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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 아름다움

봄이 첫 돌.

haeum_se 2009. 11. 29. 00:39


지난 목요일. 11월 26일이 봄이 첫 돌이었어.

아내는 며칠 전부터 진주에 나가 양단을 끊어 와서
아이 돌옷을 지었네. 고등학교 때 바느질하고 칭찬받았다는 경험만으로 덜컥 옷을 짓기 시작한
아내는 그렇게 몇날 며칠 꼼지락꼼지락 바늘을 놀려 옷을 지었지. 고운 양단을 끊어 온 사연 또한
한 타래가 될 만큼 이야기가 많은 것이었으나, 그 얘기는 그저 우리가 천 삯으로 이곳 감을 보냈다는
것으로만 넘기기로 하고,


돌 상을 차리는 것 또한 여기저기 말을 듣고, 주섬주섬 섬겨서는 힘 자라는 만큼 마련했네. 상을 마련하고 부부는 서로 마음에
들어서 이만하면 정성 들인 만큼 아이 돌 상으로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다고 생각했지. 옷을 짓고, 상을 마련하고 그렇게
돌 날을 하루 앞둔 저녁이 되니, 지난 한 해 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고마웠던 사람들도 하나하나 생각나고, 아이 덕분에 겪었던
기쁘고, 힘이 되고, 한껏 즐거웠던 일들도 떠올랐지. 한 해 전 첫날부터 시작해서는, 목욕을 시키고, 뒤집고, 일어나 앉고, 기고,
짚고 일어서고, 엄마와 아빠 소리를 하고, 걸음을 떼고, 웃고 쫑알대고, 안고 안기고, 또...



다행히 어른들도 모두 즐거워 하셨네. 늘 세 식구가 나란히 누워 잠자는 작은 방에 단촐하게 모여서는
별다른 치레같은 것은 없었어도, 종일 웃고 이야기 나누느라 하루가 너무 짧았으니 더 바랄 게 없었지.
게다가 아이도 잠시 동안은 조바위를 잘 쓰고 있었거든. 물론 '돌 사진'이라고 할 만한 사진을 찍지는 못 했지만,
이렇게 웃는 어른들 사이에 있는 사진이 있으니.
아, 사진에도 보이겠지만, 돌 상에는 쌀과 국수, 떡과 과일, 채소, 실과 실패와 골무, 외할아버지가 직접 만든
활과 화살, 붓과 벼루, 책(책은 천자문 대신 우리 부부가 서로 자기가 만든 책 한 권씩), 돈.
이렇게 올렸는데, 아이는 주저없이 돈을 잡았네. 아마 그 순간에 잠시 표정관리가 안 된 듯 하지만.
뭐 자기가 살 나름이지.



조바위를 벗고 나니 그나마 평소 모양새가 나오네. 늘 하던대로 마루에 서서 서랍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꺼내고 말이야.
한복은 처음 입을 때는 조금 불편해 하는 것 같더니만, 거울을 보여줬더니, 자기 보기에도 좋았는지 한참 웃고는
벗겠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어. 걸을 때 치마가 조금 밟히는 것만 빼고는 불편해 하는 기색도 없고 말이야.
어른들도 모두 만져보고, 곱다 하고, 몇 번이나 이걸 손바느질로 만든 거냐 하시고.

몇 장의 사진을 더 보시겠다면.
이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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