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서는 밀 타작을 하고, 모내기를 하고, 모는 제법 자라서 이제 중병아리 만큼은 자랐어요.초벌 김매기도 했습니다.그러나, 여하튼, 봄이네 살림. 밀가루는 올해도 나눌 만큼이 되지 못했어요.이제. 8년째 밀 타작이었는데, 아직도 이러고 있습니다.좋은 밀을 거두려고 애를 쓴다고는 해도, 무언가 이곳을 통해서 나눌 만큼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만. 지난 겨울, 아래 도가리에는 히어리베치라는 녹비작물을 심었습니다. 거름을 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도를 찾아야겠다. 이대로라면,해마다 소출이 더 줄어들 테니까요.윗도가리는 벼든 밀이든, 그래도 여느 논만큼 소출이 나는 형편이었으니까요.아랫도가리에는 녹비작물을 해서, 한해 휴경을 한다 해도,윗쪽만이라도 제대로 나면, 조금이나마 블로그를 통해서밀을 나눌 수는 있지 않..
병아리를 새로. 사 넣었다. 새로.그러니까 올 봄에 두 번째. 올해 처음으로 사 넣은 병아리들은,며칠 전 모두 사라지거나 죽었다. _________여기까지가 지난 번 글.다시 덧붙이면._________ 병아리를 새로. 사 넣었다. 새로.그러니까 올 봄에 세 번째. 올해 두 번이나 사 넣은 병아리들은,며칠 전 모두 사라지거나 죽었다. 두 번째 병아리들의 죽음과 실종은숱한 미스터리를 남긴 채 영영 풀리지 않을 일이 되어 버렸다.세 번째 병아리 무리들이 이미 닭장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부디 미스터리 따위는 없이 적당히 잘 자라고달걀을 낳고, 꽥꽥거리면서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며칠 밭매기 시즌.양파와 마늘은 잘 크고 있다. 그리고, 세 아이. 특히 세째 아이 막내도 잘 크고 있다. 밭일하는 뽄새 하나는 형과..
병아리를 새로. 사 넣었다. 새로.그러니까 올 봄에 두 번째. 올해 처음으로 사 넣은 병아리들은,며칠 전 모두 사라지거나 죽었다.철망이 뜯겨져 있었고, 밭에는 큰 개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었다.가까이에 늑대나 승냥이 따위는 없을 테니,분명한 개 발자국.그래서 문을 새로 해 달고, 철망을 다시 두르고,그 다음에 다시 병아리를 사러 갔다. 아이들은 병아리를 사러 가면,그집에 있는 강아지 우리 앞에서떠날 줄을 모른다.병아리 말고도, 칠면조, 토끼, 강아지, 거위, 오리 들이 있다."내가 이거 모란시장에서 다 달라고 하는 거를 돌라 놓고 이리가져와서 파는 거라고." 병아리. 혹은 중병아리, 혹은 중닭.늘 상자에 담아 주신다. 무슨 차를 가져 왔는지 묻고,병아리들이 적당히 버틸 만하게 담는다.옆에는 칼로 바람 ..
날이 풀렸다.보름이 지난 지도 꽤 되었고.아이들은 다시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첫 주말. 밭에 나서 있으면여기저기 경운기 소리, 관리기 소리가 난다.옆 밭 주인도 관리기를 들고 나와서 땅을 갈았다.이제 여기에 뭔가를 심어야 할 테니겨우내 캐고 남은 시금치와 냉이를 마저 캔다.냉이는 이제 꽃대가 하나씩 올라오는 것이 있다. 봄나물이 가득해서 밭이 푸르다.학교 안 가는 날, 밭에 나온 아이들. 닭장 옆으로는 더덕을 심고,감자 심을 땅에는 왕겨를 뿌렸다.왕겨를 뿌리고 땅을 갈아놓으면감자가 자라는 것이나, 나중에 캐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돌아와 냉이를 다듬는다.커다란 다라니에 캐 온 시금치와 냉이를 쏟아 놓고하나씩 다듬는다.조금 구부정하게 앉았다.저녁에는 찬바람이 불어서 방바닥은 절절 끓게 했다.엉덩이가 디..
메주콩.없어서는 안 되는 것인데, 서울 살면서는 한 번도 사 보지 않은 곡식.된장이든, 간장이든. 콩나물이든, 두부든.무엇이든 콩과 물과 소금 정도의 배합만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았을 때꽤 놀랐지요. 메주 쑤는 날은 김장 하는 날 못지 않게 중한 날이니, 아이들 모두 곁에서 일하는 것을 지켜보게 합니다. 올해는 겨울이 따뜻하니까 메주 삶는 것도 좀 더 추우면 하자 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겨우 날을 잡았습니다. 아이들 셋이 저마다 메주 한 덩이씩 만들어 보겠다고 찹찹찹, 맨손으로 콩 찧은 것을 두들깁니다. 옆에서 조금씩만 거들면 어느 틈에 메주 비슷한 모양이 나오기는 해요. 올해 세 살이 된 막내 녀석은 삶은 콩을 줏어 먹느라 바쁘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도 두들깁니다. 봄이 외할아버지는 아침 일찍부터 콩을..
__________ 날것의 완두를 내고, 또 한쪽으로 완두 앙금과 완두콩 병조림을 만들었습니다. 월인정원님의 글을 읽고 찾아오신 분들이 많으시지요. 아직 보내드릴 것이 있습니다. 마감이 되면, 여기에서 알려 드리겠습니다. 주문하시는 법과 종류는 아래에 적었습니다. 병조림과 앙금은 6월 8일 이후에 발송됩니다. * 완두콩, 앙금, 병조림 마감합니다. 음, 다른 것은 있어요... __________ 봄이네 밭이 있는 곳. 마을 끄트머리 깔끄막을 조금 올라선 자리. 그 위로 비탈에 칸칸이 논이 있다. 비탈을 마을 어른들은 갈밧등.이라고 하신다. 이름을 맞게 옮겨 적었는지는 모르겠다. 그것은 오로지 말로만 전하는 이름이니까. 봄이네 밭도 원래는 논이었던 자리. 이웃들의 땅도 밭으로 바뀐 자리가 여럿. 논에서 밭..
늦게 시작된 장마입니다만, 그나마 비가 적습니다. 악양은, 지리산 자락 건너편에 있는 큰 댐에서물이 수로를 타고 산을 넘어 옵니다.이녘 땅, 여러 곳에서 가뭄 이야기가 많이 들립니다만,제논에 드는 물이 있으니, 잘 실감하지 못합니다.다만, 며칠 동안 산 넘어 온 물이 논까지 오는 수로에문제가 있어서 물이 모자랐습니다. 그제서야 부랴부랴제 발등에 불 끄겠다고, 물이 어디 있는지 찾아다녔지요.예전에는 논에 물 대고 나서는, 아예 논머리에 자리를 잡고밤잠을 자는 일도 많았다고 합니다. 누가 그 물을 뗄까 싶어서요.다행히, 수로를 손 보고, 논에 물을 댔습니다.그러고나서, 애벌 김매기를 했지요. 이제 거의 다 되었습니다. 오늘 간단히 적어 두는 것은 논에서 김매기 할 때 쓰는 제초기에 관한 것입니다.작년에 논 ..
날이 썩 좋은 날은 없되,뜨뜻하기로는 날마다 정도가 심해져서,더 늦기 전에 벼르던 나무를 심었습니다. 첫번째는 물론. 유자입니다. 유자 다섯 그루.유자는 하동에서도 키우는 곳이 있으니 악양에서도 잘 자라겠지요.얼마나 지나야 저 나무들한테 유자를 얻어서진정, 봄이네 유자차를 다시 담글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만.여린 아이들아, 남해에서 보았던 그 훤칠하고 쭉 뻗은, 그런 나무로 자라다오. 다섯 나무가 모두 바라는 만큼 잘 자란다면봄이네가 해서 내기에 적당한 만큼, 유자차를 담글 수 있을 겁니다. 밭둑 아래에 자리를 잡아 유자 다섯 그루를 나란히 심었습니다.나무가 자라면 멀리서도 키 큰 유자나무에 노란 유자 달린 것이초겨울, 아침 볕에 빛날 겁니다. 귤도 한 나무.남일회입니다.귤, 한라봉, 레몬, 금귤.이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