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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새로 구들을 놓았다.

새 구들에서 두 번째 겨울을 보내고 있다.

마루에 아궁이가 있다.

오랫만에 찾아온 이가 

마루에 아궁이 있는 것을 보고

'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아주 오래 전에,

그러니까 움집 같은 것에서 불 하나 피우고 살 때에,

그 때 불이라는 건, 그것 하나로

먹을 것을 익히고,

주위를 밝히고,

집을 따뜻하게 데워서

목숨을 잇게 하는 것이었다고.

그리고 또 하나 아주 중요한 게 있었는데,

둘러 앉아서 불을 그저 바라보는 것.

불을 보면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들이 지금은 

부엌에 까스불이 되고,

집 안 조명이 되고,

또 방바닥 보일러가 되었는데.

마지막 것,

멍하니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듣는 것은

텔레비전이 대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삼 칸 집.

방이 두 칸. 부엌 한 칸.

방 하나는 보일러.

하나는 구들.

보일러 방 아래에도 구들은 있다.

그리고 원래 구들방이었던 것은 예전 방식대로 

아궁이와 구들이 있던 것.

아궁이에서 음식을 하거나 물을 데우는 것은

더 이상 하지 않으니까,

방 두 개에 구들 하나를 놓기로 했다.

아궁이는 실내, 마루에 놓고.





이것이 원래 구들방의 개자리.

깊게 파 있다.

날마다 아궁이에 불을 때고,

아침 저녁으로 가마솥에 밥을 짓는 삶이라면,

늘 뜨끈한 방바닥이었겠지.





두 방을 나누는 벽, 아래쪽을 트기로 했다.

대살을 엮어 흙을 친 벽.

지금도 여전히 살림채, 남아 있는 사방 벽이 이런 흙벽이다.

한지를 바른 벽은 언제든, 만지면 따뜻하다.





새로 놓는 구들은 구들하우스의 낮은구들로 했다.

https://cafe.naver.com/ghousesystem

구들이 어려운 것은 대개 집 생긴 것에 따라

구불구불하고, 비스듬하고, 정해진 것이 없어서가 아닌다 싶다.
구들돌이라는 것도 구름마냥 제 멋대로 생겨 있고.

이 규격화되어 있지 않은 것들에

어려서부터 몸이 익은 사람이라면 

능숙하게 해낼 테지.




하지만, 이제 그만한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구들은 아무래도 놓고 나서도 꽤 한참,

여러 번 들여다 보아야 하게 마련.

구들하우스의 낮은구들은 시공할 때

거의 반듯반듯하게 구들을 놓는다.

아랫목에 두꺼운 돌을 놓거나,

고래나 개자리를 깊게 파거나 하지 않는다.





돈 때문에 직접 구들을 놓아야 했으니까,

처음 하는 사람이 놓아도 가장 하자가 없겠다 싶은 것.

그러면서도 나무 적게 들고,

온기가 오래 갈 것 같았다.

부산에 있어서, 직접 가서 보고, 놓는 것도 배우고.

그러고 나서 결정.





물론 마음처럼 간단하지는 않았다.

역시, 다시 하고 싶지는 않고...





보름쯤 불을 넣고, 연기가 새는지 보고,

불이 잘 드는가 본 다음.

벽지를 바르고, 장판지를 깔았다.

한참 공사가 있었지만,

방은 다시 원래 모양이 되었다.

아, 두 방 사이 벽 아래쪽이 열렸지.





날마다 저녁을 먹은 다음

불을 넣는다.

불을 넣고 있으면,

그 앞에서 한참 멍하니 불을 보고 있다.

아이는 아궁이 앞에 자리를 잡고

만화책을 본다.

식구들이 불 앞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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