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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계마을

작은 도서관

haeum_se 2010. 9. 9. 19:25


악양에는 귀농한 사람이 많다.
젊은 사람도 꽤 있어서, '오지학교'로 분류되는 악양초등학교는
전교생이 130명이다. 원래는 악양면에
초등학교가 세 개 있던 것이 하나로 합쳐져서
이만한 규모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어쨌거나, 다른 시골에 비한다면,
읍이 아닌 면 단위 초등학교로는 아이가 많은 편이다.
귀농한 젊은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지학교라는 딱지는 승진을 위해 애쓰는 교사들에게는
점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먹잇감 같은 것이어서
지금 악양초등학교에는 도시에 살면서 출퇴근하는 교사가 한둘이 아니다.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기까지  깜깜하고 차 한 대 없는 시골 산길을
한 시간도 넘게 미친 듯 승용차를 몰아 가야 한다.
이게, 서울에서 출퇴근 한시간.하고는 다른 거라,
"젊은 선생이 도시에서 여기까지 '불쌍한' 애들 가르치려고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는 투의 교장 얘기를 듣고 있으면,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다.)

학교와 병원은 귀농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들로 꼽히게 마련이고,
(하동군에는 소아과 의원이 없다. 물론 산부인과도.)
어린 아이가 있는 경우, 교육만큼 부모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요즘들어 봄이는 친구를 찾는 일이 부쩍 늘었는데,
그럴 때마다, 그나마 가까이에 또래가 몇이라도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이 젊고 애딸린 사람들이 모여서 악양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다.
봄이네는 아직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 터라,
그동안 고생한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그거야 뭐, 가까이에서 어디 안 가고 살아갈테니,
차차 잘 지내면 되리라 믿고 있다.

작은 도서관 이름은
어린이 문화센터 책보따리
어린이 문화센터 책보따리[작은 도서관 책보따리]이고
인터넷 카페는 이곳. 책보따리
내일 개관식을 한다.
요즘은 시골 아이들도 학교 끝나고, 교문 앞에서 학원 승합차에 실리는 경우가
많은데, 또 형편따라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많다.
당장은, 그런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와서 놀고, 심심하면 책도 보고,
그런 공간이 되었는데, 사람들이 이렇게 알아서 모였으니,
뭔가, 좋은쪽으로 굴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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