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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뒷간과 헛간

haeum_se 2010. 2. 24. 00:36

악양에 내려와 살림을 차린지 1년이 훌쩍 넘었습니다.만.
저희 집에는 아직 뒷간이 없습니다!
오줌 눌 곳은 있는데, 똥 눌 곳이 없어요.
네, 무척 어렵고 곤란하고 난처한 나날입니다.
그래서 이용하고 있는 뒷간은 마을 동사(마을회관)에 딸린 것,
봄이 외갓집의 뒷간, 마을 공원에 있는 공중화장실. 이렇게 세 곳입니다.
지금 어떤 나날을 보내고 있는지에 대해서 구구절절 이야기하자면,
그야말로 구구'절절하고', 낱낱이 밝히기에 곤란하고 난처한 일화가 많은 까닭에,
저희 집에 찾아오는 분께만, 그 중에서도 궁금해 하시는 분께만
오프 더 레코드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여하튼 그러한 사정으로 하루라도 빨리 뒷간을 지을 작정입니다.
헛간이라고 할 만한 공간도 턱없이 모자라므로 뒷간과 함께 헛간도 같이 짓습니다.

  *그림은 구글 스케치업이 그려주었습니다. ^^;;


오른쪽이 뒷간, 왼쪽 2층짜리가 헛간입니다.
마당이 좁은데다가, 네모나지도 않아서 두 건물이 비스듬하게 늘어섭니다.
게다가 대문간에 뒷간이라니, 여간 깔끔하게 짓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재작년 겨울에,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수리했어요. 9평짜리 초가삼칸으로 지은 집입니다.
마을에 삼칸 집이 꽤 여럿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작은 축입니다.
1968년 2월 11일 신시(申時)에 상량을 한 집이니, 이제 43년이 되었습니다.
본채는 수리를 해 놔서, (아, 이것도 언제, 시골집을 고쳐서 살려는 분께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정리해 봐야 할 텐데요. 흠.) 그럭저럭 먹고 자고 씻고 할 만합니다.
물론, 앞으로 수리할 내역은 지금껏 한 것보다 더 남아 있습니다만.

이렇게 집 수리를 해 본 게 전부입니다. 무언가 '짓는' 일을 해 보았을 리가 없습니다.
다행인 것은 가장 다급하게 지어야 하는 게 앞으로 지어야 할 다른 대부분의 것보다
간단하고 작은 규모라는 겁니다.
통장은 이미 오래 전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인지라,
1) 돈을 적게 들일 것. 2) 가능한 손수 할 수 있을 것. 이라는 조건에서 시작합니다.

지금껏 머리를 굴린 것만으로도 버거운 지경인데,
정작 공사를 시작하기까지, 자재를 찾고, 물목을 뽑고, 공정을 계획하고...
모두 처음 하는 일이니, 어림하기도 어렵습니다.
(돈이 되는) 생업이라고 할 수 있는 일도 게을리 할 수 없고,
뒷간은 날마다 날마다 하루가 급한 일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이제 대놓고 이렇게 알리기까지 했으니, 조금도 미룰 수 없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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