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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구나물

haeum_se 2010. 4. 3. 23:12

2월에 비 온 날 : 열이틀
3월에 비 온 날 : 열닷새
어제 오늘 이틀 날이 맑은 게, 조금 낯설다. 비 온 날이 장마 저리 가라 할 만큼
많기도 했거니와, 올 때마다 쏟아지듯 와서, 지금 보리며 밀을 심어놓은 논들에
물이 찌걱이지 않는 곳이 없다.
동네 어른들은 '밭이 질어가 갈고 할 수가 없어서' 애를 끓인다.



잠깐 비가 오지 않은 몇 날에
산에 올라가 머구나물을 하고, 효소 담글 진달래를 따 오고 했다.

이 동네에서는 머구라고 한다. 서울에서는 머위. 머우라고 하는 동네도 있고.

지난 번에 고들빼기며 냉이 캔 것을 잠깐 보였는데,
이곳에서 들나물 하기는 쉽지 않다.
논둑에, 밭둑에 길가에 쑥이며, 냉이며, 잔뜩 있어도
쉬이 캐기 어렵다. 누구네 땅인지 모르면 절대 손 대서는 안 되는데,
그건, '남의 것'이어서가 아니라, 농약 때문이다.
과수가 많고, 이모작을 하는 동네라 더 그렇다.
몇 해 전인가 옆 마을 할매가 자기 집 마당에서 나물을 해 먹고 돌아가셨다.
뒷집 젊은 이웃에게 감나무 약 칠 때에 자기 집에 있는 감나무에도 
약을 쳐 달라. 부탁하셨는데, 
이 이웃이 할매 집 마당 감나무에 약을 치고,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할매는 감나무 아래 막 돋아난 봄나물을 캐어 먹고 돌아가셨다.
농약 때문에 죽어 나간 이웃이 한둘이 아니어도,
할매 할배들은 농약을 이고지고 살아간다.
농약도 치지 않고, 주인은 게으른 우리 논에는 
밀보다 잡초가 많아서 올해는 소출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 
다른 벌이가 있다고는 해도 그거하고는 상관없이,
가슴이 아주 쪼그라든다.
머구나물은 꽤 높은 산에 가서 해 온 것이다.
산에 자꾸 따라 다녀서, 나물이 많이 나는 곳을 자꾸 알아두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다. 깊은 산에서 해 온 머구나물은
쌉싸레하고, 먹고나면 입 안에 단맛이 돈다.


진달래 피는 때에 맞춰서 꽃도 땄다. 진달래 효소 담글 것.

봄이는 온 식구들하고 산에 갔으니, 혼자서 옹알옹알 노래를 한다.


동네 뒷산, 소나무가 많아서 솔봉.
갈비가 폭신하게 깔린 길을 내내 뛰어서 오르내리다니다가,
잠깐 등에 업히더니,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효소 담글 진달래는 꽃이 막 피기 시작할 때부터 올라가서 딴다.
아침에 올라가서, 그날 막 핀 꽃만 골라 따서 담가야 향이 좋고, 맑은 효소가 된다.
이틀 다녀온 후에 다시 비가 내려서 얼마 따지는 못 했지만,
조금 지나서 숙성이 되면, 이것도 조금 나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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