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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계마을

훌쩍 겨울

haeum_se 2011. 11. 22. 05:07




여름내 비가 오더니,

가뭄이 심해서, 다 말라 비틀어지는 가을이었습니다.
악양은 어디든 감나무가 줄줄이 늘어선 마을인데요,
옆집 아저씨가 지나는 말로
"감이 나무에 매달리가 곶감이 되겠네."
 하실 만큼이었습니다.
해걸이에, 좋지 않은 날씨에, 감나무마다 감이 
겨우 열댓개 달린
것이 많았는데, 잘 익어야 할 때에도 날씨가 나빴던 것이지요.
 
나락도 좋지 않았습니다. 
다들 농사가 좋지 않긴 했습니다만,
봄이네는 쫌 유난. __;

 




올해 가을 유난히 콩이며 깻단 널어 놓은 것이 많습니다.
볕 잘드는 봄이네 집 담벼락에는 동네 사람들이 돌아가며 콩단과 깻단을 
세워 말립니다. 
아마도 작년 겨울 갑작스레 논에 감나무 심은 집이 많은 까닭일 겁니다.
그런 것이 아니어도, 부러 논에다가 콩 심은 집들도 많았고요.
건너건너집 할매는 마을 타작마당(바로 위에 사진을 찍을 때
사진기를 들고 섰을 자리입니다.)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열흘 가까이 콩을 털었습니다.
사흘 동안 탁탁탁, 방망이 소리만 나더니
나흘째 되는 날부터 오래된 유성기에 실렸을 노래 가락이 
같이 나옵니다. 할매 노래가 고스란히 창호지 넘어서
방안까지 들어옵니다.
한달 넘도록 마을 들어서는 길목부터
진하게 풍기던 들깨 냄새도 기억납니다. 
전에는 방앗간에서 기름 짜고 나면, 깻묵 그거 참 맛있게 먹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거름으로나 씁니다만. 언제든 기름집에서 깻묵 얻어다가
먹어봐야겠습니다. 




봄이네도 밭에 남아있던 콩이며, 깨를 거두었습니다.
콩대 사이로 언제 자라났는지, 개똥참외가 한두 개 있었어요.
조금 더 자랐더라면 늦가을 참외를 먹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이것도 참외마냥 늦되기는 마찬가지.
녹두는 꼬투리 하나씩 익을 때마다 따줘야 한다는데, 
그래서 봄이네가 기르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아닌가...




다 익기를 기다려서 거의 한번에 따버린 녹두입니다.
윗집 할매가 심어보라고 챙겨둔 종자를 주셨던 것입니다만,
처음 주신 종자 크기에 대면 반쪽짜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확한 것도 겨우 두어배.





다만, 거두어들인 녹두 까기에 재미를 붙인 봄이가
며칠동안 녹두 꼬투리를 톡톡.
자자, 어서 농사일을 손에 익혀서
아비가 다다를 수 없는 경지에 이르거라. ㅋㅋ



덧.
그리고, 여러 통의 전화와 메일 덕분에
더 이상 포스팅을 미룰 수 없게 했던. 
유자차.



이것은 작년에 찍었던 사진.
올해도 물론 이 나무에서 열린 유자로 유자차를 담급니다.
모과차도 같이 할 거구요.
얼마 전 남해 유자밭에 가서 밭 임자를 만나고 왔습니다.



 - 올해는 해걸이를 해서요. 작년만큼 굵은 게 없어요.
    많지도 않고요. 팔 수 있을까 모르겠네.
    아직 조금 더 기다려야 해요.
    음력이 늦어가지고, 철이 늦거든요.
    음력으로 11월은 돼야 딸 수 있어요.
    지금도 따기는 하는데, 아직 파랗고 딴딴하고 풋거거든요.
    서리를 두어번 맞아야 노랗게 익고, 쓴맛도 없어지고,
    지금 벌써 따 가 나오는 거는, 덜 익은 거 따 가지고
    비싸게 파는 기라요. 내 잘 봐 가지고, 딸 만하다 싶으믄
    전화할께요.


이번 주말이 음력으로 동짓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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