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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계마을

도롱뇽과 박쥐와 고라니

haeum_se 2014. 6. 20. 03:12



사위가 깜깜해진 밤에

전조등을 켜고 운전을 하는 일은 드뭅니다.

어쩌다가 서울에 일보고 올 때에

버스나 기차에서 내려서 

거기서부터 집까지 돌아오는 길. 정도.

어제는 가까이에 온 지인을 만나고 

깜깜한 밤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가드레일을 따라 고라니가 고개를 기웃거리며

빠져나갈 자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찬찬히 자리를 찾을 만큼 침착한 녀석이니

잘 빠져나갔을 겁니다.

그러고나서

오늘은 한낮에 찻길을 건너는 고라니를 보았습니다.

아마도, 그 동안 제가 보았던 고라니 가운데

길을 건너는 녀석으로는 가장 여유로웠던 녀석이었을 겁니다.

유럽 어디였는지, 아니면 일본이었는지.

길을 걷는 사람들 옆으로 나란히 걸었던

사슴같은, 그런 자태였습니다.




논일 하다가는 도롱뇽을 만나기도 했어요.

봄이네 논으로 드는 물은 한쪽은 산에서 내려오고,

또 조금씩은 뒷산 샘물이 듭니다.

도롱뇽은 요즘은 보기 어렵지만,

예전에는 마을 가까운 박우물에도 많이 살았으니까요.

아마도 샘물 따라 내려와서 살고 있었을 겁니다.




논두럭한다고 괭이질을 하다가는

바지주머니로 뭔가 후루룩 들어가는 느낌이어서

치어다 보았다가 

지네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지네도 많이 놀란 듯.

요즘 봄이하고 동동이하고 잠들기 전에

자주 읽어주는 책으로

<사람으로 둔갑한 개와 닭>이라는

책이 있어요. 거기에 커다란 지네가 주인공을

잡아먹으려고 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봄이나 동동이나 좋아하는 책이어서,

지네를 병에 담아 아이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소똥구리도 봅니다.

만난 것은 집 마당인데,

어디에서 살고 있었던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새가 물고 가다가 떨어뜨렸나?


저녁을 먹고 어스름에 마당에 나왔다가는

박쥐도 보았습니다.

무언가 펄럭이면서 나는 것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새처럼 나는 모양새는 아니고,

나방 같은 벌레라 하기에는 또 너무 큰 것이라,

한참을 무엇인가 지켜보았지요.

박쥐였습니다. 박쥐 나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박쥐 무리 가운데는 좀 작은 축에 드는 것이었습니다.

이리저리 날면서 아마도 벌레잡이를 하는 중이었겠지요.

집에 들락거리는 쥐는 골칫덩어리였지만,

박쥐는 집안에 자리를 잡고 살아도 내치지 않았습니다.

고마운 녀석이거든요.

흔한 농사 해충으로 나방 애벌레같은 밤벌레가 많은데,

그런 벌레 잡는 것으로 박쥐만 한 것이 없습니다.

거의 다 없어졌지요.





봄이는 이제 감자깎기에 도전할 만큼 컸습니다.

대개 심부름에는

'아빠는 왜 아빠가 할 수 있는 걸 나한테 시켜?'라는

토를 달기는 하지만,

제 마음이 내켜서 하는 일에는

제법 손을 놀릴 줄 알게 되었어요.




비 오는 날에는 

봄이, 동동이. 그저 둘이서

비옷에 우산에 챙겨 들고는

동네 길을 걷습니다.

낙숫물에 한참이나 우산을 들이밀고

물 떨어지는 소리만으로도 즐거워하고,

물 고인 자리마다 첨벙대면서요.




날은 덥고,

완두콩으로 시작한 

봄이네 늦봄 점빵도 조금 정리가 되어 갑니다.

해마다 하는 농사가 되었지만,

이만큼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무언가 새로운 모의와 작당 같은 것이 있어야겠다고

머리를 굴립니다.

다음 주에는 밀가루를 빻고, 국수를 뽑고 그럴 겁니다.

주말께에 월인정원님이 하시는 6월 빵긋에도 가고요.

그렇게 해서 다시, 밀가루 점빵도 열고 나면 한여름이 되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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