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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살아 숨쉬는 시골집.

haeum_se 2013.07.05 14:29



상추쌈 출판사의 출간 예정 목록에는 물론.

집에 관한 책도 있다.

식_의_주에 관한 기획 목록이 주루룩 있다.

지금은 목록만 있기는 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은 1968년 상량. 삼칸집.

정지와 마루까지 해서 8평쯤. 아마도 초가였을 것이다.


집을 샀을 때는 함석지붕이었던 것을,

강판으로 지붕을 새로 하고, 

보일러로 덮은 구들을 다시 살리고,

합판으로 대어 놓은 천정을 뜯어서 서까래가 드러나게 하고,

그런 식으로 집을 고쳤다.


창고를 새로 지었고, (경량목구조 방식인데, 구조만 있다.)

작업실과 아이들 방을 겸해

ALC로 2층 건물을 한 채 지었다. 한 층에 6평쯤.


45년쯤 된 본채는 지붕만 새 것일뿐,

기둥이며 벽체며 집을 지었을 때 그대로이다.

부엌으로 화장실을 달아낸 쪽만 시멘트 브로끄 벽이다.

집 뒷쪽으로 귀퉁이가 조금 무너진 자리가 있는데,

벽 안에 대를 짜 넣고 흙을 친 것이 보인다.

이미 집을 지을 때 쓰인 나무의 수명보다

집으로 지어진 다음의 수명이 더 길다.

아마, 집이 비게 되면, 그 자리에 조용히 사그라들어서 흔적도 남지 않을 것이다.

새로 지은 창고와 작업실은 그럴 수 없겠지.


잠자고 밥먹고 쉬는 것은

살아있는 집.에서 한다.

집이 살아있다는 건, 사람한테도 그렇지만,

다른 생명체도 똑같이 느낀다.

사람한테 살기 좋은 집이란,

모두에게 살기 좋은 집.

도마뱀은 귀여운 녀석이고,

가끔 돌담으로 족제비도 드나든다.

물론, 몇몇 고양이는 제 집으로 알고 있고,

딱새, 곤줄박이, 직박구리, 박새도 자주 찾아 온다.

새로 지은 창고 처마 밑에는 누구 것인지 모르겠는

새 둥지도 있었다.

그리고, 무척이나 다양하고, 많이 사는 것은,

벌레.

다른 벌레들은 뭉뚱그려서 벌레라고 인식하는데.

그러기 힘든 것이 두 가지 있다.

지네와 말벌.


지네는 어느 순간, 어디에서 나올 지 모른다.

다섯 해 넘게 살면서 대여섯 번쯤?

많지는 않았지만, 특히 올해 들어 세 번이나 봤고,

그 중에 두 번은 아이와 아주 가까이에 있는 것을 봤다.

그러니 기겁을 했지.

쫌 나가서 살면 좋을 텐데. 

어쨌든, 지네는 잠깐 동안의 조우,만으로도

독을 품고 천정 서까래 사이에서 쳔 년을 기다렸다거나,

지네 독이 가마솥에 떨어져서 식구들이 시름시름 앓았다거나,

뭐 그런 지네가 나오는 온갖 옛이야기들이 머리속에서

주루룩, 지네 다리 만큼이나 많이, 지네 만큼 빨리, 지나간다.

다행이 아직 물린 적은 없다.

집에서 만난 지네를 잡아서 내버린 몇 번의 경험이 있었지만,

사진을 찍을 수는 없다.




그리고, 말벌. (우리집에 벌집 지은 것은 말벌 까지는 아니고 쌍살벌 종류다. 왕바다리.)

경량목구조의 구조만 있는 우리집 창고는 외장을 제대로 하지 않고,

OSB합판으로 외벽이 둘러쳐져 있다.

말벌들이 이것을 조물조물 뜯어가서는 자기 집 짓는 데 쓴다.

마음에 드나 보다.

점점 벌들이 나타나는 횟수가 많아진다.

한동안은 파리채로 창고 벽에 붙어 있는 말벌들을 처리했으나,

갑자기 많아졌다. 

창고 처마에 짓기 시작한 말벌 집이 달려 있었다.

말벌들이 아이들 노는 곳 가까이로만 오지 않았다면,

아마 더 한참 후에나 알아챘겠지.

119라도 부를까.

잠시 검색해 보니, 시골에서도 요즘은 119에 말벌 집 떼달라고 하는 집이 있었다.

아, 그래도, 역시 말벌 집 때문에 그 바쁘신 분들 오라가라 하고 싶지는 않지.

집에 말벌집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창고 처마, 또 하나는 본채 처마.

폭풍 검색질 후에

하나는 에프킬라. 또 하나는 끈끈이로 처리하기로 한다.




그렇게, 두 개의 말벌 집을 없앴다.

말벌은 뭐, 계속 나다녔다.

줄지 않았다. 니들은 어디 사는 것들이냐.

구석구석 다시 집을 돌아 보았다.

미처 찾지 못 했던 것. 다섯 개.

그러니까 도합 일곱 개였다.

저것을 어찌한단 말인가. 

남은 것들은 달린 자리마다 작업이 간단치 않을 것이었다.

그날 저녁에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벌집 이야기를 했다.

"제가 예초기로 풀 베다가 모르고, 말벌 집을 건드렸나봐요.

그 때, 세 방 쏘였거든요. 이게 벌한테 쏘였다, 이런 기분이 아니고요.

무슨 둔기로 얻어맞는 것 같았어요. 정말 누가 망치 같은 걸로 후려치는 것 같다니까요.

119에 전화했더니 와서 떼 주더라고요. 

전화 잘 했다고, 젊은 분이 오셔서는 부담 갖지 말고 전화하라고. 그러셨어요"

고맙습니다.

그 자리에서 고민은 끝났다. 다음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119에 전화를 했다.




"내, 벌집 띠러 맣이 다녔지만, 여처럼 촘촘히 지은 기는 처음이네."

이제 막 짓기 시작한 벌집까지 하면, 숫자는 더 늘어났다.

나중에는 처마 칸칸이 들어앉을 기세.

119대원은 얄푸레한 모기장 같은 것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작업을 했다.

"일하다가 안 쏘여요?"

"똑같지요. 쏘이면 아프고. 이거는 그래도 말벌보다는 나아요.

말벌집 뗄 때는 좀 더 두꺼운 옷 입는데, 그거는 조금 일하고 나면

습기가 차서 앞이 안 보이니까. 바다리 할 때는 그냥 이거 입고 해요.

여름에는 응급(인명 구조)보다 벌집(떼러 출동하는 일)이 더 많아요. 여기 화개하고

악양하고 골이 깊으니까, 위로 벌집 있는 집 많거든요."





**

밀가루와 국수, 효소, 산나물. 이런 것들은 다음 글을 보시면 됩니다.

맨 아래쪽에 목록이 있어요. 

오른쪽 메뉴에 봄이네 가게. 카테고리를 한번 훑어보시면 좀 더 자세히 보실 수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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