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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계마을

지난 여름_01

haeum_se 2014. 8. 26. 02:19
가끔씩이기는 해도, 블로그에 종종 글을 올리다 보니,
틈나는 대로 애써 사진을 찍는다. 사진이 없으면 글이 잘 이어지지 않고,
또 사진이 없는 기억은 쉽게 사라지게 되었다.
지난 일을 찍어 놓은 사진이 많으니까, 어지간한 일들은 사진에 있을 거라 믿고,
까먹어 버리는 것이다. 폰에 담긴 전화번호나 마찬가지.
하지만, 필요한 기억을 끄집어내려고, 사진을 들춰보는 일은 별로 없다.
사진은 너무 많고,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당연히.) 사진기를 들 여유가 없다.
여튼, 해마다 이상한 날씨의 여름.
8월이지만, 여름이 지나버린 것은 분명하다.
아래의 것은 지난 여름 사진기를 들었던 순간들 가운데 몇몇 장면.
사진을 찍을 때는 사진 하나에 이야기 하나 졸가리가 잡혀 있었지만,
지금 모아놓으니, 간단한 장면들.



0621


봄이와 동동이가 유치원에 가지 않게 된 것도 제법 시간이 흘렀다.
아이들은 저들끼리 노는 시간이 많다.
다행스럽게도 누나와 남동생은 사이 좋은 남매. 잘 논다.



0622


청소하고, 정리하고 하는 일 따위도 몸에 조금씩 붙는다.
아이들에 대한 고민, 가장 큰 것 몇 가지는 여기서나 도시에서나 다르지 않은데, 
대체 어디에서 친구들과 놀게 할 거냐. 그러니까 어디 믿고 보낼 만한 곳이 있냐.
하는 것이다. 그게 쉽지 않다.
정말 보내고 싶은 곳이 생긴다면,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지만,
도시나 시골이나 대체 그런 곳이 어디.



0627


두 평이 되지 않는 방. 아이들 셋이 먼저 잠들고 나면,
엄마아빠 누울 자리가 딱 맞춤으로 남는다.
복작거리고 떠들썩한 잠자리.
세 아이 모두, (강이는 지금까지, 봄이와 동동이는 태어나 꽤 오랫동안)
잠잘 시간이 가까워지면, 이 방에 돌아와 눕기를 바란다.
그래서 늦은 시간에 밖에 있거나, 다른 집에서 자기가 어렵다.



0629


집 앞 개울 건너 감밭에 
조용하던
직박구리.



0701


올해 첫 토종밀 밥상.
짜파티를 구워,
밭에서 방금 거둔 채소들과 먹는다.
토종밀이 이제 네 해째인데, 올해 토종밀은 지난 것들과 다른
어떤 새로운 맛의 단계에 올라섰다. 정말 감격적인 맛.
더불어. 아토피가 있는 봄이가 맘껏 먹을 수 있는 것.
밥상 위에 있는 것 가운데 소스 정도를 빼면. 모두 농사지은 것.
내년에도, 부디 해마다 여름 한 때,
이만한 밥상을 차릴 수 있기를. 
아내와 아이들과 둘러앉아서.



0701


그날 아침에 식구들이 모두 쫌 많이 먹었다.



0727


이것은 쇠족제비의 발. 종종 길에서 두더지나 고양이나, 또 
짐승들을 본다. 처음에는 족제비 어린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쇠족제비.
족제비는 종종 눈에 띄지만, 쇠족제비는 아주 드물다.



0805


태풍이 지나갔다. 큰 피해는 없었지만, 깨밭. 일찍 모종을 낸 쪽으로는
깨가 다 누웠다. 아주 넘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괜찮다.
8월 22일이 되어서, 처음으로 깨를 쪄 내기 시작했다.
참깨는 자라면서 마디마다 꽃을 피우고 올라간다.
그러니 깨 꼬투리도 마디마다 달려 있다. 맨 아래 것이 익으면
익은 것을 하나씩 골라서 쪄 낸다. 조금만 건드려도 깨가 줄줄 쏟아지니까
하나씩 베어 낼 때부터 조심한다. 할매들은 키를 받치고 낫질을 한다.
그렇게 익은 것만 골라서 하나씩 베어서는 키에다 차곡차곡 쌓았다가
집으로 가져와서는 잎을 떼 내고, 한 단씩 묶는다. 잎을 떼 내지 않으면
나중에 깨를 털 때, 잎이 자꾸 부스러져서 갈무리할 때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다.
묶어서는 담 안에 세운다.
깨는 한 단 한 단이 귀하고 귀해서, 어지간하면 살팎에 세우지 않고,
마당에 둔다. 세울 때도 밑에 무엇이든 받치고. 그렇게 세워서 다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랬다가 깨를 턴다.
올해 참깨 농사가 처음인데, 제법 실하게 되었다.
가을이 조금 깊어지면, 고소하게 깨를 볶고, 참기름도 짤 수 있을 것이다.



0806


집에 아버지가 주신 알로에 화분이 하나 있었다.
한동안 그냥 두었는데, 봄이가 자기 바른다고 알로에 잎을 잘라서
즙을 내달라고 한다. 할아버지가 가르쳐줬다고 했다.
알로에로 만든 무언가는 꽤 자주 사다 썼는데,
알로에 잎을 곧바로 따서 즙을 내는 것이 제법 간단하다.
화상이든, 다친 상처든, 아토피든. 여튼 바르는 용도로는
이만한 것이 없으니, 집에 아이가 있으면 화분을 하나 두는 게 좋겠다.
잎을 하나 따서 껍질을 벗긴 다음, 갈아서 즙을 낸다.
그걸 통에 받아서 냉장고에 보관하면, 꽤 오래 보관할 수 있고,
필요할 때 쓰기도 좋다. 
이번에야 알게 된 사실은 알로에는 알로에 음료처럼 달지는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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