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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네 가게

2010년. 밀가루.

haeum_se 2010. 7. 22. 23:58

작년에 처음으로, 밀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여러 사람들과 이 밀을 나눌 수 있었지요.
하나하나 고마운 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닿아서 한 해가 지난 지금까지 
어설프게 시골 살림을 꾸려가는 봄이네한테
큰 도움이 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밀가루를 파는 즐겁고도 고된 일은 하지 못 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밀 타작하는 것, 짧게나마 알려드렸습니다.
올해, 봄을 겪은 농작물은 모두 어렵게 어렵게 살았습니다.
아마도, 다른 나라도 우리처럼 농사가 좋지 않았거나,
혹은 우리가 돈이 없는 가난한 나라이거나,
뭐, 여튼 몇 가지 사정 가운데 하나만이라도 더 맞아 떨어졌다면
가난한 많은 사람들은 배를 곯는 것이 아주 걱정이 될 만한
그런 봄이었습니다.

밀 소출은 작년의 절반, 혹은 그보다 조금 적은 정도입니다.
전국적으로는 거의 1/3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곳 악양은 겨울에 별로 노는 논이 없이 보리나 밀을 거두는 곳인데요,
올해 보리는 타작을 하지 못 하고 그냥 갈아엎은 집이 꽤 많습니다.
기계가 들어가서 벨 수 있을 만큼 자라지 못 했기 때문입니다.
밀이든, 보리든 농사를 짓지 않는 집은
해마다 옆집에서, 건넛집에서 조금씩 대어먹곤 했는데,
올해는 그게 어렵습니다. 서로서로 어느 집에 보리나 밀이나
남은 것이 없나 묻고 다닙니다.

올해 초에 한 빵집을 알게 되었습니다.
봄이 할머니집 동네에 있는 빵집이에요.
병원 환자들이 먹을 빵을 만드는데, 유기농 우리밀을 찾고 있다 했습니다.
악양에 내려와서 농사짓는 것도 보고 가고,
그렇게 이야기가 오고 간 끝에, 봄이네 밀가루를 사다가
빵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서 나누는 것은 줄어들겠지만,
고민 끝에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요.
그런데,
올해 소출이 '반타작'인 겁니다.
반타작이라는 말은 뭐 중고등학교 때
시험지 채점할 때나 쓰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만,
앞으로, '반타작'이라는 비유는 함부로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빵집에서는 이미, 밀가루 빼고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빵집에 보내고(팔고), 몇 집에 조금 맛 뵈고,
파는 것 말고, 타작하면 으레껏 보내려고 했던 모든 집에 보낼 수 없게 되고,
봄이네 먹을 것은 모자라고.
올해 봄이네 밀가루 사정은 이렇습니다.

밀가루에 대해서 '올해는 꼭.'이라고 말씀하셨던 분들께,
지금까지도 가끔씩 밀가루에 대해서 물어보셨던 분들께,
올해 밀가루로다가 다시 뵙지 못 하게 되어서 봄이네도 죄송하고 아쉬울 따름입니다.
봄이네는 어디 안 가고, 해마다 밀가루 농사 지을 거니까요,
다음 해, 그 다음 해, 이렇게 기약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다만, 밀가루 말고, 봄이네가 마련한 몇 가지 먹을 것들,
7월이 가기 전에 가게 문을 열도록 하겠습니다.

작년에 지리산닷컴을 따라 봄이네에서 밀가루를 구입하신 분도 있으셨습니다.
지리산닷컴 밀가루는 지금 주문을 받고 있습니다.
(며칠 갈런지 모르겠습니다. 아래 링크 따라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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