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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네 가게

복잡한 알림.

haeum_se 2012. 8. 2. 10:26


* 복잡한 알림글에 앞서 어제 8월1일 발송을 했습니다.

다만, 곰국이나 추어탕, 효소를 함께 주문하신 분들 것은 오늘 8월 2일 보내드립니다.

국수를 삶아 드시는 것이야, 저보다 다들 잘 하실 겁니다.

그래도 한 마디 덧붙이자면,

봄이네 국수는 아무래도 시중에서 판매하는 수입밀로 만든 국수보다

고소하고, 맛은 더 좋다고 자부합니다만, 찰기는 좀 덜합니다. 

그러니 국수를 삶으실 때, 

물이 한 소끔 끓어오르면 찬물을 부어서 가라앉히기를

두어번 해 주세요. 더 쫄깃하고 맛있게 드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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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알림글을 써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봄이네.입니다.

(글이 주절주절 합니다만, 역시 '복잡한 알림'의 결론은 글 끝에 붙어 있습니다요. ^^; )


2009년 여름에 봄이네는 처음으로 밀가루를 보내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씨를 뿌리는 것부터, 밀가루로 포장해 보내드릴 때까지

해마다 색다르고 곤란한 경험들을 하면서 밀가루를 보내왔지요.

올해가 네번째이고, 그리고, 처음으로 농사지은 밀가루로

국수까지 뽑아서 보내드리게 되었습니다.


어르신들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농사짓는 것은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하십니다.

지난 가을에 씨를 뿌린 밀농사는 처음부터 불안하고,

하늘을 자꾸 쳐다보고, 그저 조금이라도 소출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늦은 가을에 여러번 폭우가 쏟아졌고,

채 싹이 나지 않은 씨앗이 물에 잠기는 일이 여러번이었습니다.

아예 거의 싹이 나지 않아서, 봄이 되자마자 갈아엎고 다른 농사를 

짓는 집도 흔했습니다. 

그런 것에 견주면, 봄이네는 지난 어느 해보다 밀이 많이 났습니다.

봄에는 오랫동안 가물고 볕이 뜨거워서 이삭이 타들어가듯 했습니다만,

그것도 봄이네 밀은 제법 잘 버텨내었구요.

타작을 할 때까지 내내 마음을 졸이는 밀농사였지만,

그래도 올해는 큰 탈 없이 밀농사를 지었구나 싶었습니다.

허나, 제가, '마지막'이라는 것을 잘 몰랐던 것이지요.


지난 글에서 밀 널어 말리는 곳, 보여드렸지요.

원래는 그렇게 먼 곳까지 밀을 가져다가 말리지는 않았어요.

올해 무사히! 밀 타작을 끝내고는 집 가까운 곳에 밀을 널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다급한 전화를 받습니다.

봄이네가 밀을 널어놓은 곳, 가까이에서 누군가 농약을 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갔을 때는 약을 치신 분은 이미 들어가셨고요. 

밀알에 농약이 묻었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직, 밀농사의 마지막에 다다르지 않았던 것입니다.

유기농이, 유기농 아닌 것이 되는 것은 한 순간입니다.


읍에는 농산물품질관리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널어놓은 밀 여기저기에서 조금씩 샘플을 모아다가 이곳에 보냈습니다.

혹시, 밀에 뭐 묻어있는 것이 있는가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1주일. 만약에 그분이 치셨다는 농약이 묻었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올해는 밀을 하나도 먹을 수도 없고, 보내드릴 수도 없을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멀쩡한 결과가 나왔고,

그제서야 다시 밀을 싣고, 그 높은 데 올라가서 말렸습니다.


자, 이만큼 했으니, 올해 밀농사 이벤트는 끝.

마무리 액땜 치고는 사람 기운을 쪽 빼놓는 액땜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저녁.

복잡한 알림글을 써야만 하는 상황이 터졌습니다.

올해 처음 국수를 뽑았습니다.


국수 봉투에도 써 놓은 것처럼, 경남 남해에 있는 형제제면이라는 곳입니다.

네, 그 한 모퉁이를 돌아나오면 바다가 보이는 그 집이요.

인터넷에서 '남해 보물섬 우리밀 국수'를 검색하시면

이곳에서 국수를 뽑아 팔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악양에서 밀가루를 빻아서, 형제제면에 가져다 주었습니다.

국수 봉투도 저희가 따로 준비해서 스티커 붙여서 보내드렸지요.


'밀가루를 가져다 준 만큼 국수로 뽑아져 나온다.'고 했습니다.

봄이네가 맡긴 밀가루는 230kg입니다.

한 봉지에 500g을 담아달라고 했지요.

국수로 나오기까지 일주일쯤 기다렸습니다.

형제제면 사장님은 한 봉지에 500g씩 담아서 포장했다고 하셨습니다.

한 봉지에 500g이라는 것은 작업 중간에도 따로 확인했지요.

국수를 찾으러 가니,

국수 60개가 담긴 상자를 7상자, 20개가 담긴 상자를 2상자 주셨습니다.

밀가루로 받은 것이 230kg, 국수로 나온 것이 230kg이라고 하셨습니다.

집에 와서는 그동안 기다리시던 분들 생각하면서 부랴부랴 담아서

택배를 보냈습니다. 그게 어제(1일) 오후입니다.

저녁에는 봄이 외할머니께서 그 국수를 삶으셨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 물으셨습니다. 

"한 봉지에 500g이라고?"

"네."

"딱 들어보니까 아이던데. 모자라든데."

"네?"


집에는 저울이 세 개 있습니다. 두 개는 전자저울, 하나는 기계식.

남은 국수를 꺼내서 세 저울에 올려봅니다.

국수 한 봉지의 무게가 일정합니다. 

봉투 무게를 포함해서 460g.

봉투를 빼면 453g 정도입니다.


이런이런, 500g이라고 하고 이미 셈을 하고,

택배로 보내고,

모든 포장이 끝나버렸는데 말입니다.

정확한 용어가 떠오릅니다. 

멘붕.

(앞으로도 봄이네 사전의 '멘붕'은 이번 사건을 용례로 삼겠지요.)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국수를 주문하신 분들께는 따로 전화드리겠습니다.

발송하기 전에 무게를 확인하지 않고 보내드려서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떻게 된 것인지 확인이 되는대로,

다시 글 올리겠습니다.

여기까지 복잡한 알림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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