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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계마을

지난 여름_02

haeum_se 2014. 8. 26. 09:30

지난 여름_01에서 이어지는 것.


0809


김매러 갈 때, 아이들이 종종 따라나선다. 우리 논에는 논물 드는 물길이 
개울처럼 흘러들게 되어 있다. 봄이와 동동이는 그 좁은 자리에서 몇 시간이고 물장난을 친다.
그렇게 놀고는 동동이는 짐차 뒷자리에서 자고, 봄이는 저 혼자 더 논다.
이날은 날씨도 좋고, 김매기도 얼추 끝이 보이는 때여서, 
잠시 여유를 부려가며 일하다 말고 사진도 찍었다. 
그러니까, 이런 사진을 그저 평소에. 찍을 수 있다는 게,
아이한테나 나한테나 좋은 것 아니냐. 으쓱해지는 게 있다.
물론, 그런 것은 사진같은 풍경이 금세 지나가듯, 지나가지만.



0809


날은 저녁까지, 깜깜해질 때까지 좋았다.
위에 불 큰 것 두 개는 뒷집.
맨 아래가 봄이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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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그리 덥지 않았다.
벼르고 벼르다가 겨우 날을 잡아서
두 녀석이 바라던 물놀이.
논 가는 길. 아래.
아마도 그리 오래지 않은 때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천렵했던 자리.
신기하게도 플라타너스 두 그루가 있었는데, 마을 할배가 젊을 적에 심은 것.
그늘이 좋다.



0813


밭에서 기른 수박. 
수박맛 수박.
멀쩡히 기른 것은. 무엇보다
그 살이 제대로 되어 있다.



0816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한다. 앞으로 이불 빨래는
이렇게 하는 것으로.
아주 새하얗게 빨았다.



0816


봄에 완두를 거두었다.
완두콩 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그때 제때 내지 못한 것은 모두 얼려두었다.
얼렸다가 이제야 조금 여유가 생겨서 만든 완두앙금빵.
아내는 이제, 밀가루를 반죽해서 빵을 굽는 것이,
쌀 씻어 밥 앉히는 것만큼이나 손에 붙었다.
게다가 거의 모든 재료가 농사 지은 것이니 
강이는 밥 먹는 것만큼 빵도 먹는다.



0816


강이는 아직 세면기에서 목욕을.
이제 엎드린 채로 다리에 힘을 주고는 엉덩이를 들 줄 안다.
잘 웃고, 또 잘 운다. 누나는 자기하고 놀아주니 좋아하지만,
형은 경쟁상대. 누구든 형을 안아 준 사람한테는 
한동안 눈길을 주지 않음으로써 응징한다.



0816


아내가 자주 빵을 굽기는 하지만.
앙금이 잔뜩 들어간, 단 맛의 빵은 처음.
아이들. 특히 동동이의 반응이 좋다.
(물론, 나도 많이 먹음)
완두앙금은 손이 많이 간다. 기계의 힘을 빌지 않고
손으로 하자면, 조청을 고는 것에 견줄 만하다.
얼려 놓은 완두가 제법 있어서, 앙금을 만들어서 그것을 낼까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너무 맛있으니 그냥 다 먹기로 한다.



0821


집앞에서 뒤쥐를 봤다. 첨서라고도 하는 것. 사진이라 크기를 짐작하기 어렵겠지만,
쥐 몸통이 500원 동전만 하다. 어른 엄지손가락보다 조금 큰가 싶다. 주둥이는 두더지하고 비슷해서,
먹는 것도 서로 비슷하다. 벌레, 살아있는 벌레만 잡아먹는다. 쥐처럼 곡식을 먹지는 않는다.
살아있는 뒤쥐를 제대로 본 것은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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