵니다. 잎이 더 무성해지고, 산그늘이 깊어지면, 나물들은 하루내내

햇볕 보기 어렵지요. 그러기 전에, 얼른 얼른 채비를 해 놓아야 합니다.

나물을 하는 것도, 그 때입니다.




철쭉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봄이는 아직, 나물보다는 꽃.

길섶에 핀 온갖 꽃들을 다 참견하고 올라왔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산 깊은 곳으로 더 들어 가시고,

저희는 철쭉 옆에서 돌아 내려왔습니다.

봄이, 동동이, 내려오는 길은 찬찬히 놀면서 옵니다.

혹여, 눈에 띄는 나물이 있나 살펴보면서요.




내려오는 길에는, 멀리 나무들 사이로 섬진강이 보입니다.

집 가까이에서, 이런 것들 사이에 있을 수 있으니 좋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점심 때가 훨씬 지나서야 내려 오셨지요.


봄이네가 효소나, 다른 먹을 것을 여기에 올릴 때 그러하듯.

나물 또한 어림했던 것보다 꽤 많이 했습니다.

내려온 지 몇 해만에, 봄이네 살림에는 처음 올리는 산나물.

이것 만큼은, 해마다 다시 올릴 수 있을지 어쩔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요. 그것은 모두 하늘의 뜻, 산의 뜻.

여튼, 봄이네 한해 먹을 것을 제하고도 

나물이 애북 넘칩니다. 필요하신 분 말씀해 주세요.


*

산에서 한 나물 가운데 누린대나무순이 있어요.

아마 드셔 보신 분이 별로 없으시겠지요.

공식 명칭으로는 누리장나무라고 하는 나무예요.

누린내가 저 멀리까지 퍼진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정말 그래요. 근데 이 나무 순을 따다가 데쳐 사나흘 넘게 우린 뒤에 

나물로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지요. 

이건 양도 그리 많지 않고요. 다래순은 보드랍고 향기롭다면,

누린대나무순은 고소하고, 씹는 맛이 좋아요. 

봄이 할머니, 할아버지는 산나물 가운데 최고로 치는 것.

꽤 깊은 산에 있어서 저도 사진을 찍어 오지는 못했어요.

한두번 누린대나무순을 하러 더 가신다니까, 따라갈 수 있으면

찍어서 보여드리겠어요.


**

나물은 한번 데쳐서 말린 것이에요.

누린대나무순은 몇 날 우려서 말린 것이구요.

그러니, 평소 나물 해 드시듯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이것도 처음에는 집에서 한해 치 두고 먹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어서,

불을 많이 넣어서 충분히 삶은 다음,

바짝 말렸어요. 좀 많이 말렸지요. 

그래야 보관하기 좋아요. 맛도 좋구요.

그러나 푹 삶고 많이 말린다는 것은 그만큼 가벼워진다는 뜻.

(얄팍한 마음으로는 말리기 전에 무게로다가 재서 표시를 하고 싶지만,

봄이네 식구 가운데 이런 생각할 만큼, 얄팍한 것은 저밖에 없어서 ^^;;;)

나물을 받아서 불려 보면, 얼마나 잘 말렸는지 아실 겁니다.

그리고 나물을 받으시면, 조심해서 다루셔야 해요. 바스라지지 않도록이요.


***

나물은 데쳐서 말린 것 100g씩 포장하구요.

고사리 | 다래순 | 누린대나무순(누리장나무순) :15,000원

취나물(참취) : 10,000원

배송료는 한 번 보낼 때 3,000원

이렇게입니다.


비밀댓글이나 메일로 필요하신 것 일러 주세요.
적으실 것은 [이름, 주소, 전화번호, 나물 종류와 양.]

제 계좌는 농협 833022-52-067381 전광진입니다.
주문하신 것은 5월 20일(월)에 처음 발송합니다.
그 다음부터는 매주 월요일에 보내드립니다.

봄이네 산나물 소식은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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