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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집 메뉴에는 국 한 그릇.이 있다.

2008년 하동에 내려왔을 때만 해도 버스터미널이 공사중이었다. 

새로 지어진 이상하고, 불편하고, 사람 내쫓는, 

터미널이 들어서기 전,

다들 '차부'라고 불렀던, 그곳에는 

할매들이 졸졸이 늘어앉아서 재첩국을 팔았다.

마치 장날 길바닥에 나물 늘어놓듯, 다라니 몇 개 놓고

국통 놓고, 널빤지 몇 개 걸고는, 대접에 국을 담아줬다.

그러면 다 큰(!) 아저씨들이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국 한 대접씩을 받아 훌훌 마시고 천원짜리 두 장을 내밀고는 일어섰다.

그렇게 해장국으로 한 그릇 마시고,

참으로도 한 그릇 마신다.

터미널을 새로 지었고, 차부 한켠에서 재첩국 팔던 할매도, 새로 없어졌다.

[국 한 그릇]이라는 메뉴를 보고 갸웃거리는 사람들은

아주 젊은 사람이거나, 이곳 말씨가 아니거나 그렇다.

연세가 드신 어르신들은 그보다 더 원조격으로

새북녘부터 머리에 재첩국을 이고 집집이 돌아댕기던 아지매를 꼽는다.

그때 오백원 한그릇이면 두어 식구 아침 국으로 넉넉하다 했다.

부산에 살았다던 분들도 이 이야기는 함께 거든다.

하구둑 막기 전만 해도, 섬진강 보다야 낙동강 재첩을 더 알아줬지. 하신다.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단과대학 건물 아래층에 있던 작은 분식점에는

'국물'이라는 메뉴가 있었다. 이름이 맞는지 모르겟다.

학교 옆에서 자취를 하던 누군가는 밥만 한 덩이를 싸 와서는

그 국물과 함께 밥 한 끼를 먹고는 했다. 아마도 300원쯤. 

여하튼 가장 값이 싼 밥의 반값, 혹은 그보다 더 쌌다고 기억하고 있다.

내가 입학하고, 일이년 사이 그 메뉴는 사라졌다.


국 한 그릇, 메뉴는 그런 기분이다.

다른 것들도 값이 싸기는 한데,

한 그릇이라도 더 많이 팔겠다는 생각이지, 다른 건 아니다. -,.-







드디어, 뒷마당 구석진 곳에 가마솥을 걸었다.

봄이네 살림을 시작한 것도 이제 몇 년이 되었는데,

그 동안 가마솥 화덕으로 드럼통 잘라서 만든 것을 사다가 썼더랬다.

부뚜막에 걸어 놓은 것은 한동안 관리를 잘 하지도 못 했고,

겨울날이 아니고서야 쨈이나 곰국 처럼 종일 고아야 하는 것을

거기서 땔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랬다가는 몇 번이나

장판을 태워먹을 터.

그래서 솥 하나 더 장만하고, 드럼통 반 토막낸 것을 마련해서

거기에다 불을 땠던 것인데, 곰국이며 추어탕 장사를 하려니,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가마솥 화덕을 제대로 만들어 걸었다.

사진에는 뭐 거의 다 세멘 브로끄로 되어 있는 듯 하지만, 

안쪽 연소실은 모두 ALC  블록으로 쌓았다. 구멍 양 옆에 있는

좀 큼지막한 덩어리가 ALC이다. 

자주 불을 때야 할 테니, 장작도 아끼고, 불도 잘 피울 수 있는

화덕을 지으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인터넷질을 한동안 했다.

결국에는 책도 사고.

결정적 도움을 받은 곳은

(구례 사무장의 조언으로다가)

http://cafe.naver.com/earthbaghouse

이 까페에 있는 자료들.(가마솥 화덕이라고 검색하면 나온다.)

사서 읽은 책은 


(카페 주인장이 책 저자이다.

적당 기술을 보급하겠다는 마음가짐의 사람이니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공사하고 굴러다니던 자재들이

꽤 쓸모있는 것으로 판명되어서, 그것들을 그러모아서

화덕을 지었다. 새로 산 자재가 별로 없다.

(생각보다 돈이 적게 들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지금은 굴뚝도 마저 하고, 바깥에 미장한 것이 마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드럼통에 솥 걸고 있다가 화덕을 그럴듯하게 지어놓으니,

난들에 다라이 놓고 목욕하다가,

멀쩡한 료칸에 딸린 노천 온천에라도 온 듯한 기분이다.

(적고 나니 얼른 다시 다녀오고 싶네.

오늘 아침에도 봄이는 '커다란 목욕탕 배 타러 갈까?'라고 했다.)

다 마른 다음에 불을 넣어 보아야 알겠지만,

장작도 적게 들고, 불이 잘 들어서 

금세 물도 끓어오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 책을 보고 깡통 화덕을 만들어서 아파트 베란다에서

쓰는 사람도 있다는데, 뭐 그 정도 까지는 아니어도,

나무나 왕겨나 아니면, 소똥? 따위로

화덕이나 난방을 할 생각이 있다면 살펴볼 만하다.




_________


택배로 곰국과 추어탕을 꽤 여러분이 주문해 주셨습니다.

이제야 밥집을 연지 한 달이고, 빤한 읍내 인구와

오래된 것을 고집하는(!) 지역 분위기 덕분에

밥집이 자리를 잡는 데에 시간이 좀 더 걸리겠다 싶은 

요즘 사정으로는, 정말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더구나 이건 효소나 쨈처럼 설탕이 절반인 것도 아니고,

끼니로 먹는 것이라, 한번 먹어보지 않고서는

선뜻 주문하시기 어려우셨을 텐데요.


뭔가 먹음직한 사진을 같이 올리면 좋겠습니다만,

먹는 것 사진만큼 어려운 것이 없네요. 좀 더 찍어보다가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그 때에... 


간단히 설명을 드리자면,

곰국은 하동의 솔잎한우 사골로 끓입니다.

가마솥에서 장작불로(가스는 비싸서 어렵습니다.) 

스무 시간 남짓. 아주 센불로 고아냅니다.

다른 건더기는 없습니다.

곰국은 특별히 간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곰국을 좋아하신다면, 이것은 별 망설임없이 권해드릴 수 있어요.


추어탕은 남원식이 아니고요, 

밥집에서는 아침밥으로 내는 것이라

맑고 칼칼한 된장 시락국(시래기국)에

미꾸라지를 넉넉히 갈아 넣어 끓입니다.

이건, 곰국과 다른 것이니 입맛따라 

입맛에 맞거나, 그렇지 않거나 할 겁니다.


두 가지 모두 얼려서 택배로 보내드리는데요.

얼릴 때 한팩에 2인분씩 담습니다.

어른 두 사람이 먹기에 모자라지 않게 담았어요.

택배로 보내드리는 것은 4인분부터 보내드릴 수 있구요.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매주 월요일에만 발송작업을 합니다.


주소와 전화번호를 일러주시고요,

입금해 주시면

(농협 833022-52-067381 전광진)

얼린 곰국과 추어탕을 받아 드실 수 있습니다.


얼린 곰국과 추어탕

2인분 - 5,000원 (4인분부터 주문 가능합니다.)

택배비 - 3,000원





이제, 

밀 이삭이 패서 올라옵니다.

비가 잦은 봄인데도, 

새파랗고 기운찬 것이 보고 있으면 절로 기운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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