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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계마을

땅콩, 가을 고들빼기

haeum_se 2011. 9. 20. 17:35

땅콩을 거뒀습니다. 그래도 주말농장 따위까지 계산에 넣자면
7-8년쯤 밭에다 무언가를 심어왔던 셈인데,
땅콩은 처음입니다.


아직, 이르지 않을까 싶기는 했지만,  가을 농사를 제때 시작하지 못한데다가,
지금 밭 모양새도 엉망이라, 일단 심은 것들 다 거두었습니다.
처음 하는 작물이라, 자리도 잘못 잡아놔서 더 기다리기가 어려웠거든요.
살짝 풋것 냄새가 나는 것도 같습니다만, 삶은 땅콩 맛이 고소하고 부드럽습니다.
볶은 땅콩과 삶은 땅콩은 바싹 구운 삼겹살과 잘 익은 보쌈의 차이.
어릴 적 땅콩은 오로지 볶은 것만 있는 줄 알았다가
어른이 다 되어서야 삶은 땅콩을 처음 먹고는, 맨 처음 보쌈을 먹었을 때보다 
더 넓은 세상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지요. 이제는 나이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쓸데없이 기름을 볶아 고소한 맛을 내는 것들이 먹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저온살균 우유가 더 맛있는 것일지도...




가지와 노각과 토란과 또 몇 가지 밭에 있던 것들도 거둡니다.
이것들 따고 뽑고 할 때만 해도, 날이 너무 더워서 겨우 한두 시간 일을 하고는
이러다가 신문에 나겠다 싶어서 들어왔지요.
허나 하룻밤 사이에 날씨는 한달도 더 넘게 뛰어넘었습니다.
씨뿌린 것 싹 날 때까지만 좀 기다리지. 싶기도 하지만,
한해 내내 지랄맞았던 날씨에 견주면 요 며칠 가을날씨는
몸을 가볍게 하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남은 옥수수도 마저 다 땄습니다. 종자할 것과 너무 단단하게 익은 것은
따로 말립니다. 강냉이를 튀겨 놓으면 봄이하고 동동이하고 군것질하기에 좋겠지요.

사진에는 담지 못 했지만, 
밭을 정리하면서 소쿠리에 담은 것에 가을 고들빼기가 있습니다.
봄에 캔 것과는 또 맛이 달라요. 더 보드랍고 연합니다. 여름을 났으니 그렇겠지요.
봄 것에 견주면 향도 드세지 않구요. 그래도 가을 날씨에 딱 어울리는 맛이다 싶습니다.
게다가 지난 봄, 멸치가 제철일 때 직접 담근 멸치젓으로 간을 해 놓으니
이만한 가을 나물이 없습니다.(물론 고들빼기 김치와 멸치젓은 봄이 외할머니의 손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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