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효소를 주문하시려는 분 가운데 효소의 효능에 대해서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요. 몇 가지 생각나는 것, 주워들은 것, 먹으면서 알게 된 것 따위를 적어놓습니다. 요즘 한의원에서 효소를 처방한다든가, 뭔가 다이어트에 효소가 쓰인다든가,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가 본데요. 일단 효소는 약이 아닙니다. 약효라 할 만한 효과가 있기는 합니다만, 약효에 매달려서 오랫동안, 꾸준히, 자주, 드시는 것은 좋은 음용법이 아닙니다. 물론 효소보다 훨씬 위험하기 짝이 없는 탄산 음료 따위를 날마다 한 캔. 혹은 콩다방이나 별다방 따위에서 설탕과 유제품이 범벅이 된 커피를 한 잔? 뭐 이런 것하고 비교할 일은 아니지요. 효소를 한 잔 씩 마셔서 탄산음료든 봉지커피든 이런 것들과 헤어질 수 있다면, 효소는 꽤 괜찮은 녀..
집을 짓고 있거나, 고치거나, 곧 지을 예정이거나, 가까이에 이런 사람들이 꽤 여럿이다. 여기서 가까이는 '가까운 사이'이기도 하고, '가까이 사는'이기도 하다. 낡고 오래된 나무 뒤주 한 채와 마당 흙바닥과 방바닥 높이가 같았던 세멘 브로끄 홑겹 건물 한 채가 사무실과 놀이방, 때때로 손님방의 용도로 쓰일 아래채로 바뀌고 있다. 집짓기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공정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얼개가 드러나 보이니까 안심이 된다. 새해 첫날에 담장을 헐면서, 동동이가 태어나기 전에!!라는 작심으로 시작된 일은 이헌이가 태어난지 백일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고 있다. 그 사이에 집짓기에 매달려 일한 날짜로 따진다면 열흘을 가까스로 넘기지 않을까 싶은데, 일의 맨처음 자문을 구했던 목수는 사람 기다리는 일이 ..
동동이가 태어나고 세이레가 지났을 때 끄적여 놓은 것에 아래와 같은 대목이 있다. 이제 두 아이의 아빠이군요. 혹시 걱정이라면? - 전쟁과 난리, 기근, 역병 같은 것들.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저와 같은 세대부터 겪게 되겠지요. 차라리 비디오나 pc게임 따위가 걱정이라면 좋을텐데요. 한동안 일본 소식에 온 마음이 꼼짝을 못 하였는데, 여전히 즐겨찾기 첫 칸에는 일본 뉴스를 모아놓은 페이지가 걸려있지만, 이제는 슬슬, 새로운 뉴스가 올라왔어도 제목만 훑고 지나가기도 한다. 석면과 폐암의 관계는 개인의 경험으로는 쉽게 알아내기 어렵다. 당장 내 몸에는 기침 한 조각 일으키지 않으니 바다 건너, 원자력 발전소 따위 무감해지는 것이야.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는 것은 불을 보듯 분명한데도 말이다. 관서에 계시는 ..
대보름 지나 며칠. 작년 대보름에는 달집 태우는 것이며, 풍등이며 제법 보았지만, 올해는 거의 모든 행사가 없어졌어요. 마을 사람들도 조용하게 지나는 분위기였지요. 보름이 지났으니, 팥밥은 아니고 (쉬기 전에 얼른) 나물 남은 것 몇 가지를 비벼 먹습니다. 지난 봄 산에서 해다 놓은 묵나물 몇가지가 어울려 추운 겨울을 꾹꾹 눌러 담은 맛이 납니다. 역시 나물 비빔밥은 보름날 무쳐서 먹고 남은 것을 하루이틀 지나 비벼 먹는 것이 한해 어느 때보다 좋습니다. 철마다 푸릇한 것, 시원한 것, 향긋한 것, 맛이 있지만은 말입니다. 얼마전부터 현미밥을 먹기 시작했어요. 가끔 현미나 잡곡을 조금 섞어서 먹기는 했지만, 흰쌀밥이 최고야.라며 (이것에서만큼은ㅋㅋ) 의기투합하던 부부였거든요. 하지만, 어느 날 아침, (..
입춘도 지나고 낼 모레면 대보름입니다. 대보름 지나면 날마다 동사에서 모여놀던 할매들도 슬슬 농사일 채비를 시작합니다. 겨우내 푸릇해야 했던 밀밭, 보리밭도 올해는 추운 날씨 덕분에 싹 나온 것은 다 얼고, 뿌리만 살아있지 싶습니다. 과연 저희 논에 뿌려놓은 밀들도 제대로 자랄까. 쫌 걱정입니다. 갑자기 시간이 생겨서 책읽기를 권하는 것은 아니고요. 마을 도서관 사람들과 간단한 이야기 중에 그림책 20권 목록을 뽑아보라는 말이 있어서 골랐어요. 골라놓고 보니, 목록만 고르지 말고, 방바닥에 배깔고 누워서 그림책 보고 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잔뜩. 그림책 목록이야 네이년 검색 한번이면 전집 한질 분량이 쏟아지는 것이지만. 마지막 추위, 날 풀리기 전에 (읽기에 부담없는) 그림책 한 권 보시려거든... 카..
며칠인가 하고, 손을 꼽아 보니 곧, 낼모레면 세이레입니다. 축하의 말씀을 적어주신 분들께, 하나하나 답례햐 드리지 못하는 게으른 블로그 방장입니다. 단지, 두어 가지 가사일이 늘었을 뿐인데도, 그 핑계로다가 스스로한테 다른 모든 거시기를 합리화하고 있는 며칠입니다. 다, 여러분이 함께 좋아해 주신 덕분에 동동이가 무럭무럭 크고 있습니다. 태어난 지 나흘째에 탯줄이 떨어졌습니다. 그 날짜 언저리의 사진이구요. 탯줄을 자를 때는 충분히 길게 자르고, 탯줄의 맥이 멈출 때까지 기다립니다. 조산원 할머니는 한 시간까지 기다린 적도 있다 하셨어요. 동동이는 금세 태맥이 멈춰서 그리 기다리지는 않았지만. 소독이든, 파우더든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둘 것. 대개 병원에서 자른 것보다 일찍 떨어지고, 탈 나는 일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