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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했습니다. 조금 손등이 화끈합니다. 
양념 치대는 것 말고, 쪼금 뭐 더 한 것도 같으니까, 
(저도) 김장 했다고 적어 놓겠습니다. 

지금은 일도 아니지. 

김장 한다고 하면 마늘 까고, 생강 다듬는 것부터 시작해.

남자들은 배추를 짚으로 엮는다고. 네 포기씩 엮어.

그래 가지고 지게에 져서 냇가로 다 나르지.

뭐 몇백 포기씩은 다들 하니까. 남자들은 배추 져 나르는 게 큰일이야.

냇가에 가서 쌓아 놓고 절인다고.

그러고 나면 절인 거 다시 짚으로 묶어가꼬 지고 와야지.

마당에서 못해. 축축 절인 거 다시 묶어서 지게에 지고 와서는

마당에 쌓아놔.

......

......



메주콩 거둔 것으로 메주도 쑤었습니다.

가마솥에서 하루, 콩을 삶습니다.




익었나 안 익었나 한 알 두 알 자꾸 집어 먹습니다.

자꾸 집어 먹어야 그나마 콩이 이만치 익으면 된다 하는 것을 알게 되지요.

오전에 한 솥. 오후에 한 솥.

이렇게 삶았습니다만, 

오후에 삶은 것은 아침 것보다 조금 덜 삶아졌더라구요.

메주 색이 조금 다르게 나왔습니다.




돌 절구가 있어야 하는데요.

들통에 넣고 쿵쿵 찧어댑니다.


메주는 그리 찧는 기 아니야.

서 가지고 곡식 찧듯이 쿵 쿵 하믄 안 되고,

촵촵촵 이리 소리나게 찧어야지.

그래야 콩이 찧어져.

콩알 안 보이게 찧야지.

된장 풀 때 콩알 남으믄 아깝다고.


절굿공이에 콩 찧은 것이 척척 달라붙어서는 

들통이 들썩들썩 합니다.

안 쓰는 돌 절구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내년에는 꼭 돌 절구를 구해다가 찧기로 했습니다.




나락 타작할 때, 볏짚은 잘게 썰어서 논에 다시 뿌려둡니다만,

메주 매달을 것 한아름 남겨 두었습니다.

메주가 다 식고 조금 더 마르면, 짚을 꼬아서 메주를 걸어 말립니다.

김장도 늦었지만 메주는 좀 더 늦었기는 해요.

볕이 따뜻할 때 메주를 걸어 말려야 하는데요.

이미 아랫목에서 메주를 띄우고 있는 집들이 꽤 있겠지요.

그러거나 어쨌거나 메주 쑤고 김장 했으니 겨울 채비가 끝났습니다.




언젠가 가마솥 화덕 글을 올리면서 보여드렸던 화덕입니다.

그 사이에 연통을 두 번 바꾸어 주었어요.

이제야 제 연통을 찾고는 불이 잘 듭니다.

연통이 맞지 않았을 때에도 불은 잘 들고

나무도 적게 때었습니다만,

지금은 더 좋아져서는 예전 드럼통 자른 것에 가마솥을 얹었을 때보다

때야 하는 나무는 1/3쯤. 혹은 그보다 아래로 줄고,

물이 끓는 시간도 두 배쯤 빨라졌습니다. 그러니까

하루를 꼬박 때야 할 것이 그 반, 혹은 그보다 더 빨리 끝나는 것이지요.

불을 때고 있는 동안에도 손이 덜 갑니다.

집에 나무든 연탄이든 무언가 불을 때야 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면,

솥을 거는 것이나, 구들을 놓는 것이나,

처음 할 때에 이렇게 하는 게 좋겠습니다.

'나는 난로다'라는 행사도 하니 직접 찾아가 볼 수도 있습니다.




겨울 채비 + 가을 갈무리는 

시월 말, 나락 타작으로 시작합니다. 그리해서는 김장과 메주로 끝나는 것이지요.




올해 나락은 다들 멸구와 이런저런 병들이 돌았습니다.

그나마 봄이네는 괜찮은 편이었어요. 병 돌고, 바람에 넘어지고

이럴 때, 잘 버팁니다. 그러니까 농약 안 치고, 비료 안 하고,

이렇게 농사 짓는 것이 평소에 나락이 많이 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병이나 바람이 왔다고 확 줄어드는 일도 별로 없지요.




여섯 살, 세 살.

아이들도 농사일 큰 일이 있을 때는 저도 먼저 한다고 나섭니다.

논에서는 좀 모양만 내고, 내도록 뛰어 놀기는 했습니다만.




밭에서도 겨울 채비하는 일에 따라 나섭니다.

마늘이며 양파 심어 놓은 것에 왕겨를 뿌렸어요.

비닐은 쓰지 않으니까요.

다행히 방앗간이 코 앞이고, 늘 쌀을 찧으니

왕겨 구하기는 어렵지 않아서, 싹 난 마늘밭 양파밭에 왕겨를 덮습니다.

양파와 마늘 겨울 농사는 올해가 처음.

동동이 뒤로는 당근 밭. 며칠 지나서 당근도 뽑았습니다.




닭장 옆으로 한 두둑씩 

제법 일손이 됩니다. 이제.




어른 손이 가지 않고도

저 혼자 한 두둑씩.




왕겨 덮는 것 끝나도록 밭일 좀 하더니, 

바람이 차가워서는 짐차 뒷자리에서 놉니다.




아이들이 차에서 노는 사이에 말린 콩을 짐차에 싣고,

저녁 찬거리로 상추며 배추며 시금치 따위를 좀 솎았습니다.

상추는 요즘 맛이 더 좋습니다.

이 녀석들이 겨우내 죽지 않고 버팁니다. 시금치처럼이요.

겨울 지내고 봄에 뜯는 상추도 이제는

봄동이며 쑥부쟁이, 시금치와 함께 

이른 봄 나물로 해마다 기다리는 것이 되었어요.


___



봄이네가 올해 나락 타작이 여섯 번째였습니다.

이젠 조금씩, 농사들이 꼴을 갖춰서는

생선이나 고기 따위가 가끔 밥상에 오르는 것 빼고는

대개 논과 밭에서 나는 것으로 끼니를 합니다.

다른 집에 견주면 농사는 아주 적은 편입니다.

그래도 농사를 지어서 무엇이든 거두면

저 혼자, 식구끼리 다 해먹을 수는 없습니다.

공산품처럼 창고에 재어 둘 수도 없구요.



서리태입니다. 검은콩 털고 가리는 것도 다른 집보다 늦었더니,

지나는 이웃이 이 집은 서리태가 아니고 첫눈태네. 하십니다.

왼쪽 그릇은 봄이네가 밥밑콩으로 할 것. 오른쪽 그릇은 닭을 주거나

혹은 산새들 먹으라고 하거나 그럴 것이에요.

태가 좋고, 번듯한 것들은 따로 모읍니다. 

무슨 농사를 짓더라도 과일나무 한두 그루 있는 것이라면 모를까,

농사가 적다고 하는 봄이네도 자꾸 나눕니다. 

농사 짓는다는 게 어쨌거나 거둔 것을 여럿이 나눠 먹을 수밖에 없지요.

다른 사람 손을 빌려 시작해서는,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신, 땅을 골라 놓은 손길부터 시작해서요.)

나누어 먹는 것으로 끝나는. 그게 다 농사.




오늘, 이렇게 쫌 거창하고 있는 척하는 말을 적는 것은,

봄이네 농사로 '꾸러미' 비슷한 것을 할 수 있을까 해서입니다.

봄이네가 가게를 열었던 것이,
밀가루와 국수, 여러 가지 효소와 쨈, 산에서 뜯은 봄나물,
유자차와 모과차, 완두콩, 된장. 곰국
같은 것들이었어요.
때마다 고마운 분들이 찾아주셔서,
봄이네 살림이 이곳에서 자리를 잡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껏, 제가 어떻게든 농사를 짓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지닐 수 있도록 해 주신 밑거름이에요.
(이렇게 쓰고 있으니, 봄이네 살림 시작하고, 이곳에 글을 올리고,
성원해 주셨던 것들이, 하나하나 새록새록 합니다. 정말, 고마워요.)

밀가루나 완두콩, 산나물, 효소 같은 것은 제법 양이 되어서
봄이네 가게에 올리고 나눌 것이 되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것이 꽤 되지요.
블로그에 올리고, 기다렸다가 보내드리고, 뭐 그렇게 하기에는
양도 적고, 봄이네가 알아서 한 상자 싸서 보내는 것만이 가능한 것들이요.
아내와 꾸러미 이야기를 두런두런 하다가,
생각난 김에 적어봅니다.


봄                                          

상추, 시금치, 봄동

고들빼기 김치

두릅, 엄두릅

제피(초피)잎 장아찌

쑥, 쑥부쟁이

고사리, 취나물(참취) 

다래나무 순, 누린대(누리장)나무 순


여름                                       

양파, 마늘, 감자, 완두콩

오이, 호박, 가지, 풋고추

쌈채소 (상추, 깻잎, 청경채, 겨자잎......)

매실, 옥수수


가을                                       

고구마줄기, 가지, 호박

다래, 쪽파, 대파

콩잎 장아찌, 고춧잎 장아찌, 깻잎 장아찌

고들빼기 김치


겨울                                       

들깨, 참깨, 당근.

단무지, 무, 시래기 

배추쌈, 생멸치젓

검은콩

떡국 떡.


한 해 내내                                

쌀. 밀가루. 국수

된장과 고추장

매실, 매실장아찌

효소 발효액(솔잎, 도라지, 진달래, 석류, 매실, 인동초)

두부, 비지, 콩물

콩나물


닭죽 ( +달걀? )

곰국

추어탕

감식초


말린 나물

(박, 가지, 취, 고사리, 다래 순, 누린대 순, 토란대)

부각 (김, 가죽나무 순)


                                                            


곰국이나 멸치젓 같은 몇 가지는 재료를 사다가

만드는 것이겠지만, 대부분 봄이네가 농사를 짓는 것이에요.
요즘 흔히 하는 식으로 꾸러미를 보내기는 어렵겠지요.
이를테면, 가지나 호박 따위를 보내려고 할 때에도
그것이 많이 나기는 하지만, 여러 집에 보낼 것이
한꺼번에 다 익지는 않으니까요.
한 달에 몇 번 하는 식으로 보내드릴 수도 없으니,
봄이네 꾸러미를 받는다고 해서,
시장 가는 일이 확 줄어들지도 않을 겁니다.
봄이네도 꾸러미 생각한 것은 오래되지 않은 것이라,
내년 한 해는 농사가 어찌 굴러가는지 
언제 얼마나 거두고, 보낼만 한 것은 있는지
좀 더 자세히 헤아려 볼 생각입니다.
지금 생각한 것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봄이네 살림에는 내년 한 해 동안 
농사짓는 것을 좀 더 자세히
적어서 보여드릴 생각이구요.




장에는 유자가 나옵니다. 

유자차 담고 싶은 마음이 굴뚝입니다만,

봄이네가 유자를 따던 유자밭이 

도로 넓힌다고 파헤쳐진 다음으로,

아직 마땅한 유자밭을 찾지 못했어요.

언제든, 유자를 마련할 수만 있다면, 다시 유자차 가게를 열겠어요.


곧, 봄이네 가게를 다시 열 생각입니다.

올해 봄이네 쌀과 서리태로요.

둘 다 맛이 제법 좋습니다.

겨울 채비 마저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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