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부계마을

새와 벌레

haeum_se 2010. 9. 13. 19:49



이틀 날이 맑고 볕이 좋으니, 이제서야 조금 살만한 생각이 납니다.
하지만, 요즘 마을에는 작년 재작년에 견주어서
허수아비며 새 쫓는 줄이며 치렁치렁하고, 
여기저기 눈에 많이 띄어요. 새 쫓는 할매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작년 재작년에는 한 번도 보지 못 했거든요.

봄이네 논에는 혹명나방 애벌레가 찾아왔습니다.
이른 논에는 새가 붙고, 늦은 논에는 벌레가 붙는 꼴입니다.




한여름, 벼가 아직 어릴 때에도 잎 끝이 마르고 병이 도는가 싶었는데요,
지금은 늦게까지 거름 기운이 많아서 벌레가 꼬인답니다.



뭐, 아는 게 없으니, 유기농 자재를 비싼 돈 주고, 
넘치도록 부은 게 틀림없습니다. 그러면 (다른 논보다) 늦게까지
벼가 자라고, 잎이 보들보들하고, 벌레가 그것 먹겠다고 달려든다고
윗논 어르신이 알려주셨지요. 

  다른 논은 잎이 뻐셔서 안 묵어. 거름살이 너무 많애. 그러니
  잎이 아죽도 야들야들하다고. 저거 쫌 어떻게 해 봐.

어르신 말씀은 약이라도 쳐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씀이셨겠지만,
효소니, 식초니, 유채 기름이니, 비눗물이니 찾아보다가
결국 게으름만이 쉬지 않고 작동을 하여서,
그냥 며칠 두었습니다. 



이렇게 볏잎을 돌돌 말아서 감치기 하듯 꿰매 놓고는
그 안에서 맛있게 갉아 드십니다.




볏잎을 펼쳐 보면, 안에는 애벌레 똥만이 바스스.

다만, 논 주인이 게으름 피우는 사이에,
게으르지 않은 녀석들이
꽤 일을 했지요.



거미입니다.
유기농으로 농사 지을 적에 혹명나방 애벌레가 찾아오면
(해마다 오기는 온다더군요.) 거미가 많은가 애벌레가 많은가 하는 것이,
그해 소출을 결정한답니다.
혹명나방 애벌레 덕분에 읽게된 어느 블로그 쥔장은
비료하면, (반드시) 벌레 오고, 벌레 오면 약 쳐야 되고,
그런 식으로 비료-농약 순환 시스템으로 농사를 지으면,
그 돈 들여봤자, 소출 늘어나는 게 그만한 돈이 안 되더라.
그래서, 비료 안 하고, 약 안 한다는 식으로, 쿨하게 적어 놓으셨는데요.
역시, 제 무의식 속 얕은 곳에도 분명코 그런 마음이지 아니었을까. ㅋㅋ


올해, 봄이네 논에 거미가 많은지, 애벌레가 많은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부디, 가을까지 무사히. 
그렇죠?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