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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계마을

4월 20일

haeum_se 2011. 4. 21. 00:59

동동이가 태어나고 세이레가 지났을 때 끄적여 놓은 것에
아래와 같은 대목이 있다.

  이제 두 아이의 아빠이군요. 혹시 걱정이라면?

  - 전쟁과 난리, 기근, 역병 같은 것들.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저와 같은 세대부터 겪게 되겠지요.
    차라리 비디오나 pc게임 따위가 걱정이라면 좋을텐데요.


한동안 일본 소식에 온 마음이 꼼짝을 못 하였는데,
여전히 즐겨찾기 첫 칸에는 일본 뉴스를 모아놓은 페이지가 걸려있지만,
이제는 슬슬, 새로운 뉴스가 올라왔어도 제목만 훑고 지나가기도 한다.
석면과 폐암의 관계는 개인의 경험으로는 쉽게 알아내기 어렵다.
당장 내 몸에는 기침 한 조각 일으키지 않으니
바다 건너, 원자력 발전소 따위 무감해지는 것이야.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는 것은 불을 보듯 분명한데도 말이다.
관서에 계시는 선생님이 보내오신 메일은 한번 열어보고는
다시 열지 않는다. 
안 좋은 것과 좋은 것을 잘 가려낼 줄 알아야
귀 밝고 눈 밝은, 총명한 사람이 될 텐데, 
그래야 제 앞가림도 할 줄 알고. 
선생님의 글을 차근차근 읽고 있으면 이런 감각들이 살아서
벼린 날위에 올라서는 기분이 드니까, 부러라도 안 읽게 된다.




마을 앞산에도 불이 나기도 했다.
서울에서 하는 뉴스에도 나왔으니까 불이 아주 크게 났다.
마당에서도 빤히 보이는 곳이라 밤새 뒤척였는데,
(간사스럽게도) 다행히 염려했던 것보다 불난 자리가
크지 않더라. 




도무지 정신이 없었던 얼마 동안.
여러 사람의 고마운 도움으로 밭을 마련하게 되었다.
매화-매실나무가 심어져 있는 밭이다.
밭에 서면 논이 내려다 보인다.
대문을 나와서 걸으면 3-4분쯤 거리여서
반찬 해먹을 푸성귀도 기를 수 있고,
여튼 뭐든 집에서 먹을 것을 여러 가지 심고 있다.



무언가 심고 뿌리면서, 닭장도 만들었다.
스무 마리.

"야, 나중에 하루에 열다섯마리만 알을 낳아도,
이틀 못 먹으면 한 판이야, 한 판. 너무 많은 거 아니야?"




봄이는 병아리를 고를 때도
나름 예쁜 것을 골라서 자기 병아리라고 한다.
그렇다, 기준은 오로지 예쁜 것. 



조만간, 아진이의 사진을 올리려면
본인의 허락을 득해야 하는 때가 금세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가장 먼저 모과나무에서 잎이 났다.
모과, 홍옥, 부사, 포도(캠벨, 머루, 거봉), 자두, 복숭아, 체리, 키위, 단감 따위
과일나무들과, 두릅, 엄나무, 산초나무를 심었다.
원래 매실나무가 있던 밭이니, 가장 많은 건 매실나무이다.
혹시 푸릇한 매실을 구해다가 효소든 장아찌든 뭐든 담그실 생각이시라면
미리 매실 예약을 하시길. 새로 심은 나무들이 크게 자라면
그 자리에 있던 매실을 몇 나무 베어내겠지만, 여하간 지금은 매실이 꽤 많다.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매화가 꽤 남아 있었는데,
오늘은 이미 알알이 매실 열매가 달려 있다.



싹이 먼저 나오기로는 더덕이 꽤 빨랐다.
더덕, 도라지, 갖가지 푸성귀, 잎채소, 감자, 무, 배추 따위 씨를 뿌리고,
고추, 가지, 오이, 호박, 참외, 수박, 토마토 따위 모종을 심었다.
몇 가지 빠진 것이 있을지 모르는데,
밭일을 봄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거의 하시기 때문이다.
올해는 다른 일 때문에, 밭에 가서는 잠깐씩 거들거나
닭을 집어넣거나, 구경만 하거나 그러지만, 그래도 밭이 생기니 좋다.
논-든든함, 편안함. 밭-즐거움. 설렘
이런 조합이다.
물론, 아직 밭 매는 일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꼬박꼬박 하루에 얼마쯤은 밭에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이헌이는 잘 큰다. 잠투정이 쫌 있다.



잘 웃는다.


놀아주는 걸 무척 좋아한다.



아직 백일이 안 되었으나 무겁다.



엄마하고 놀면 이렇듯.




아진이는 며칠 40도를 오르내렸다.
태어나서 이렇게 아프기는 처음.
아프고 나더니 살은 쪽 빠지고,
떼쓰기의 달인이 되셨으며, 
때리기, 우기기, 못 들은 척 하기를 비롯해 
갖가지 방법으로 제 부모를 시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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