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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중순. 모내기하려고 논 고르고 물 댄 모습. 사진을 찍어 놓으면 얼마나 넓은지 잘 알 수 없다.
어느 쪽에서 찍어도 마찬가지다. 여기는 아랫도가리. 400평-두 마지기가 좀 넘는다. 윗논 할배가 말씀하시길
이렇게 크게 정리하기 전에는 이 논이 작은 도가리 여럿으로 나뉘어 있었다 한다.
아마도 가장 마지막에는 포크레인이 들어와서 작업을 했겠지. 그렇다 해도, 당최 언제부터였을지 모를 시간동안
할매 할배들이 땅을 고르고, 돌을 쌓고, 농사를 지어오지 않았다면...
여튼 논에 갈 때마다 그 생각이 든다. 얼치기 도시내기를 만나서 논도 고생이구나.
1년 반 사이에 물길은 울퉁불퉁해지고, 논바닥에 모래도 생기고,
그래도 지나는 어르신들, '잘 해 보라, 젊은 사람이 들어와 고생한다.' 한마디씩 거들고 가신다.
논 바닥 고른다고 써레질 하고 나와서는 겨우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이 때는 써레질이 잘 되었는지 어쨌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사실은 '논 바닥이 조금 높고 낮고 한 것이
뭐 그리 큰일이겠나. 내 보기에는 얼마 차이도 안 나는 것 같은데.'라는 마음도.
모내기하고 얼마 지나서 풀이 올라올 즈음에 보니 바닥이 높은 곳부터 피 싹이 나기 시작했다.





이틀이 지나서 모내기를 했다. 이앙기가 들어와서 일하기 좋게 물을 얕게 댄다.
바램으로는 손 모를 내면 좋겠다 싶었지만, 좀 더 미루기로 했다.
거름을 넣고, 써레질을 하고, 논둑을 발라 올리고. 하는 것만도 허둥지둥하고, 힘에 부친다.
다섯 마지기에서 조금 모자라는 논이니, 몸에 일이 붙고 나면 손 모를 내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모내기가 끝나면, 농사 반은 지은 것이라 했다. 
볕 잘 받고, 비 맞고, 바람 맞으면서 잘 자라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모내기하고 열흘. 6월 말. 장마가 시작되었고, 산에서도 여름 빛깔이 난다.
제초제나 농약을 치지 않는 대신에, 논에 우렁이를 풀었다.
우렁이는 물 속에서 싹이 난 잡초를 갉아먹는다. 원래 우리 나라보다 더운 곳에서 사는 녀석이다.
우렁이 말고, 오리, 왕겨, 참게, 태평... 등등의 농법들도 알아보았지만,
결국 올해는 우렁이. 여기에 대해서는 따로 한 번 정리를 해야겠다.
제초제 대신 무엇을 선택할까 하는 문제는 농사를 모르는 귀농자에게는
뭘 배우는지, 무슨 일을 하게 될 지 모르는 고3이 대학 학과를 고르는 것만큼 어렵다.
아는 게 '쪼끔' 있어서 더 어렵다.
(벼농사에서 무슨무슨 농법이라고 할 때는 무엇보다 풀-잡초를 어떻게 잡는가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름을 붙인다고 보면 된다.)




잠깐, 참고 사진. 읍내에 갔다오는 길에 눈에 띄여서 찍었다.
악양에는 농약을 치는 집이 더 많다. 다행히 우리 논 근처에는 이렇게까지 우악스럽게 농약을 치는 집은 없다.
사진을 보면 논둑에 풀 자라는 모양새가 이상할 것이다. 아래논은 제초제를 치고, 윗논은 안 쳤다.
모내기 하기 전에는 논둑 전체가 새파랬다. 제초제를 치면 풀이 저렇게 죽어나간다.
농약 먹고 자살하는 농부들이 있다. 이런 얘기 이상하지만, 정말 죽을 작정한 사람은
제초제를 먹고, 그렇지 않으면 살충제-벌레약을 먹는다.






다행히 우리 논 위쪽으로는 논이 없다. 아래로 있는 논들도 약을 많이 치는 편은 아니다.
논 안에 들어가 보면, 두 해째 농약을 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온갖 벌레와 작은 생명체가 산다.
멸종위기종 이라는 투구새우도 있고, 이 새우가 살면 풍년이 든다는 풍년새우도 있다.
토종 논 우렁이, 여러 종류의 거미들, 논에서 빠질 수 없는 거머리. 물장군마저도 있다.
미꾸라지도 사는데, 이 녀석 사진은 못 찍었다.
윗논 할매는 만날 때마다 걱정이다.
'사람만 없으믄 백로가 아주 떼로 와. 쫓아도 기다렸다가 다시 온다고.
저기 모 밟힌 것 좀 봐. 아주 난리야.'
여기는 백로보다 황로가 더 많이 온다. 할매한테는 다 백로다.
논에 들어가 일은 제대로 안 하고, 새 쫓을 궁리도 안 하면서
뭐 사나 구경이나 하고, 사진이나 찍고.
(올 한 해 투구새우에 대한 뉴스가 많았다.
지난 10월 11일 sbs스페셜 에도.
이 프로그램에 나온 녀석들 중에 아직 논에서 보지 못 한 것은 드렁허리와 징거미새우 정도.)




모내기하고 한 달이 조금 안 되었을 때. 거름을 '적당히' 하지 못 해서 벼 자라는 것이 늦다.
흙이 어떤지도 알아야 하고, 물 흐름이 어떤지도 알아야 한다. 시기도 잘 맞춰야 하고,
그래야 '적당히' 할 수 있다. 몇 해가 지나야 '적당히'를 맞추어 낼지는 모르겠다.
당분간 해마다 올해는 이것 때문에, 다음해는 또 저것 때문에. 이렇게 배워 나갈 것이다.
벼는 그 모양인데, 논둑에 콩은 쑥쑥 잘도 자란다. 




이삭이 올라오고, 9월이 되자 벼꽃이 피었다. 이삭 끄트머리에 하얗게 매달려 있는게 수술.
벼꽃은 피어 있는 모습을 보기는 어렵다. 사진을 찍기는 더 어렵다. 오전에 두어 시간쯤
바람 좋은 때를 골라 꽃이 피었다가 닫히는데, 그 시간 동안에 수정이 끝난다.
그러고 나면 저렇게 이삭 바깥에 수술이 붙어있는다.
어르신들은 벼꽃이 필 때, 함부로 논에 들어가지 말라고 하신다. 그러니 사진기를 들이댈 일이 아니다.




이삭이 여물고 있다. 올해는 거름도 '적당히' 하지 못 하고, 물 대는 것도 잘 하지 못 했다. 서툴지 않은 게 없었다.
작년에는 모내기가 끝난 논을 8월에 샀기 때문에, 농사를 반만 한 셈이었다.
한 해 농사를 짓기는 처음이었는데, 이삭 패는 것을 보시고는
작년 소출에 비하면 반이 될까 말까 할 거라고 하셨다.
약 안 치고, 비료 안 한 때문이라고 하시는 분도 있었지만, 꼭 그렇지는 않을 테고,
고생고생하면서 이삭 내는 벼에게 고마울 뿐이다.




타작하는 날, 낫질하다가 마주친 메뚜기.
걱정했던 대로, 콤바인이 들어오지 못 하고, 낫으로 벼를 벴다.
벼 벤 이야기는 여기에서. http://haeumj.tistory.com/14
소출은 작년에 견주어 절반이 조금 넘었다.
천재지변이 있지 않은 논 가운데서 이만큼 소출이 적은 논도 드물었을 것이다.
다행이라면 내년에도 올해 만큼 소출이 적기는 힘들다는 것.

나락을 말리는 것은 작년에 그랬듯이, 볕에 널어 말렸다.
양이 아주 많지는 않으니까 볕에 말릴 수 있다.
작년에 우리쌀을 먹어보고는
밥맛이 좋다고 알려진 다른 품종 쌀보다 더 맛있다고 하신 분들이 있었다.
아마 나락을 햇볕과 바람에 말린 까닭도 클 것이다.
올해 악양에는 나락을 널어 말리는 집이 작년보다 배 가까이 많았다.
그 동안 rpc로 곧바로 들어가던 쌀이었을 게다.
그나마 어디처럼 논을 갈아 엎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이렇게 한 해 농사지은 쌀을 팔기로 했다.
사실 바램은 쌀이든, 밀가루든, 혹은 앞으로 무언가 나누게 될 것이든
가능하다면, 한 해 먹을 것을 꾸준히 나누는 관계가 되는 것이다.
농사가 적으니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 조심스럽게 짐작한다.
차츰 해가 가고, 농사꾼 흉내라도 내게 되면 길이 보이겠지.
올해는 뒤주를 새로 지어야 하는 까닭에 나락을 재어놓고 있기가 어렵다.
한 해 먹을 양식만 남기고, 나머지는 가능한 일찍 나누어 팔아야 하는 상황.
같은 땅에서 난 것이니, 밀가루를 드셨던 분과 나눈다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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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봄이네 쌀
물론 농약과 화학 비료는 쓰지 않았습니다.
1차로 주문은 12월 말일까지 받겠습니다.
주문하신 것에 맞춰서 도정하고 포장해서 1월 5일에 발송하겠습니다.
그리고 남는 쌀이 있으면 더 주문을 받아서 1주일에 한번씩 발송할 예정입니다.

백미 1kg 4,000원. 5kg 단위로 포장
현미 1kg 4,000원, 1kg 단위로 포장

택배비는 별도입니다. (5kg까지 3,000원. 20kg까지 4,000원)


2. 봄이네 유자차
지난 번에 유자차 만든 이야기를 올렸습니다.
http://haeumj.tistory.com/16
유자차도 저희 집에서 1년 먹을 것을 남겨놓고 나머지를 팝니다.
재료 고른 것이야 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맛이 좋다.는 겁니다.
쌀 얘기 할 때는 안 그랬는데, 아, 이거 왠지 '맛 없으면 돈 돌려줘.'라고
써 붙이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ㅋㅋ
집에 아이가 있으시다면 더욱 권하고 싶구요.
유기농 유자를 조금 싸게 구입하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직접 농사를 지은 것이 아니어서 가격은 싸지 않습니다.

봄이네 유자차 1.68kg / 20,000원
560g짜리 세 병입니다. 나누어 드시기에 좋으실 거예요.
(택배비 별도입니다. 3,000원)
유자차는 우선 12월 28일까지 주문을 받아서 12월 30일에 발송하겠습니다.
연말이라 택배 상황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3.
그리고, 조금씩 여유가 있는 게 있습니다.
- 국산 유기농 석류 효소 : 500ml / 50,000원
경남 하동산 유기농 석류와 유기농 비정제 설탕으로 가을에 담갔습니다.
대개 석류 엑기스라고 파는 것이 이란이나 터키 산이죠.
다행히 하동에서 유기농으로 기르시는 분이 있어서 담글 수 있었어요.

- 친환경 가마솥 배쨈 : 500g / 15,000원
경남 하동산 저농약 배와 유기농 비정제 설탕으로 가을에 만들었습니다. 아궁이에 불 때가면서
가마솥에서 만들었습니다. 가마솥에서 하느라 좀 많아요. ^^;

- 메주콩 : 500g / 5,000원
논둑에서 자란 그 메주콩입니다. 당연히 유기농이고, 콩은 아주 풍작입니다.


이것들은 양이 많지는 않습니다. 필요하시다면 따로 말씀해 주세요.

4.
주문은 댓글이나 메일로 남겨 주세요.
제 메일은 haeumj@gmail.com 입니다.

* 입금계좌
하나은행 211-078491-00108 전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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