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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계마을

밀 추수

haeum_se 2009. 6. 19. 23:03

정말이지 이렇게 타작을 해도 되나 싶다. 지나가다 보시고는 다들 농사 잘 됐네. 밀 좋네. 라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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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쓰고, 사진 몇 장 올려놓고는 며칠이 지났다. 일주일쯤?
씨뿌리기부터 타작까지. 첫농사다. 지금 밀은 잘 널어 놓았다. 오늘 내일. 날 봐서 모레까지 볕과 바람에 말리면
얼마는 (뽀사서) 가루를 내고, 얼마는 껍질을 깎아서 통밀을 내고, 또 얼마는 다시 푸대에 담아서 재어 놓을 것이다.
이 사진을 찍고 그 다음날부터 본격으로 일이 시작되었다.
논두렁에 풀을 베고, 콤바인이 들어갈 수 있도록 가장자리를 낫으로 베었다.
(농사일기 따위 따로 쓸 리가 없으니, 조금만 자세히 적어둔다면) 콤바인은 대개 논으로 들어와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면서 타작을 한다. 기계 생긴 것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 내가 마을에서 본 것들은 다 그랬다. 더 커다란 콤바인은
안 그러더라. 콤바인 오른쪽으로 담이나 뭐, 걸리적거리는 게 없으면 한뼘 정도 넓이로 베면 된다. 그렇지 않고 뭐가 있으면
세뼘 조금 넘게. 이렇게 가장자리만 둘러서 밀을 베는 데도, 낫이 손에 익지 않고, 일하던 몸도 아니고, 아침에는 늦게 일어나고
골고루 삼박자가 맞아줘서 이틀이나 걸렸다. 처음에는 너무 넓게 베어서 아랫논 아저씨가 그렇게까지 넓게 할 필요가 없다고
일러주셨다. 얼마나 고마운 얘기이던지, 그러고 한두 시간  더 벴는데, 마침 옆논 아저씨가 또 한마디 하신다. '너무 넓게
벴네. 그라믄 자네만 힘들지.' 넓다는 얘기 듣고 딴에는 꽤 좁게 벤다고 했는데도 넓었다 보다. 콤바인이 도는 자리는
그게 90도 꺾어서 돌아앉을만큼 자리를 만들어 벤다. 그건 오히려 좁게 해 놓았단다. 
공처럼 생기고, 양쪽으로 새끼 손가락만 한 구멍이 있고, 안에는 풀씨로 폭신하게 자리를 만들어 놓은 둥지가 여럿 있었다.
아마도 멧밭쥐 집이겠지. 어떤 것은 살구만 하고, 어떤 것은 사과만 하다. 


저거 붙들고 귀해가지고, 조심조심 채집주머니(-> 지퍼백)에 담아왔던 게 생각난다. 지금은, 우리 논에 쌨다. 상태 좋은 
걸로 챙겨둘까 하다가, 허리가 너무 아파서 그만두었다. 필요하면 내년 이맘때 구하지. 뭐.
잡초가 너무 많다. 한해 약 안 쳤다고 이 모양인데, 내년에는 어찌될지.

도정하기 전 밀알은 쌀보다 매끈하다. 동글동글하고, 배에 검은 줄. 그래서 푸대에 담아놓으면 
같은 부피일 때 쌀보다 무겁다. 올해 수확은 14가마니(1톤이 넘을 듯)쯤. 도정을 하고 나면 얼마가 될지 모르겠다.
냄새도 쌀보다 더 진하고 노릇하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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