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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 아름다움

기저귀

haeum_se 2010. 1. 30. 09:20


저희가 이 마을에 이사를 오고 나서
지나는 할매들이 이구동성으로다가 
아이고, 귀신 나올 것 같더니 이제 사람 사는 집 같네.
마을에 기저귀 널은 거 얼마만에 보노.
하시면서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한마디씩 던진 날은,
마당에 새하얀 기저귀를 가지런히 널어 놓은 날이었습니다.
애기 울음소리와 기저귀 널린 마당 덕분에 
저희는 마을 어른들께 더 귀염을 받는 젊은 것이 되었지요.



오랫만에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다음주에는 아기를 낳는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병원의 힘을 빌어서 생겨난 아이입니다.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의 쌍둥이라지요.
다행히, 크게 아픈 곳 없고, 아기들도 잘 자란다고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기 입을 것이며 잠잘 것 준비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기저귀 이야기가 빠질 리가 없지요. 마침 기저귀 커버를 몇 장 사려고 한다길래,
그걸로 내 선물을 하겠다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 때를 놓칠세라 오랫만에 후배한테 자랑질+가르치기 좀 했습니다. 
기저귀는 뭘로 준비했냐로 시작해서, 
땅콩기저귀는 나쁘지는 않다만, 잘 안 마르니까, 더 넉넉히 있어야 하고,
삼각접기해서 밴드를 채우는 것보다는, 스너피가 편하더라,
울커버는 아기가 더위를 많이 타면 만고에 쓸 데가 없으니 신중히 고르도록 하고,
아기가 많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역시 땅콩기저귀보다는
그냥 천기저귀에 니키 커버를 쓰는 게 좋더라.
햇볕에 말릴 수만 있으면 너무 자주 삶지 말고,
(쌍둥이를 혼자 돌봐야 한다니, 말만으로도 어지럽다. __; )
한달 지나면 돌봐주는 사람이 없으니, 처음에 넉넉히 마련해서
빨랫감 밀려도 걱정없게 해라.
......


천기저귀를 쓰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냐라고 묻는다면,
어쨌거나 제 대답은 '마당에 빨랫줄!'입니다.
거기에다가 기저귀 끝이 살짝 쳐들릴만한 바람에,
나뭇가지 그림자가 또렷할 만큼의 햇볕이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지요.
마당 한가운데 빨랫줄에 기저귀를 한 장씩 널고,
한두 시간이면 사각거리도록 잘 마른 기저귀를 걷고,
차곡차곡 접고, 접고, 또 접어서 쌓아두고,







*
약간의 과장광고 : [볕에 널어 말린 기저귀를 차는 아기들은 잘 웃습니다] 
(세 식구 누워서 잠자는 방입니다. 꼭 맞춤하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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