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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계마을

감자밭

haeum_se 2010. 3. 17. 12:19




올해부터 부쳐 먹기로 한 밭에 감자부터 심었습니다.
관리기로 밭을 가는 일은 괭이로 하는 것보다야 말도 안 되게 쉬운 일이겠지만,
괭이나 쟁기를 다루어 보지 않은 저로서는 전혀 감조차 잡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얼마나 깊이 갈아야 하는지, 지나온 자리가 갈리기는 한 건지,
책을 보고 하는 일이라면, 몇 cm간격에 깊이도 몇cm, 속도는 몇 단. 이래 써 있겠지만,
다른 감자밭 갈아놓은 것을 잘 살펴보지 않았으니, 당최 알 수 없습니다.
'좀 더 깊이 가는 게 좋고, 맨땅이 없게 차근차근 해야지.'
제가 엉성하게 갈아놓은 밭에서 감자를 심고, 괭이질을 하시는
봄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를 그저 찬찬히 살펴봅니다.



주말농장 할 때는 감자를 심을 때
'몇 등분, 몇 등분' 하는 식으로 잘라서 심는다고 배웠습니다만,
외할머니는 눈을 보고 하나하나 감자를 자릅니다.
전에는 눈을 얇게 따고, 속은 따로 챙겨서 먹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동네에는 그렇게 하는 집들도 있다는데, 아무래도 가물거나
땅심이 좋지 않으면 잘 자랄 수가 없습니다.
눈이 하나 짜리인 감자는 두 조각을 한 군데에 심습니다.
'두세 줄기씩은 나야 일하기에 좋지.'




봄이는 엄마를 닮아서 감자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보옴, 여기 감자 심었다. 감,자! 감자 맛있지?'
'응'




'오~오~' (뭐라고 뭐라고 더 말했으나 알아듣지 못 함. 아마도 얼마전 토토로를 본 것을 떠올린 것이 아닌가 짐작.)




빈 밭에는 냉이며 고들빼기며, 또 무슨무슨 풀, 나물들이 빼곡합니다.
냉이는 벌써 꽃이 피었구요.




고들빼기라고 캐어 놓은 것을 보고, 아내가 이게 무슨 고들빼기냐고 구박을 합니다.
고들빼기는 아니어도 전에는 다 캐먹었던 나물이랍니다.
'물에 우랐다가 삶아 먹으믄 쌉쌀한 기 맛이 좋아.'
'여, 지금 난 풀중에 못 먹는 거 읎다.'



무엇보다 고들빼기가 많았습니다.
부쳐 먹기로 하고, 처음 나간 밭인데, 첫날부터 잔뜩 먹을 것을 가져오니, 아하, 이런.
'고들빼기가 배추뿌랭이만 하네. 고마. 이거는 다 약이다. 약.'
약이거나 말거나, 한이틀 재웠다가 고들빼기 김치를 담그신답니다.





아마 육칠년 전 쯤, 주말농장 한다고 다니기 시작해서
처음으로 이것저것 거두고는 꽤 뿌듯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 직접 거둔 것을 먹으면서, '요즘 채소가 다 싱겁다.'라는
말이 뭔 말인가 조금씩 알게 되었지요.
그러나저러나, 장마가 질 때쯤에는 팍신팍신한 감자를 날마다 삶아먹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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