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널어 말리는 곳이 실내인 것을 보고,내가 실망하는 눈치였다는 것을 알아챘다.국수집 젊은 후계자는 널어 놓은 면발 앞에서이렇게 말을 꺼냈다."햇볕이 쨍한 곳에 널어 말리면 좋을 것 같지만.그렇지 않아요. 적당한 시간 동안 천천히 마르는 게 좋지요." 올해, 봄이네살림이 국수 뽑은 집은 작년과 다른 집.이곳은 토종밀로 국수를 뽑은 경험은 거의 없었지만,70년, 3대를 잇고 있는 집이다. 국수집 안에는 2대와 3대가 함께 일을 하고 있다.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벌컥 문이 열리고 동네 아저씨가 들어온다."왕면, 왕면 있어? 왕면으로 두 개 줘." 국수집은 내가 어릴 때 살던 동네.한집 건너 한집. 반지하에서 미싱이나, 혹은 양말기계를 한 두대씩 놓고 돌리던 그런 가정집을 닮아 있다.고개를 수그리고 들어갈 만..
++다시, 덧붙입니다.밀가루와 국수는 주문 마감하겠습니다.(나물과 효소 같은 것은 아직 있다는, 쿨럭.)고맙습니다. ++7월 12일. 토요일 오후에 덧붙임.올해 소출이 적기는 적나 봅니다.글 올리고, 아직 몇 날 안 되었고, 또,받은 주문도 얼마 안 되고, 그러나, 남은 밀가루는 없고 ㅠ.ㅠ토종밀 밀가루는 모두 마감되었습니다.금강밀 밀가루는 달랑 몇 개.다만 국수가 조금 더 남아 있습니다.++ 올해, 밀가루 포장이 끝났습니다.어느 해보다 빨리, 밀가루를 빻고 포장을 하고 그랬습니다.늘 장마가 지나기를 기다려서 가루를 빻고국수를 뽑고 그랬습니다만, 올해는월인정원님의 햇밀, 빵긋.에 참석하느라, 조금 서둘렀어요.밀가루를 하나씩 담는 일은 쨍하게 마른 날에 하면 좋고,적어도 비 오는 날은 피해야 하는 일이에요..
0."밀은 논에 서가 바짝 말리야 돼.""모 숨구는 거는 하지 전에는 마치야제."밀은 하루라도 더 늦게, 논에서 하루라도 더 말려서 하면 좋고,모는 하루라도 더 빨리 숨구는 게 좋다.일 시작은 어떻게든 미룰 수 있는 만큼 미루다가,일단 일이 시작되면 모내기가 끝날 때까지,쉴 틈은 없다. 1.장마가 일찍 시작된다고 합니다.밀 타작 일을 앞두고 며칠 꼼짝 할 수 없는 일이 생겼습니다.타작할 날이 바짝바짝 합니다.타작 일 시작은 논두렁 풀 베는 일입니다.논두렁 풀을 베고, 논 가장자리를 따라 밀을 벱니다.까슬까슬한 밀밭에 들어가 낫질을 합니다.콤바인이 논에 처음 들어앉을 자리, 모퉁이 돌아 나갈 자리,논둑 옆으로 콤바인 날이 닿지 않는 자리.낫으로 베어내는 것은 그만큼입니다.밀 타작이 이제 다섯 해째입니다. ..
밀 타작을 하고 나면, 곧바로 모내기 준비를 합니다.논을 갈고, 거름을 넣고, 두둑을 하고, 논바닥을 고르고,모를 냅니다.그러고 나면 곧 장마이지요. 장마가 끝나고 밀을 널어 말렸습니다.건조기에 들어가면 간단하겠지만,역시 볕에 널어 말리는 일은농사의 마무리로 할 일을 다한다는 그런 마지막 의례 같은 것입니다.밀에게도, 땅과 햇볕과 바람에게도,(아스팔트에 널어 말리기는 하지만...)그리고 봄이네 식구들에게도요.올해부터 봄이네가 새로 찾아낸 곡식 말리는 터는쫌 높직한 곳에 있습니다.바람 좋고, 차도 안 다니고, 가까이에 농지도 없고,곡식 말리기에 맞춤한 곳입니다.내려다 보이는 풍경도 그럴 듯 해서,건너 백운산과 지리산 사이로 흐르는 섬진강이한눈에 보입니다.하루이틀 널어말리는 동안에 좋은 구경합니다.아마 밀알..
금방이라도 폭우가 퍼부을 것만 같은바람, 구름, 입니다. 뒷산 봉우리에 검은 구름이 걸려 있는 것도이틀째입니다만, 지난 일요일에도 그랬듯 비는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어디서든, 틈틈이 비를 바라는 기도를 하시길. 밀 타작을 하고,열흘이 지난 그제 아침.일찍부터 모를 심궜습니다.이레쯤 물을 받아두었던 논에는 기계모를 내기에 좋을 만큼물이 빠져 있습니다. 흙물이 들어 얼룩진 일옷을 차려입고,무릎 위로 바짓단을 차곡차곡 접어 올립니다.그러고는 물을 댄 논에맨발로 들어서면, 매끄럽고 보들보들한 논흙이 발가락 사이로삐죽삐죽 솟아납니다. 그제야 뭔가 안심이 되는 것이 있습니다.올해는 어디서든 메마른 땅, 소식입니다.모내기를 끝내 놓고도 불안하고, 조심스러운 것이어느 때보다 더하기는 합니다만, 찰칵찰칵 승용이앙기 모 ..