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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계마을

뒷간, 뒤주, 헛간

haeum_se 2010. 5. 4. 23:49


언젠가 짓겠다고 그림을 끄적거렸던 뒷간-뒤주-헛간이 
꼴이 조금씩 잡혀갑니다.
시골 살림, 집에서 넓어야 할 것은 창고이고,
좁아서 좋은 것은 잠자는 방입니다.
목조 주택에 관해서는 전혀, 아무런 경험도 없이
저와 장인 어른 둘이서 짓는 덕분에
제대로 짓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어쨌거나 아직, 하자도 없고,(사용하기 전이므로 당연히...)
넘어지지도 않고, 바람에 날라가지도 않은 채,
벽이 서고, 지붕이 덮이고 그럽니다.


어제까지 지어진 모습, 완전 초보인 두 사람이 7일이 걸린 것 치고는 (기초 빼고.)
그럭저럭 선방이라고 내심 만족스러워 하는 중.


기초 해 놓고 처음 시작할 때에, 찾아온 강원도 산골 목수.
설계 자문을 비롯하여, 맨처음 어떤 식으로 건물을 지을 것인가까지,
모두 아정의 남편이신 형의 이야기에 의존하다시피 했다.
자재가 도착한 다음날. 때마침 찾아와서 손수 시범을 보이심.
이론에서 실무까지, 가르침이란 이런 것.
다 지어지면, 와서 똥 눠 보라 해야 하는데,
한 해에 두 번 걸음 하기에는 너무 먼 거리에 산다.
하지만, 그도 봄이의 감독을 받는다는 사실.ㅋ


반나절의 시범이 있은 후, 어설픈 자세로 일을 하는 두 사람.
그 후로 지금껏, 둘이 서로 헤매면서 오고 있다.



헛간 2층 바닥을 올리는 중.



언제나,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 일을 감독하시는 아진.
이거 제대로 하고 있나?
저 사진 찍은 지는 보름이 훨씬 넘었으나, 그 사이 비 온 날이 더 많은 덕분에 일한 날은 이레쯤.
그 동안 가장 공력이 붙은 일은 비 오는 날 천막 치기, 비 맞으면서 천막 보수하기.
바람에 날아간 천막 다시 치기, 천막 걷었다가 곧바로 다시 치기,
천막 위에 고인 물 쏟아내기. 등등.



가까운 곳 아래층이 뒤주. 나중에 단열재도 넣고 해야 하니까,
손잡힐 일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
(여기서는 잔 일이 많아서 신경이 많이 쓰이고, 일은 더디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을
'손잡힌다'고 한다. 빈곤한 서울말내기에게는 오호라.싶은 말.)
그 위층은 서고2. (서고1은 올해 안에 설계를 끝마칠 계획이다. 쿨럭.)
그리고 지붕이 있는 곳이 뒷간.


뒷간은 아래 쪽으로 거름통을 둘 공간을 마련하다보니, 천정이 꽤 높다.
이곳에 나중에 작은 다락을 만들 계획. 뒷간 위 다락방 되겠다.




정면에서 바라본 뒷간.
집 대문간에다 뒷간을 짓다 보니,
동네 할매들로부터 여러 이야기를 듣는다.
조금 골치 아픈 일도 생겼는데, 그건 나중에.
아래쪽이 지금은 합판으로 막혀 있는데,
내가 엉금엉금 들어가 똥통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문을 달 곳이다.



집 옆 비탈길에서 본 서고.
아마 내일에는 여기에도 지붕이 올라가지 않을까.



뒷간 안.
처음에 뚫어놓은 구멍의 위치가 어중간해서
바닥을 잘라내고, 구멍을 옮겨서 뚫었다. 
쪼그리고 앉으면 앞에 대숲이 보이는데, 
길에서도 뒷간이 훤히 보이므로, 창호지 따위로 막게 되지 싶다.
아직 문도 없고, 창도 뚫려 있는 상태라,
한밤중을 틈타 몰래 시범 사용을 해 보았는데, 이런 이런.
똥통만 있고, 오줌통이 없어서
아주 곤란한 지경이 되었다. 그것 빼고는 그럭저럭 괜찮은 듯.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아진이가
똥 누는 것, 오줌 누는 것 가릴 때에 맞춰서 지어진다는 것.
그리고 그 동안 뒷간 없이 고생한, 아내와 또 나를 위해서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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