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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계마을

밀 타작 - 2.

haeum_se 2010. 6. 17. 00:45


탈곡한 날은 아무리 씻어도
온 몸이 깔끄럽고, 따갑고, 가렵습니다.
얼른, 간단히, 쓰고 자야 할 텐데요. 
모레부터 장마라고 하니,
그 전에 밀이 다 마를랑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바짝 마른 상태에서 타작을 해서 
후딱 마를 것 같기는 합니다만.

콤바인이 들어올 준비가 되었으니,
오늘은 참 준비하고, 콤바인과 콤바인 모는 아저씨가 오시기만 기다립니다.
낫도 하나 챙깁니다.
콤바인이라는 게, 뭐 운전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덩치가 큰 기계이다 보니, 밀을 밟기도 하고, 한 줄 쪼로로미 남기기도 하고,
여하튼, 타작을 하면서 버려지는 밀이 꽤 됩니다. 게다가.
봄이네는 유기농이지 않습니까. 
물론 유기농으로 한다고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아직은 서툰 것이 많으니, 밀이 키가 작다거나, 풀이 덤불을 이루고 있거나.
뭐 이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올 봄의 날씨 덕분에 상태는 더 심각합니다.
키가 작은 것과 잡초가 많은 것은, 콤바인 작업 불가 2대 항목입니다.
그것 때문에 작년에 벼를 추수할 때는 낫질로다가 벼를 모조리 베었습니다.
낫을 챙기는 것은 이렇게 콤바인이 남기는 밀을 하나라도 더 베기 위해서입니다.

아저씨는 오늘 결국.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식으로 풀 안 잡으믄, 내 몬한다. 
내 말고, 다른 사람도 안 해 줘. 해 줄 사람 읎다.

 
이거, 누구는 유기농 인증샷이라고 하고, 누구는 무슨 소리. 게으른 논주인 인증.이라고
일침을 놓습니다만. 어쨌거나, 다섯 마지기 남짓한 논에서 콤바인이 몇 번이나 
멈춰섰는지 모릅니다. 전체 타작 시간 가운데 절반 쯤은 콤바인 톱니에 끼인 잡초 빼내는데
보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섯마지기 농사에 콤바인을 따로 마련할 수도 없구요. 아직은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입니다.끙.

소출은 아주 좋지 않습니다.
절반은 가까스로 넘긴듯 하지만, 
딱 그만큼입니다. 
십년 이십년 지어 오신 분들도 다 그러하다고 하시니,
저도 그분들 만큼 했다는 것으로 만족입니다.
모내기까지는 아직 며칠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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