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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계마을

논둑 깎고, 거름 넣고.

haeum_se 2010. 6. 18. 00:40

타작한 밀은 볕에 잘 널어 말렸습니다.
이미 논에서 바짝 마른 밀을 타작한 까닭에 금세 마를 것 같습니다.
밀알을 깨물어서 경쾌한 '톡' 소리가 나면 잘 마른 겁니다.
이틀이나 사흘쯤 말립니다. 물론 볕에 널어 말리는 것은
날씨따라. 며칠이 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좀 튼튼한 모기장 처럼 생긴 건조망을 깔고,
그 위에 타작한 밀을 쏟아서 고무래 같은 것으로 골고루 펴줍니다. 
그리고는 끼니 먹고 한 번씩, 그 사이에 한 번씩,
고무래로 뒤적여서 위아래를 뒤바꾸어 주지요.
장마가 하루라도 늦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밀은 말리는 것도 그렇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밀가루를 빻을 수도 없거든요.



관리기입니다.
봄이네에, 기름 넣어서 돌아가는 유일한 농기계입니다.

네, 그 흔한 예취기도 없고, 물론 경운기도 없습니다.
오늘은 종일 이 녀석을 데리고 일을 했습니다.
작년에는 쟁기로 했던 일인데,
관리기 하나 있으니. 이리도 좋을 수가. 
논둑을 조금 깎으면서, 논둑 바로 옆을 갈아주는 일입니다.
오른쪽 위 하얗게 보이는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걸어갑니다.
아직 경험이 적어서 손바닥이 조금 쓰라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쟁기질에 댈 건 아니지요.
논을 가는 일은 나중에 트랙터가 들어와서 합니다만,
관리기로 이렇게 하는 이유는.
1_트랙터가 논둑 가장자리까지 꼼꼼하게 갈지는 못 한다.
2_논둑 옆을 갈아서 논둑 바를 흙을 퍼 올린다.
3_적당하게 논둑을 깎아준다.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논둑 바르는 일은 내일 합니다.
한동안 비가 오지 않은 덕분에 종일 흙먼지를 뒤집어 썼습니다.
몇 해 지나면, 손바닥이 아픈 것도 나아질 겁니다.

자. 그리고 말입니다.
스크롤 해서 내리시기 전에. 
이건 쫌. 대단한 손님입니다.
날마다 블로그에 글 올리시는 분들이 
얼마나 경이로운 존재들인가 새삼 느끼고 있는 며칠인데요.
뭐 쓰나 하는 때에, 
마침 이 녀석이 찾아온 겁니다.








멧밭쥐입니다.
영어 이름으로는 Harvest mouse. 
나도 Harvest 하다가 봤으니까, 나한테도 멧밭쥐 보다는 '타작쥐'
멧밭쥐는 어감은 조금 괜찮을지 몰라도, 뭔 이름인가 싶은 느낌입니다.
그에 비하면, 타작쥐는 나한테는 딱.
아마, 양놈들도 타작하다가 많이 봤겠지요.(엇, 인종 폄하 발언이닷.)



이거, 새끼가 아니고, 다 큰 겁니다.
우리 나라에 사는 쥐 가운데 가장 작습니다.
(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네, 그렇지요. 이 세상은 쥐의 세상이지, 사람의 세상은 아니니까요,
우리는 영영 쥐의 세계에 대해서 약간의 진실을 알기도 어렵습니다.)
취재다니고, 자료 찾으러 눈에 불을 켜고 다닐 때에는 보이지 않았으나,
이렇게 , 제 눈 앞에 떡하니 찾아왔습니다.
감히, 말하건대
우리 나라에서 사진 찍힌 멧밭쥐, 아니 타작쥐 가운데 이 녀석이 
가장 귀엽고, 잘 생겼을 겁니다. 
(쥐에 대해서라면, 국내에서 최고의 전문가라 하실 만한 몇몇 분들의 사진을
예전에 이미 다 봤으니, 믿으실 만한 얘기입니다. 쿨럭.)



작년에 밀 타작할 때에는 멧밭쥐 집 사진을 보여드렸지요.
이 녀석 덩치가 이만하니까 밀 대를 타고 오르내릴 수 있는 겁니다.
저 긴 꼬리로 밀 대를 감고 밀 이삭 위에 올라앉고 그러는 거지요.






저녁 무렵에는 논에 거름을 넣었습니다.
이번에 밑거름으로 넣은 것은 피롤 거름과
(간단히 말하자면, 땅을 윈시적인 상태로 돌리기 위해 애쓰는 거름이랍니다.
제가 뭐 잘 알겠습니까. 저도 우연히 알게 된 것이지요.)
유박(식물성 기름-콩,깨,유채,아주까리 따위를 짜고 남은 찌꺼기)입니다.
그리고, 그 동안 썩힌, 음식 찌꺼기, 아궁이에서 나온 재거름도 넣습니다.
뒷간을 새로 지었으니, 다음부터는 똥거름도 넣게 되겠지요.

그리고는, 불을 지릅니다.


밀짚이나 볏짚이나 다 썰어서 논에 거름으로 넣고는 있지만,
모내기를 할 때는 물을 가두지요.
콤바인으로 타작하고 나면, 밀짚이 너무 많이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게 너무 많으면, 나중에 모내기 할 때에, 
밀짚이 물에 둥둥 떠서, 모를 밀어 올립니다.
뜬 모가 많이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이앙기가 일 하기 어려운 사태가 벌어집니다.
밀짚을 태우는 이유는 그거 하나밖에 없습니다.
안 태우면, 거름으로 더 좋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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