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부계마을

지난 가을_02

haeum_se 2014. 10. 31. 20:26

  


깨 털고, 콩 털고

집집마다 그러고 있습니다.

며칠 비가 오니 마당 한 켠, 담벼락 한쪽으로

깻단 묶은 것이 비닐을 쓰고 서 있는 집도 많아요.


 


들깨는 많이 심지 않았어요.

그저 잎채소로 따먹고, 들깨죽 몇번 끓일 만큼입니다.

그래도 들깨 터는 날에는 어느 집에서 들깨를 털든

온 마을에 들깨 냄새가 가득합니다.


 


서리태 풋콩도 조금 해서는 밥에 놓아 먹고 있어요.

동동이는 날마다 콩 없는 밥과 콩 있는 밥을

번갈아 주문합니다.




작년에 담근 장도 갈랐어요.

맛이 잘 들었습니다.

 



몽쳐진 메주를 조물거리고 있으니

아이들이 한 손가락씩 푹 찍어 먹습니다.

항아리에 간장, 된장 자리를 잡고 앉혀 놓으니

뒤주에 곡식 쌓아놓은 기분이 나요.

 



유난히 뱀을 많이 본 가을이었어요.

집 앞에서도 살모사를 두 번이나 보았지요.

다른 곳에서도 보고.

꽃뱀, 누룩뱀…

예전에는 살모사가 집 가까이에 다니지는 않았다는데,

살모사는 봄이 그림대로 생겼으니까 잘 보아두시길.

갓 태어난 어린 새끼도 독이 있으니까, 조심해야 합니다.

 



아침 먹기 전.

서고 앞, 봄이와 동동이.

아내가 아침을 준비하는 사이,

이러고 나와서 놉니다.

 



가을 아침 볕입니다.

새벽 바람이 차가웠던 날, 아침.

손가락을 쫙 펴서 햇볕에 내밀면

볕이 온몸을 속속들이 지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가을 볕에는 그런 힘이 있어요.




감이 익어가는 이 무렵에,

아침 볕이 좋습니다.

아이들도, 볕 찾아서 자리를 폅니다.


 

옆집에도 뒷집에도, 마을 안담 어느 집에서나

다 들리게

"얘들아, 밥 먹어라" 하는 소리가 납니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