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부계마을

2000년 지나서 10년.

haeum_se 2010. 1. 3. 00:03



2009년 마지막 날 아침. 악양에 눈이 내렸다.
봄이 엄마가 어렸을 때는 눈사람을 만들고, 얼음이 꽝꽝 언 무논에서 썰매를 탔다고 했지만,
자꾸 날이 따뜻해져서, 이제 악양에 눈 쌓이는 일은 드문 일이 되었다.
방문 열고 나왔더니, 마당에, 골목길에, 돌담에, 지붕에, 눈이다. 대빗자루 들고 나가서 마을 어귀까지
쓰는 둥 마는 둥 흉내만 내고 들어와서는 부랴부랴 아이에게 옷을 입힌다.
삼촌이 사 준 부츠를 외갓집에 두고 왔다. 그것만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손가락 장갑을 벙어리 장갑 끼우듯 하고는, 고무신을 신겼다.
차갑고, 뽀드득거리는 것을 느끼기에는 더 좋겠지.
그 사이 해가 떠서, 담장 안으로 볕이 들기 시작했다.
마당에 내려놓았더니, 처음에는 머뭇머뭇하다가 자기 발자국 구경하면서 돌아다닌다.
네가 10살쯤, 한창 눈싸움하고 눈사람 만들 때, 그 때도 악양에 눈 쌓이는 날이 있어야 할 텐데.

__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