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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이나 유자차, 석류 효소, 콩은 별다른 일 없이 잘 갔지만,
배쨈은 저희가 잘 확인을 못 했어요. 배쨈을 충분히 여러 번 만들어 보지 못 한데다가.
유기농 설탕으로 만든 건 처음이었지요. 정제 설탕으로 만든 것하고 크게 다르지
않겠거니 하고 보내놓고는, 그제서야 담아 두었던 쨈 뚜껑을 열고 빵에 발라먹어야겠다 했지요.
어어엇, 헌데 이게 너무 되직한 거예요. 게다가 너무 추운 곳에 두었더니
꿀이 소는 것처럼, 몽알몽알 단 알갱이가 생겼지 뭡니까.
꿀을 따는 분들은 그렇게 말해요. '꿀이 솔다.'라고 하는데, 마치 설탕 알갱이처럼
당분이 맺히는 거죠.
여튼, 좋은 재료 썼다고 비싸게 받아서 처음으로 나눴던 건데, 이 모양이라니.
부랴부랴, 과수원에 전화부터 했지요.
'저 혹시 배 남은 것 있나요?' 다행히 저온창고에 보관한 (아마 설날에 팔려고 하신 것이겠지요.)
배가 있다 하시대요. 배쨈을 보내드린 분들께 연락을 드리고는
새로 배쨈 졸일 준비를 했습니다.
(한 분은 기어코, 완강히, 쨈을 다시 보내면, 입금으로 응수하시겠다는 분이 계셔서
조금 난감했습니다만, 그것도 그럭저럭 해결책을 찾아 보내고...)
덕분에, 배쨈 졸이는 것, 조금 자세히 보여드릴 수 있게 되었어요.



일단 배를 마련해서 잘 깎습니다. 사진이라 잘 보이지는 않겠지만, 하동 섬진강가에서 나는 배는 물이 많고 아삭거립니다. 단맛도 많이 나구요. 다음번에는 저희가 배를 사 오는 집에서 어찌 농사를 짓는지 자세히 올려보도록 할게요. 여튼, 배가 맛있고, 농약도 덜 치고, 참 좋은 아저씨 아주머니가 농사짓는 배입니다. ^^



배를 깎고, 씨방을 도려냅니다. 씨방은 따로 모아서, 대추나 뭐 간단한 몇 가지를 내키는대로 넣고 달입니다. 새콤하고 따끈한 게 추운 날 마시기에 딱 좋습니다. 이거는 배쨈 만드는 덕분으로다가 얻게 되는 것.



그 다음, 가늘게 채를 썹니다. 가끔 인터넷에 보면, 간단한 쨈 만들기하고 하면서, 배를 믹서에 갈아서 전자렌지에 익히라는 레시피가 있는데요. 물론, 여기 오시는 분들은 안 그러시겠지만, 그렇게 쨈 만드시려면, 그냥 깎아 드셔야 합니다.
전자렌지.라뇨. 그건 배도 죽이고, 쨈도 죽이는 일입니다.



가마솥에 담은 배입니다. 물 필요 없습니다. 레몬즙도 안 넣습니다. 새콤한 맛과 더 오래 보관이 가능하다면서 레몬즙을 넣는 경우도 있는데요. 일단 레몬이 문제입니다. 나중에, 저희 집 마당에서 레몬을 기르게 되면, 넣는 걸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꼭 새콤하게 드시고 싶으면, 매실 효소 같은 것을 조금 섞어 드시는 것도 괜찮겠지요.
여하튼, 그래서 가마솥에 들어가는 것은 두 가지. 배와 설탕. 뿐입니다.


그 다음부터가 가마솥 배쨈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사진은 달랑 한 장입니다만, 아침 먹고 시작해서 저녁 먹기 전까지 졸입니다.
그냥 불만 땐다고 되는 일이 아닌지라. 장작 넣어가면서, 가스불 조절하듯 불 세기를 조절합니다.(이거는 아직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봄이 외할아버지가 해 주십니다.) 너무 세면 눌어 붙고, 너무 약하면 제대로 맛이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위에서는 나무 주걱으로 줄곧 저어줍니다. 젓고 젓고 또 젓습니다.
저희가 파는 배쨈이 조금 비쌉니다. 아마 사과쨈이었으면 이보다는 훨씬 싼 값이었을 겁니다. 똑같은 양의 배와 사과로 쨈을 만들면 쨈으로 나오는 양은 거의 두 배 차이가 납니다. 배는 뭐 졸여보면 알지만, 다 물이에요. 솥에 김 나는 거 보이시죠? 하루종일 저렇게 김이 납니다. 분명 가마솥에 가득 넣었는데, 게다가 설탕도 더 넣구요. 그래도 다 졸이고 나면 솥의 1/3 정도입니다. 나오는 쨈도 적고, 졸이기는 오래 졸여야 하고, 다루기는 더 까다롭고. 그게 배쨈 값의 비밀입니다.
다행인 것은 직접 농사지은 밀가루로 구운 빵하고, 배쨈하고 제법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겁니다. 여러 사람과 나눌 기회도 생겼구요.
지난 번 졸인 것은 다 팔렸습니다만, 이렇게 새로 졸인 덕분에 지난 번에 구입하신 분들께 새로 보내드리고도 조금 더 남아 있습니다. 받아보신 분도 새로 졸인 것이 더 맛있다 하니 다행입니다.




금세 아시겠지요? 왼쪽이 유기농 비정제 설탕. 오른쪽이 일반 정제 백설탕입니다. 그리고 다들 아시겠지만, 시중에서 파는 황설탕과 흑설탕은 백설탕으로 만드는 겁니다. 백설탕에다가 카라멜 색소와 또 뭐시기를 넣고 만든다고 해요.
이번에 내 놓은 유자차와 배쨈, 석류 효소는 모두 유기농 비정제 설탕으로 만든 것들입니다.



보내드린 메주콩입니다.


이 동네에서는 '가티'라고 하는데요. 콩을 적당히 볕에 널어 말렸다가 담아서는 이런 가티를 골라냅니다. 그런데, 위 사진에 보이는 가티는 이번에 콩을 팔기 위해 내놓으면서 한번 더 골라낸 겁니다. 저희가 먹을 거에요. 메주를 쑤거나 콩국수를 하거나, 두부를 만들거나 할 때에 이 정도 가티는 문제될 게 없거든요. 워낙 처음에 골라낼 때는 가티가 이보다 훨씬 많았지요. 더 쭈글쭈글하고, 벌레 먹고, 아주 작고... 이런 것을 골라내고 저희 먹을 것으로 담아 두었던 것인데, 팔 생각을 하니까, 아무래도 이 정도 가티도 골라내야겠다 싶더라구요. 다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다른 곳에서 콩 사 드실 때에 이 정도 가티가 섞여 있는 것은 음식 해 드시기에 별로 상관 없다는 것만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눈도 안 좋은 할매들이 이런 거 골라내려면 돋보기 쓰고 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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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별다른 사고없이(그 엄청난 폭설에도 말이에요.) 먹을 것들이 오가고,
받으신 분들이 또 고마운 인사를 건네주셔서 내내 즐거운 마음이었습니다.
자꾸 인연이 쌓여가니 그것만큼 좋은 일도 없구요.
지금은 쌀과 유자차, 배쨈이 조금씩 남아 있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연락해 주시구요.
힘이 닿으면, 봄 기운 담은 걸로다가 다시 점빵을 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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