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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네 논밭

완두와 과일나무

haeum_se 2014. 3. 1. 00:53


날이 썩 좋은 날은 없되,

뜨뜻하기로는 날마다 정도가 심해져서,

더 늦기 전에 벼르던 나무를 심었습니다.



첫번째는 물론. 

유자입니다. 유자 다섯 그루.

유자는 하동에서도 키우는 곳이 있으니 악양에서도 잘 자라겠지요.

얼마나 지나야 저 나무들한테 유자를 얻어서

진정, 봄이네 유자차를 다시 담글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만.

여린 아이들아, 남해에서 보았던 그 훤칠하고 쭉 뻗은, 

그런 나무로 자라다오. 

다섯 나무가 모두 바라는 만큼 잘 자란다면

봄이네가 해서 내기에 적당한 만큼, 유자차를 담글 수 있을 겁니다.



밭둑 아래에 자리를 잡아 유자 다섯 그루를 나란히 심었습니다.

나무가 자라면 멀리서도 키 큰 유자나무에 노란 유자 달린 것이

초겨울, 아침 볕에 빛날 겁니다.




귤도 한 나무.

남일회입니다.

귤, 한라봉, 레몬, 금귤.

이렇게 한 나무씩 심었습니다.

진주에서 사 왔는데, 그곳은 비닐집에 심고,

겨울에는 난방까지도 한다 하더군요.

어린 나무를 기르는 것이니 그래야겠지요.

악양이 따뜻하다 해도, 귤이나 레몬 따위를 

밭에서 기르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고 하십니다.

한라봉이나 금귤은 겨울을 지나 따야 하는데,

열매가 얼어버릴 테구요.

그래서, 네 나무를 서로 가까이에 심고

다시 추위가 오기 전에 비닐집을 만들어 씌우기로 했습니다.

나무를 너무 고생시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한라봉입니다.

다른 나무들보다는 아직 어린 것.

조금 더 기다려야(그리고 죽지 않게 잘 키워야)

한라봉 맛을 보게 되겠지만,

가장 맛이 기대되는 것.




레몬.

이번에 과일나무, 좀 자란 것을 사러 가서 보니,

열매의 맛과 나무의 태가 서로 닮았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특히 레몬나무.

이파리 모양만 봐도 시큼하고, 어여쁘고, 가볍다.




금귤은 넷 가운데, 추위에 잘 버티는 나무라 합니다.

"하지만, 열매는 얼어요. 열매가 얼어도 나무는 괜찮더라고요."

저기 달린 금귤만 다 따도 나무 값 삼분의 일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래 금귤은 예정에 없었는데, 농원에 간 동동이가 금귤을 처음 먹어보고는

너무나 반색을 하고 먹어서, 한 나무.

비닐집을 짓고, 또, 이번에 심은 나무들이 잘 자란다면

넷 가운데 몇 나무는 더 심으려구요.




봄동. 얼른얼른 솎아 먹어야겠어요.

복작대며 자라는 것이 보기 좋습니다.

어린 아이들, 저렇게 또래끼리 부대끼면서

살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잠시 두 눈 크게 뜨고, 파랗게 올라오는 것 세어 보시길.

그 새파란 싹 모두




완두입니다.

역시 메주콩 싹 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풋것. 말캉하고 달큰한 싹.

새싹 나는 모양새도 그래요.

완두 싹 보자마자 완두콩밥 생각하느라

그리 보인 것일 수도 있지만서도.




완두콩밭에 멧돼지가 다녀갔습니다.

위에 깊이 찍힌 발자국, 들여다 보면

앞에 발굽 벌어진 것도 보입니다. 

뒷발굽 작은 것도 찍혀 있구요.

취재 다니면서 볼 때는 남의 밭에 발자국 찍힌 거 보고

좋아라 했는데,

그것은, 농사 짓기 전 이야기. 

한번이라도 밭에 씨 뿌려 거두고 나면,

맘 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심정은 아닙니다.

물론, 그렇다고 뭐 솟구치는 감정이 생기는 것도 아니에요.

게다가 완두콩밭에 와서는 별 짓 하지 않고 그저 한 바퀴

휘돌아 보고 가버렸거든요. 

발자국 옆에 완두 싹 멀쩡한 거 보이시죠?




그리고, 너무 이른

꽃 소식.

매화 한 나무에 꽃이 피었습니다.

이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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