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내내 꼬박, 어려운 날씨였습니다. 봄이네처럼 그리 농사가 많지 않은 집이라 할지라도, 시골에서 지내고 있으면, (농사 말고 또 다른 많은 일에서도) 날씨에 따라 사람의 삶이란 얼마나 쉽게 휘청일 수 있는지 마음을 졸이고, 몸뚱이가 고생을 하면서 알게 됩니다. 12월이 되어서도 날씨는 여전합니다. 밭에서는 얼마 전 잘라먹은 부추에서 다시 싹이 납니다. 악양이 볕 좋고, 따뜻한 곳이라고는 합니다만, 그래도 지금은 12월인데 말이지요. 상추가 이런 모양으로 자라고 있을 계절은 절대 아니어야 하는데요. 밭에는 시금치, 상추, 부추, 쑥갓에 또 몇 가지 푸성귀까지. 몇 잎 뜯어다가 된장 한 종지만 놓고 쌈밥으로 끼니를 때울 지경입니다. 이렇게 파릇파릇한 게, 밥 먹는 순간에야 좋지만, 그뿐입니다. 가을에 갈..
쌀이나 유자차, 석류 효소, 콩은 별다른 일 없이 잘 갔지만, 배쨈은 저희가 잘 확인을 못 했어요. 배쨈을 충분히 여러 번 만들어 보지 못 한데다가. 유기농 설탕으로 만든 건 처음이었지요. 정제 설탕으로 만든 것하고 크게 다르지 않겠거니 하고 보내놓고는, 그제서야 담아 두었던 쨈 뚜껑을 열고 빵에 발라먹어야겠다 했지요. 어어엇, 헌데 이게 너무 되직한 거예요. 게다가 너무 추운 곳에 두었더니 꿀이 소는 것처럼, 몽알몽알 단 알갱이가 생겼지 뭡니까. 꿀을 따는 분들은 그렇게 말해요. '꿀이 솔다.'라고 하는데, 마치 설탕 알갱이처럼 당분이 맺히는 거죠. 여튼, 좋은 재료 썼다고 비싸게 받아서 처음으로 나눴던 건데, 이 모양이라니. 부랴부랴, 과수원에 전화부터 했지요. '저 혹시 배 남은 것 있나요?' 다행..
지난 6월 중순. 모내기하려고 논 고르고 물 댄 모습. 사진을 찍어 놓으면 얼마나 넓은지 잘 알 수 없다. 어느 쪽에서 찍어도 마찬가지다. 여기는 아랫도가리. 400평-두 마지기가 좀 넘는다. 윗논 할배가 말씀하시길 이렇게 크게 정리하기 전에는 이 논이 작은 도가리 여럿으로 나뉘어 있었다 한다. 아마도 가장 마지막에는 포크레인이 들어와서 작업을 했겠지. 그렇다 해도, 당최 언제부터였을지 모를 시간동안 할매 할배들이 땅을 고르고, 돌을 쌓고, 농사를 지어오지 않았다면... 여튼 논에 갈 때마다 그 생각이 든다. 얼치기 도시내기를 만나서 논도 고생이구나. 1년 반 사이에 물길은 울퉁불퉁해지고, 논바닥에 모래도 생기고, 그래도 지나는 어르신들, '잘 해 보라, 젊은 사람이 들어와 고생한다.' 한마디씩 거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