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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도서관

haeum_se 2010. 7. 19. 18:11





뒷간과 뒤주를 붙여 지은 작은 건물.
2층은 서고로 꾸몄습니다.
아직은 서고가 너무 작아서 뒷간에도 서고만큼의 책이 있어요.
물론 서고를 더 늘린다 해도, 그 때는
또 그만큼 책이 늘어나 있겠지요.
서울을 벗어나서 살기로 결심했을 때,
시골에 내려가서 할 일.
목록 가운데는 <마을 도서관>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었는데,



다만 몇 가지 원칙과 같은 것은

1. 우리 부부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작게 한다.
그러니까 이 말은 다시 말하면
'따로 관이나 기업의 후원은 받지 않는다.'
 즉 '도서관 운영은 완전히 우리 멋대로.'
를 의미했습니다. 뭐 설마 우리가 하는 도서관에
누가 지원을 하겠어.라고 키득거리기도 했지만,
어쩌다 보니, 이미 시작하기도 전에 두어번 그런 비슷한 얘기를 들었지요.
2. 가장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책 보기에 좋게 한다.
다행스럽게도 어린이책 출판사에서 일을 했던
부부의 서가에는 어린이책이 가장 많습니다.
이 책들은 어린 아이가 보기에도 좋지만,
할매들도 보기에 좋게 글자가 크고, 또 이야기 위주의 책이 많지요.
물론 그림책도 많구요. 가장 드러내놓을 만한 도서 목록이 이쪽입니다.
부부의 취향 때문에 대단히 편협한 작가들로만 짜여진 목록이기는 하나,
직장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에 비례하여
그림책을 사 모은 까닭에, 아마도 지금 지닌 가산 가운데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마을에는 할매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으니,
책 목록으로 보자면, 그래도 할매들 보기에 좋지 않을까 싶고,
또 우리 마을에는 초등학생도 있고, 중학생도 있고.
(스물세 가구 시골마을 치고는 학생 수가 꽤 된다는.)




서고를 짓고, 책장을 짜고, 그럴 때까지도
'여서 상 하나 갖다 놓고 놀믄 좋겠네.'
'여기는 방 맹글라고 그러나?'
소리를 들었다가,
책을 넣기 시작하니
'여가 (아무나, 혹은 사람들) 책 보는 덴가?'
'아이들 여기서 책 보면 되죠?'
라는 식으로 도서관 내지 책 대여점으로 여기는 듯한 말씀들을 하셨습니다.

어쨌거나, 마을도서관을 얼른 해야겠다라고 마음먹게 한 것은
책을 넣기도 전에, 마을 아이들이
'여기 책방이죠? 그럼 나중에 와서 책 봐도 되요?'
라고 물어왔던 일입니다.



마을도서관을 하겠다 마음 먹고 있었으니,
뭐 따로 생각할 것 없이 그렇다고 했지요.
처음 생각대로. '되는 만큼 하지, 뭐.'라는
원칙으로 마을 도서관을 꾸리자고요.
사람들이 책을 볼 만한 자리도 더 마련해야 하고,
책도 조금 더 있으면 좋겠고.
(사실, 그보다는 아래채(작업실)를 얼른 지어서
집에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이기는 한데,
이것은 돈을 벌어서 해야 하므로. 쪼금 더 기다려야 함)
몇 가지 더 챙겨놓아야 마을 도서관이라
마을 사람들에게 떠벌릴텐데,
여튼 여름이 가기 전에 적당히 도서관을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길게 글을 쓴 이유는
혹여 집에 쌓아 놓고 어쩌지 못하는 책이 있으시다면,
보내주시길. 하는 부탁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봄이네가 시작하려는 도서관은 스물세가구 부계마을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마을 책방이 될 텐데요.
악양(하동군 악양면)에는 지금 '작은 도서관 책보따리'라는 이름으로
귀농한 여러 집에서 모여 시작하는 도서관도 있어요.
봄이네도 조금씩 일을 거들고 있는 곳이니,
책이나 도서관에 필요할 만한 것들을 보내주시면,  
필요한 대로 쓸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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