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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계마을

나들이

haeum_se 2010. 10. 7. 15:18


다녀왔어요.
집안의 기념할 만한 때를 준비하야
아내가 따로 모아놓은 돈이 있었죠. ^^;


여행은 밤에 떠나는 배를 타고 시작되었습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저와 아내와 봄이.

첫날은 비가 왔습니다.
덕분에 따뜻한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비를 맞았지요.

 

둘째날은 맑고 따뜻합니다.
식구들끼리 거니는 것이어서,(그러고 보니 구성원이 할매, 할배와 임산부와 두돌 안된 아이와.)
그저 다닐 만큼 다닙니다.
하루종일 온 식구가 함께 걷고 이야기하고 그러니,
아무래도 가장 신난 건 아진이.



밥상은 이미 모든 일이 치뤄진 다음이라,
어수선하고 황량합니다만,
국수도 아주 맛있었고
또, 봄이가 앉아있는 의자도 마음에 들었어요.
'식당 전체에 몇 개'가 아니라,
다다미 방에 올려진 밥상마다 하나씩 딸려있던 아기 의자.



자동차가 없는 넒은 공원.
봄이는 뛰고 또 뛰고.
밥은 맛없다고 잘 안 먹으면서,
어디에서 기운이 나는지,



아마, 6층? 7층?
어디든 계단이 있으면 끝까지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우산이 있으면 더 좋구요. 비가 오든 볕이 쬐든, 건물 안이든.



다행히, 일정 내내 숙소는 괜찮았어요.
방도 넓어서 아진이가 잠들기 전에 굴러다니기에도 좋았구요.
일본에서 늘 부러운 것 가운데 하나는
저 가벼운 목문. 유리문이 아닌 것은 더더욱 가벼워서
문짝에 바퀴 호차도 없이, 미끄러지듯 열리는 문.



앞으로 한 두 채 더 집을 지어야 하니, 
여행 가서도 그런 것만 보입니다.
숙소 옆에서 새로 짓고 있던 집.
하나하나 끌로 파내고, 따고, 맞춤을 하면서 올라가는 집.
일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어요. 
제가 봤을 때는 목수 혼자서 일하더라구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먼저 귀국한 다음,
남은 봄이네 식구는 오로지 도서관과 서점만을 오가며 며칠 더 머물렀어요.
일본에서 규모로는 세번째라고 하는 후쿠오카 도서관은 
그 큰 규모와는 어울리지 않게 마치 마을도서관처럼 편안한 분위기였어요.
'한국의 도서관과는 사뭇 다른.' 곳이라는 걸 내내 되뇌일 수밖에 없었던.
서가 옆으로 책을 보기에 적당한 자리가 아주 많았는데요,
나이 많은 분들을 위해 '큰활자책'을 모아 놓은 서가 옆에는 
다다미 방과 앉은뱅이 책상들이 놓여있었죠.



일주일쯤 지나 다시 돌아오는 배 안입니다.
돌아오는 날도 비.
오가는 배에서는 아주 호사였어요.
봄이 외할머니 친척이 승무원이었다는.
숙소보다 넓은 방에다가,
조종실에서 보는 풍경까지.

























..



아진이는 이제 다음달 말께면 두돌입니다.
제법 말이 늘었어요.
요즘 자주 쓰는 단어는, '도와줘(혹은 도와주세요).'와 '어쩌니~.'
지금도 할아버지하고 밖에 나가려다가.

아진이       : 신발 널쪗어.
외할아버지 : 아진이가 신발 줏어야지.
아진이       : 할배가 줏어야지. 어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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