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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계마을

국수.

haeum_se 2014.07.22 00:02



국수 널어 말리는 곳이 실내인 것을 보고,

내가 실망하는 눈치였다는 것을 알아챘다.

국수집 젊은 후계자는 널어 놓은 면발 앞에서

이렇게 말을 꺼냈다.

"햇볕이 쨍한 곳에 널어 말리면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적당한 시간 동안 천천히 마르는 게 좋지요."


올해, 봄이네살림이 국수 뽑은 집은 작년과 다른 집.

이곳은 토종밀로 국수를 뽑은 경험은 거의 없었지만,

70년, 3대를 잇고 있는 집이다. 국수집 안에는 2대와 3대가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벌컥 문이 열리고 동네 아저씨가 들어온다.

"왕면, 왕면 있어? 왕면으로 두 개 줘."


국수집은 내가 어릴 때 살던 동네.

한집 건너 한집. 반지하에서 미싱이나, 혹은 양말기계를 

한 두대씩 놓고 돌리던 그런 가정집을 닮아 있다.

고개를 수그리고 들어갈 만한 문.

오래된 갈색 알미늄 샷시 문을 열면,

갖가지 국수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한쪽으로 반죽하는 기계, 면 뽑는 기계가 있고,

국수를 널어 말리는 방이 있다.

네비가 시키는 대로 따라 가서는, 빙글빙글 돌면서 국수집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국수집 3대가 먼저 나를 알아보고는.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잠깐만요. 저 앞에 배달 좀 하고 올게요."

"와서도 사 먹고요. 근처에 국수파는 식당이나 슈퍼마켓 같은 데도 넣고 그래요."




"면 굵기가 열아홉 가지쯤 돼요. 이 중에서 어느 정도로 하실지 결정하셔야 돼요."

역시, 국수는 소면.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으니까,

소면으로 할까. 이런 이야기를 아내와 하려는 찰나에.

국수집 2대.께서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밀가루 가지고 와 봐라."

그리고는, 동네 밀방앗간에서 빻은 밀가루가

아무래도 좀 거칠다는 것을 보여주셨다.

까만 신문지 위에 놓고 보면 더 잘 보인다는데,

신문지가 없어서 아쉬워 하셨다. 그리고는,

"토종밀은 글루텐이 적어, 찰기가 적다고.

가루가 안 고와서, 잘 퍼져. 얇게 뽑을 수야 있지.

그래도 중면으로 해. 중면. 중면은 해야 해."

"네."


올해, 봄이네살림 토종밀은. 맛이 좋다. 정말. 처음 타작할 때는

소출이 너무 적어서, 내년 농사에서 어떻게 하면 다시 예전만큼 

거둘 수 있을 것인지 그것만 머리에 가득했다. 그랬다가,

밀가루 맛을 보고, 지금은 어떻게 하면 내년에도 이 맛을 낼 수 있을 것인가.

그것만 생각하고 있다. 

여튼, 석유를 집어넣지 않는 만큼. 거두는 게 줄어드는 것은 어느 정도

당연한 것이다. 유기농 농사법을 다룬 책에는 자주 이런 말이 나온다. 

"유기농으로 해도, 관행농에 뒤지지 않아요!"

봄이네살림은 관행농에 뒤지지 않으려고 유기농을 하지는 않는다.


토종밀을 다룬 경험은 많지 않아도, 날마다,

국수 먹는 사람을 상대하는 국수집이니.

이만하면 올해 봄이네살림 토종밀에 걸맞아 보였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국수가 왔다.

국수를 널어 말리면 대 위에 걸리는 맨 위와, 또 맨 아래는 

굽어 있다. 국수를 적당한 길이로 자를 때, 이 부분은

짧게 잘라내서 부스러기가 된다. 이번에는 이것도

따로 모아진 것을 한 푸대. 받았다.

면은 짜다. 첫 맛이 그랬다. 봄이 외할머니는

옛날에 부산, 국수 뽑던 집에서 먹던 그 정도 맛이라고 하셨다.

면에 간이 잘 되어 있어야, 국물하고 따로 안 놀고 맛이 좋아.




며칠 전에 부각을 튀겼다.

봄이하고 동동이하고, 놀면서 와그작거리고 쉬지 않고 집어먹는다.

부각도 풀을 바르고, 뜨거운 볕에 바로 말려서는 안 된다.

국수를 그늘에 말리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 것이다.

국수는 하루나 이틀쯤 말린다고 했다. 

"날씨 따라 맛이 달라져요. 다른 걸 아무리 맞춰도

마르는 사이에 날씨가 어떻게 될 지는 모르니까요.

그래도 잘 봐 가면서 해야죠."


밀가루와 국수 보낼 것을 다 싸고,

점심에 호박을 채 썰어 넣고 부침개를 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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