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내내 꼬박, 어려운 날씨였습니다. 봄이네처럼 그리 농사가 많지 않은 집이라 할지라도, 시골에서 지내고 있으면, (농사 말고 또 다른 많은 일에서도) 날씨에 따라 사람의 삶이란 얼마나 쉽게 휘청일 수 있는지 마음을 졸이고, 몸뚱이가 고생을 하면서 알게 됩니다. 12월이 되어서도 날씨는 여전합니다. 밭에서는 얼마 전 잘라먹은 부추에서 다시 싹이 납니다. 악양이 볕 좋고, 따뜻한 곳이라고는 합니다만, 그래도 지금은 12월인데 말이지요. 상추가 이런 모양으로 자라고 있을 계절은 절대 아니어야 하는데요. 밭에는 시금치, 상추, 부추, 쑥갓에 또 몇 가지 푸성귀까지. 몇 잎 뜯어다가 된장 한 종지만 놓고 쌈밥으로 끼니를 때울 지경입니다. 이렇게 파릇파릇한 게, 밥 먹는 순간에야 좋지만, 그뿐입니다. 가을에 갈..
밀가루 파동이 벌써 몇 주 전 이야기다. 낮에는 따뜻해도, 밤에는 제법 추워서, 잘때는 길고 따뜻한 옷을 꺼내 입는다. 벼에 이삭도 고개를 숙인다. 올해 농사는 작년에 견주면 아주 형편없다. 아마 쌀은 그저 먹을 것 정도가 나올 것이다. 어떤 일은 때를 놓쳤고, 어떤 일은 제대로 하지 못 했다. 이제 추수까지 한 달쯤 남았는데, 아직 고개를 숙이지 않은 이삭이 많다. 그것들은 아마 추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적당한 때에 적당한 일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본다. 다행히 굶지는 않을테니까. 잘못한 일이 많아서 그만큼 배우는 게 많다. 밀은 받지 못한 사람도 없는 듯하고, 우리도 아주 맛있게 먹고 있다. 그리고, 어제 밀가루가 돌아왔다. 뜻밖의 상자. 린처 토르테와 화이트초콜렛쿠키. 정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