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유머와 아름다움

동동이_02

haeum_se 2011. 2. 8. 02:11

며칠인가 하고, 손을 꼽아 보니
곧, 낼모레면 세이레입니다.

축하의 말씀을 적어주신 분들께,
하나하나 답례햐 드리지 못하는 게으른 블로그 방장입니다.
단지, 두어 가지 가사일이 늘었을 뿐인데도,
그 핑계로다가 스스로한테 다른 모든 
거시기를 합리화하고 있는 며칠입니다.
다, 여러분이 함께 좋아해 주신 덕분에
동동이가 무럭무럭 크고 있습니다. 




태어난 지 나흘째에 탯줄이 떨어졌습니다.
그 날짜 언저리의 사진이구요.
탯줄을 자를 때는 충분히 길게 자르고,
탯줄의 맥이 멈출 때까지 기다립니다.
조산원 할머니는 한 시간까지 기다린 적도 있다 하셨어요.
동동이는 금세 태맥이 멈춰서 그리 기다리지는 않았지만.
소독이든, 파우더든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둘 것.
대개 병원에서 자른 것보다 일찍 떨어지고,
탈 나는 일 없고, 깨끗하게 떨어진다고 하셨지요.



동동이 덕분에 이번 명절은 서울에 가지 않고,
악양에서 보냈습니다.
사진으로라도 인사 드리는 셈 치려고 했으나,
요즘, 아진이는 썩 즐겁지만은 않은 날들입니다.
저하고도, 엄마하고도 자주 싸우고, 화내고...
밖에는 늘 나가려고 하지만, 3보 이상 승차.는 아니고
3보 이상 안아줘.모드 인지라, 외갓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어렵게 엉거주춤한 사진 한 장을 찍고는 
(두루마기를 입은 채) 아진이 안고, 사진기 가방 들고
어기적어기적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진이가 좋아하는 풍경 하나는,
빨래줄에 동동이 기저귀 말고, 자기 옷과 손수건 따위가 잔뜩 
널려 있는 모습입니다. 
방에 기저귀가 사방으로 널려 있는 것,
별로 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조산원 할머니 말로는 큰 애가 둘째를 
잘 받아들이는 편이라 하셨어요.




#1. 조산원에서 낳는 것을 보지 못 하고, 나중에 오게 된 경우(병원도 마찬가지)
큰 애는 물론, 어른들마저 아이가 아주 아프거나 어른들을
힘들게 하는 순간이 오면, 무의식적으로라도 
'우리 애 맞나. 애가 바뀌기도 한다는데.' 싶은 마음까지
들 수도 있다고.
조산원에서 낳는 것을 같이 보지 못 한
큰 애는 절대 엄마 옆에서 안 떨어지려고 한답니다.
갓난아이한테 엄마를 뺐겼다거나, 자신이 내팽개쳐졌다거나.
이런 마음 상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지요.


#2. 조산원에서 아이 낳는 것을 같이 본 경우
엄마가 힘들어하는 것도 보고, 동생이 나오는 것도 직접 보았기 때문에
동생을 받아들이는 것을 어려워 하지는 않는다고 해요.
그래서 조산원 할머니는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을 때는
가능하면 큰 애를 데려오라고 한답니다.
그래도, 엄마와 동생은 조산원에 있고,
큰 애는 아빠하고 잠깐씩 들르게 되기 때문에
왔다갔다 하면서, 엄마한테서 잘 떨어지기는 해도
꽤 스트레스를 받는 거 같다고 하셨지요.


#3. 집에서 낳는 경우
물론 산모나 갓난아이를 위해서도 그렇겠지만
큰 애한테도 집에서 낳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하셨어요.
덤으로다가 얼토당토 않게시리
태어난 날에 곧바로 예방접종을 하는 일 따위도 하지 않아도 되구요.
(물론 이거야 조산원에서 낳아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요.
회음부절개라든가, 촉진제라든가. 그런 것도 없고...)
아진이는 동동이가 태어나기 전날,
하루종일 한 번도 쉬를 가리지 않고 옷에 쌌어요.
저녁에 잠드는 것도 힘들어하고, 잠이 들어서도
줄곧 뒤척이고 끙끙대고 그랬는데요.
제가 조산원 할머니하고 전화를 하면서
'아진이를 외갓집에 잠시 보낼까요?'라고 물었다가
'네, 그러면 그냥 둘게요.'라고 하는 소리를 듣고는,
그때부터 푹 잠이 들었어요.



집에서 아이를 낳으면서, 가장 좋아했던 것은 
역시 아이 엄마였던 것 같아요. 
마산에서 조산원 할머니가 오신 게 3시 반쯤이었고,
(마산에서 여기까지는 두 시간 거리입니다. 
선생님이 와 주신 것은 너무나 고마운 일이지만,
마을마다는 아니어도, 읍내에 한두 분.
이만큼은 조산사가 있으면 좋겠어요.
조산원 할머니는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서 그게 가장 걱정이지요.)

그로부터 세 시간 가까이가 지나서 아이가 태어났는데요.
그 동안 세 사람이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하면서
아주 편안하고, 또 설레는 시간이었지요.
잠깐씩 진통이 올 때는 서로 숨 소리를 맞추고,
손을 잡고 있으면, 금세 괜찮아지고 그랬지요.



집이나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을 마음인 사람들이
저희말고도 많은 것 같아서, 아내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런 사람들한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내기로 했어요.
크고 두꺼운 책은 아니겠지만,
어쨌거나 우리 나라는 놀랍고 놀라울 만큼
병원에서 출산하는 비율이 높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요.




동동이는 둘째이므로.
출생신고도 늦지 않게 하였고, 
밤에 깨서 울어도 자동반사로다가 벌떡 일어나지 않으며 (이건, 특히 제가 더... 쿨럭)
아진이가 외갓집에 가 있는 몇 시간 동안은
아내나 저나 '쫌 휴가같지?'라는둥.

분명한 것은, 동동이가 저 알아서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잘 놀고
그러고 있다는 겁니다. 건강하게 말이지요.
아, 적당히, 괜찮은 타이밍에 깼나 봅니다.
오자가 있을지 모르나. 동동이가 일어났으므로.


**
저희 집에 오셔서 동동이를 받아주신
조산원 할머니는
마산 평화열린조산원 원장님이십니다.
 
고 맙 습 니 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