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를 벴어요. 올해 봄이네 논은 나락이 많이 났습니다. 해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이제는 얼핏 보기에는 옆집 논이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만. 타작을 하고 밀을 심기 전에, 풀거름을 하고 있을 때에 윗논 어르신이 말씀하셨지요. 거 저쪽 구석에 손을 좀 더 봐야지. 나락 한 가마니는 더 났을 건데. 하하... 네. 논 농사 10년이어도 아직 나락 한 가마를 까 먹고 있네요. 논 둘레로 벼를 베다가 만난 멧밭쥐 집이에요. 손바닥 안에 올라가는 크기예요. 멧밭쥐는 요즘은 많이 드물다고 하는데, 봄이네 논에서는 거의 타작할 때마다 보니까요. 벼 포기 사이에 저렇게 집을 지어 놓고 벼를 타고 오르내립니다. 쥐 가운데 가장 작은 녀석이에요. 벼 이삭위에도 서 있고 그런다고 해요. 도감 일을 하면..
한해 내내 꼬박, 어려운 날씨였습니다. 봄이네처럼 그리 농사가 많지 않은 집이라 할지라도, 시골에서 지내고 있으면, (농사 말고 또 다른 많은 일에서도) 날씨에 따라 사람의 삶이란 얼마나 쉽게 휘청일 수 있는지 마음을 졸이고, 몸뚱이가 고생을 하면서 알게 됩니다. 12월이 되어서도 날씨는 여전합니다. 밭에서는 얼마 전 잘라먹은 부추에서 다시 싹이 납니다. 악양이 볕 좋고, 따뜻한 곳이라고는 합니다만, 그래도 지금은 12월인데 말이지요. 상추가 이런 모양으로 자라고 있을 계절은 절대 아니어야 하는데요. 밭에는 시금치, 상추, 부추, 쑥갓에 또 몇 가지 푸성귀까지. 몇 잎 뜯어다가 된장 한 종지만 놓고 쌈밥으로 끼니를 때울 지경입니다. 이렇게 파릇파릇한 게, 밥 먹는 순간에야 좋지만, 그뿐입니다. 가을에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