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집. 며칠 전부터 마을 여기저기 대밭에서 끝이 가물가물할 만큼 높은 대나무들을 한 묶음씩 베어내더니 무디미 들(평사리)에 달집을 올렸다. 아마도 악양면 사람들 모이기로는 면민체육대회보다 더 모이지 않나 싶은 날. 보름. 다른 명절이야 도시 나간 자식들 돌아온 것 챙기느라 웅성웅성하기는 해도, 집집이 틀어박혀 있게 마련인데, 보름만큼은 마을 명절. 봄이 손을 잡고 달집 태우는 것 보러 간다. 몇년 전부터는 무슨무슨 축제인지 행사인지 하는 이름을 달고 한다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할매들은 난장이 공연패에 마음을 빼앗기고, 할배들은 널따란 멍석자리 윷판에 둘러서서 말을 들었다 놨다 고함소리가 오간다. 연휴 사이 일요일이었던 덕분에 관광객들도 적지 않게 왔다. 떡국에 음료수에 녹차 따위 달라는대로 퍼 주는 것..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정동리 부계마을. 스물세집, 일흔여덟명이 살고 있는 마을입니다. 오늘은 반년에 한번씩 하는 대동회 날입니다. 사흘전부터 이장님은 날마다 방송을 합니다. '동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마을회관에서 알려드립니다. 내일은 부계 대동회 날입니다. 동민 여러분은 한분도 빠지지 말고 동사로 나오시기 바랍니다.' 한달 전 새로 이장이 된 아저씨는 아직도 방송할 때면 긴장이 되는지, 한 단어 한 단어 말할 때마다 아주 길게 뜸을 들입니다. 억양은 이곳 악양 말 억양인데, 면사무소 방송하드끼 서울말 단어를 골라씁니다. 동네 할매들, 듣다듣다 고마 내 속이 탄다, 속이 타. 하십니다. 대동회 날은 온 마을 사람들이 온종일 모여 먹고 떠들고 합니다. 아,아, 아침에는 결산도 하고 회의도 합니다. 마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